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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봉환 토요경제 대표이사 겸 발행인 |
과거 산업 구조에서는 일정 부분 맞는 말이었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해외에 파는 기업은 원화 약세의 효과를 비교적 크게 누렸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화 환산 실적도 좋아졌다. 그래서 고환율은 수출 대기업의 호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도 같은 공식이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의 생산 구조는 훨씬 복잡해졌다. 원자재와 부품, 에너지, 설비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커졌다. 해외 차입과 외화 결제도 늘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매출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석유화학과 항공, 식품, 유통업은 환율 상승의 부담을 곧바로 느끼는 업종이다. 원유와 원재료, 항공기 리스료, 수입 상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부품과 장비, 설비 투자 비용이 높아지면 수익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도 마찬가지다. 해외 매출이 많은 기업일수록 환율 상승의 효과가 단순하지 않다. 달러 매출이 늘어도 수입 원가와 물류비, 금융비용이 함께 오르면 실제 이익 개선 폭은 줄어든다.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 계획과 가격 전략도 불안정해진다.
문제는 고환율의 부담이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생산자물가가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물가로 번진다.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부담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기업 이익이 줄어든다. 어느 쪽이든 경제 전체에는 부담이다.
중소기업은 더 취약하다. 대기업처럼 환헤지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고, 납품단가 협상력도 약하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힘들다. 고환율의 충격은 결국 협상력이 약한 기업과 소비자에게 먼저 전가된다.
따라서 고환율을 단순히 수출기업 호재로 보는 시각은 낡았다. 지금의 환율 문제는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 문제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 외화 조달 비용,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지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환율을 외환시장 변수로만 봐서는 안 된다. 환율은 기업 원가와 투자, 고용, 물가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업종별 비용 부담을 점검하고,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 지원과 원자재 공급망 안정 대책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들도 환율 효과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쟁력은 환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기술력, 공급망 관리에서 나온다. 환율이 실적을 밀어 올리는 시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비용 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고환율 국면에서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고환율은 더 이상 수출기업의 축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부 기업의 장부상 이익을 키울 수는 있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비용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환율 상승을 반기는 낡은 해석이 아니라, 고환율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부담이 되는지를 따지는 현실적인 분석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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