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55㎿ 시작해 장기 1GW급 확대 구상
투자비·전력·장기 고객 확보가 사업 현실성 가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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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악수하고 있다. [네이버] |
네이버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도입해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업자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GPU 확보가 아니다. 대규모 전력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모델, 고객 서비스를 한데 묶어 기업과 정부의 AI 구축 수요를 직접 맡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업의 성패는 시설 규모보다 자금 조달과 장기 고객 확보에 달려 있다. 1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는 막대한 투자비와 전력 확보가 필요한 사업이다. 네이버가 AI 인프라 사업자로 도약하려면 엔비디아와의 협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요와 반복 매출 구조를 증명해야 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GW급 AI 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인프라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8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 방문은 양사의 협력 범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 자체보다 중요한 대목은 네이버클라우드가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는 고객에서 AI 인프라 구축·운영 주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협력이 GPU 확보와 AI 기술 활용 중심이었다면 이번 협력은 인프라 구축과 운영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팩토리를 구축하면서 발생하는 고객사 수요를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확보해 비즈니스 리스크를 줄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GPU와 AI 팩토리 구축·운영을 지원하는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협력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기에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운영 경험을 결합해 AI 학습·추론 환경을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고객 수요를 공동으로 확보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계약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AI 팩토리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성격이 다르다. 데이터 저장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팩토리는 기업이 자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 GPU 자원과 소프트웨어 환경을 함께 제공하는 생산 인프라에 가깝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인프라에서 모델과 서비스까지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클라우드 플랫폼,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GPU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AI 개발, 운영, 서비스 적용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 서비스에 한정하기보다 인프라부터 모델과 서비스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풀스택 AI 사업”이라며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 영역에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단계는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 가동이다. 이후 같은 해 말 누적 100㎿, 2028년 200㎿로 용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1G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1GW는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로, 최신 GPU 수십만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초기 55㎿는 각 세종을 출발점으로 국내 추가 인프라를 활용해 확보할 예정이다. 해외에 별도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지역과 추진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 확대의 관건은 투자비다. AI 팩토리는 단순한 서버 증설 사업이 아니다. 대규모 GPU 확보뿐 아니라 전력, 냉각, 부지, 네트워크, 운영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1GW급 인프라는 국내 민간 기업 단독 투자로는 부담이 큰 규모인 만큼 향후 자금 조달 방식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기 고객 확보도 과제다. AI 팩토리는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큰 만큼 단기 사용 수요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글로벌 고객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가동률을 확보해야 한다.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고객 수요를 공동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AI 팩토리가 네이버의 새 매출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수익화 속도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DS투자증권은 관련 매출을 2027년 8000억원, 2029년 3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2027년 영업손실과 2028년 손익분기점을 가정하며 초기 설비투자 부담을 변수로 꼽았다.
대규모 자금 조달과 고객 수요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200㎿ 구축에도 수십억달러, 1GW까지 확대할 경우 수백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달 방식과 고객사,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업은 네이버가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출발점일 뿐이다. 1GW라는 시설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장기 계약과 반복 매출로 바꾸는 능력이다.
AI 시대의 경쟁은 모델 개발에서 인프라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 흐름에서 국내 대표 AI 인프라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는 결국 돈과 전력,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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