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문화산책] 파도에 시간을 담다…아티스트 창남, 프랑스 은메달 수상 이어 개인전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10-25 16: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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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과학·문학협회 은메달 수상…29일 《바다의 시간》 개막
겨울밤 바다 장노출로 촬영…빛과 색채로 사진·회화의 경계 탐색

▲ 창남 작가가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 인터컨티넨탈 르 그랑 호텔에서 열린 예술·과학·문학협회(ASL)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작가]

 

사진작가 창남(Changnam Lee)이 프랑스 예술·과학·문학협회(Arts-Sciences-Lettres·ASL) 은메달을 수상했다. 


창남은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 인터컨티넨탈 르 그랑 호텔에서 열린 ASL 시상식에 참석해 은메달(Médaille d’Argent)을 받았다. 1915년 설립한 ASL은 예술·문학·과학 분야에서 활동한 인물들의 성과와 문화적 기여를 기리기 위해 메달과 상장을 수여하는 프랑스 단체다.

작가는 수상에 이어 29일부터 11월 14일까지 프랑스 불로뉴비양쿠르의 이니셜 라보(Initial LABO)에서 초대 개인전 《Le Temps de la mer》(바다의 시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창남이 오랫동안 탐구해 온 바다와 시간, 기억의 관계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겨울밤 바다를 장노출로 촬영하며 파도가 밀려오고 사라지는 움직임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일반적인 풍경사진이 특정 순간의 장면을 포착한다면 창남은 셔터를 열어둔 시간 동안 바다가 만들어낸 움직임을 축적한다. 카메라는 파도의 윤곽을 선명하게 고정하는 대신 물결과 빛의 흔적을 겹쳐 담는다.

그 결과 작품 속 바다는 익숙한 풍경과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수평선은 흐려지고 파도는 추상적인 선과 면으로 이어진다. 푸른색과 분홍색, 노란색과 회색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실제 바다를 회화에 가까운 이미지로 바꾼다.

회화를 전공한 창남은 사진을 단순한 기록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는 카메라의 노출시간과 빛, 색채를 활용해 사진의 재현적 특성과 회화의 추상적 표현을 함께 탐색한다.

이번 전시작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분홍빛과 노란빛이 화면 위쪽을 채우고 푸른색과 은빛이 아래로 이어지는 작품은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흐린다. 짙은 푸른색 아래 흰 파도의 흔적을 남긴 또 다른 작품은 어두운 밤바다에서 빛과 물결이 만들어낸 움직임을 드러낸다.

두 작품은 같은 바다를 소재로 삼지만 색채와 빛의 대비를 통해 서로 다른 감각을 전달한다.

여기서 창남의 작업은 사진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하게 한다. 사진은 흔히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로 알려졌지만 장노출은 여러 순간의 움직임을 하나의 이미지에 담는다. 

▲ 창남 작가의 바다 연작. 작가는 겨울밤 바다를 장노출로 촬영해 파도의 움직임과 빛의 흔적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작가]

 

작가는 이 촬영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를 정지된 화면으로 옮긴다. 실제 촬영 대상은 쉼 없이 움직였지만 관객은 그 움직임이 겹쳐 만든 고요한 이미지를 마주한다.

미술평론가 유근오는 창남의 작업을 다룬 평론 ‘사진: 경계를 가로지르는 사유’에서 장노출이 움직이는 시간을 받아들이며 사진을 시간의 흔적이 축적된 표면으로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창남의 사진이 익숙한 바다를 낯설게 바꾸고 구상과 추상, 현실과 내면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다.

창남의 작품에서 바다는 단순한 자연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파도의 움직임과 색채를 통해 시간이 남기는 흔적을 보여주고, 관객이 그 화면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도록 이끈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탐색하는 그의 작업은 기존 전시에서도 이어졌다.

창남은 2023년 미국 뉴욕 ROAM에서 《Waves, Adjust to the Light》를 열었고, 2024년 양평군립미술관과 갤러리 나우에서 《Lamesis》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Three Waves, One Sea》를 개최했다.

올해는 프랑스 파리와 불로뉴비양쿠르에서 개인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가 제공한 이력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서울 종로구청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전시는 현지 사진예술 행사인 포토데이즈(PhotoDays)와도 연계한다.

29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열리는 개막 행사에는 포토데이즈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11월 7일에는 지역 사진·문화공간을 둘러보는 가이드 프로그램이 전시장을 방문하고, 10일에는 프랑스와 브라질 사진가들이 참여하는 만남 및 사진집 사인 행사를 진행한다.

창남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서 이어온 바다 작업을 프랑스 관객과 사진예술계에 소개한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바다는 특정 장소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시간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작가는 파도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움직임이 남긴 흔적을 색채와 빛으로 구성한다.

사진은 눈앞의 순간을 기록하지만 창남은 그 순간들이 겹쳐 만들어낸 시간을 보여준다. '바다의 시간' 은 사진이 현실을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시간과 감각을 어떻게 하나의 조형언어로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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