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
소방관은 국가직이다. 그런데 그들의 장비와 안전은 여전히 지역 재정 형편에 좌우된다.
불길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데 방화복과 훈련비가 지자체에 따라 달라진다면 국가직 전환은 미완성이다. 목숨을 걸고 국민을 지키는 소방관의 안전만큼은 이제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고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했다. 올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만 4명이다. 최근 7년여 동안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28명에 달한다.
순직 뒤 특별승진과 훈장을 추서하는 것은 당연한 예우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 출동한 모든 소방관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는 일이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일원화됐다. 지역별 재정격차 때문에 소방서비스와 처우가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자는 취지가 컸다. 하지만 재정구조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2025년 지방 소방예산 가운데 국비 비중은 10%대에 그쳤다.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비율도 한 자릿수 수준이다.
지역별 격차도 남아 있다. 소방공무원 1인당 피복비는 지자체에 따라 약 세 배 차이가 나고 교육비 역시 편차가 크다.
국가직 공무원인데 어디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입는 장비와 훈련 여건이 달라진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화재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보고 발생하지 않는다. 불길의 온도도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화복과 헬멧, 공기호흡기, 통신장비와 열화상카메라의 수준도 지방재정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소방장비는 복지가 아니다. 생존수단이다.
군인의 총과 방탄장비를 복무지역의 재정사정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지 않는다. 국가가 인건비와 장비, 훈련을 직접 책임진다.
소방관도 다르지 않다. 군인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킨다면 소방관은 화재와 재난, 붕괴와 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공동체를 지키는 몇 안 되는 직업군이다.
소방관은 직업인이기 전에 우리 사회의 파수꾼이다.
이들의 처우를 두고 누구라도 예산을 앞세워 가볍게 말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소방예산은 형편에 따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는 선택적 지출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비용이다.
재정에도 한계는 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서라도 소방관의 기본 인건비와 개인보호장비, 노후장비 교체, 전문훈련과 건강관리에는 국가 책임을 더 높여야 한다.
지방정부가 현장 운영을 담당하더라도 최소한의 장비와 안전기준은 전국 어디에서나 같아야 한다. 국가가 기준을 정했다면 그 기준을 지킬 재정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다.
국가직 전환은 신분만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순직 뒤 훈장을 드리는 것은 국가가 할 예우다. 살아 돌아올 수 있는 장비를 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소방관의 희생을 더는 예산타령으로 흥정해서는 안 된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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