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유 4사 수출액 증가에도 물량 감소…정부 수출 제한 변수
카타르 LNG 수출 부진 지속…한국가스공사·민간 LNG업계 조달 부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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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분쟁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남동쪽으로 떨어진 오만 무스카트 앞바다에 발이 묶여 있는 유조선들 [연합뉴스] |
중동 원유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석유제품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는 석유제품 수출 기회가 확대되는 반면 LNG 도입업계에는 높은 조달비용과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12일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원자재 분석업체 케플러(Kpler)가 집계한 지난 9월 중동 지역의 원유·콘덴세이트 수출량은 이란을 제외하고 주간 평균 1811만톤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전 8주간 평균인 1822만톤에 근접한 규모다.
그러나 중동의 석유제품 수출은 전쟁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쟁 이후 중동 전역에서 약 20개 정유시설이 공격받으면서 하루 230만배럴 이상의 정제능력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과 수송은 회복되고 있지만 이를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으로 가공하는 정유시설의 복구는 뒤처지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석유시장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The oil market's center of gravity is moving east)'는 제목의 분석에서 중동의 정제유 공급 공백이 아시아 정유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계 정제능력의 약 37%를 보유한 아시아에서 인도와 중국, 한국, 싱가포르가 주요 수혜 지역으로 거론됐다.
로이터는 이러한 공급 불균형에 대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업체에 유리하다(That gap works in favor of those who can fill it)"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대표 추형욱)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와 GS칼텍스(대표 허세홍), 에쓰오일(S-OIL·대표 안와르 알 히즈아지), HD현대오일뱅크(대표 송명준·정임주)가 주요 관련 기업이다.
이들 정유 4사는 대규모 정제설비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소비하지 않는 석유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수출형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공장에 하루 84만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서 하루 80만배럴을 처리하며, 에쓰오일은 울산에 하루 66만9000배럴 규모의 정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중동 정유시설의 복구가 지연되는 동안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석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수익 확대는 원유 확보와 수송비용, 국내외 판매물량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물량 회복에도 해상운송이 새로운 병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일 세계 최대 독립 원유거래업체 비톨(Vitol)의 러셀 하디(Russell Hardy) 최고경영자 발언을 인용해 중동 원유 수출 회복에도 유조선 부족과 높은 운임이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디 CEO는 런던 에너지인텔리전스포럼에서 "운임이 포물선처럼 급등했다(We've had pretty parabolic pricing on shipping)"고 설명했다. 원유 공급이 늘더라도 이를 운반하는 비용이 정유사의 수익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수출 확대 가능성과 실제 실적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6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 수출액은 72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72.0%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출물량은 오히려 6.9% 감소했다.
수출금액 증가가 판매물량 확대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수출 제한도 걸림돌이다. 뉴시스가 지난달 3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 3월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도입한 조치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 정제유 공급 감소로 해외 판매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수출물량을 자유롭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LNG 시장은 원유와 달리 공급 회복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중동 LNG 산업, 이란 전쟁에 여전히 발목(Middle East LNG industry remains hostage of Iran war)'이라는 별도 분석에서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수출 정상화가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케플러에 따르면 카타르의 지난 9월 LNG 수출량은 160만톤으로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쟁 이전 월평균 수출량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달 수출량은 60만톤 수준으로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카타르의 LNG 공급 차질은 생산시설 피해와 해상운송 제한이 겹친 결과다.
지난 3월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에 위치한 LNG 생산시설 2기가 손상되면서 카타르 전체 LNG 수출능력의 약 17%가 가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S&P글로벌은 지난 3월 19일 카타르에너지 발표를 인용해 손상된 시설의 복구에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사드 알카비(Saad al-Kaabi) 카타르 에너지장관 겸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는 "그 영향은 중국, 한국, 이탈리아, 벨기에에 미친다(The impact is on China, South Korea, Italy and Belgium)"고 밝혔다.
카타르는 일부 장기 LNG 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에 따른 이행 면제를 선언했으며, 로이터는 지난 9월에도 여러 고객을 대상으로 관련 통지가 연장됐다고 전했다.
한국 역시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중동 공급망 차질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중동산 도입 비중을 낮추고 비중동 지역의 확보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3월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산 LNG는 국내 전체 도입물량의 약 14%를 차지한다.
가스공사는 호주 프렐류드(Prelude)와 캐나다 LNG 사업의 지분투자를 통해 확보한 연간 106만톤의 물량을 올해 전량 국내로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산 LNG 연간 330만톤 규모의 장기 도입계약도 체결했다.
최연혜 사장은 당시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LNG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LNG 사업자들도 공급망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 이계인)은 광양 LNG터미널과 해외 가스전 개발, LNG 직도입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 역시 호주 바로사 가스전과 다윈 LNG 생산시설, 미국 프리포트 LNG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해외 LNG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중동 외 지역에서 조달 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제 LNG 가격과 선박 운임 변동에 따른 비용 부담을 관리해야 한다.
중동 에너지 시장의 회복 속도가 원유와 석유제품, LNG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면서 국내 에너지업계의 경영 변수도 달라지고 있다.
정유 4사는 정제마진 강세에도 수출 물량 제한과 원유 운송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와 민간 LNG 사업자는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물량 부족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장기화하는 국제 가스가격 상승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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