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생도 이제 경쟁력이다

김승원 / 기사승인 : 2026-06-17 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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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차·SK하이닉스·삼성·HD현대가 보여준 산업 생태계 투자
▲ 김승원 토요경제신문 상무

 

기업의 상생은 더 이상 미담이 아니다. 공급망이 흔들리는 시대에는 협력사를 지키는 일이 곧 자기 회사를 지키는 일이다. 혼자 빠른 기업보다 함께 버티는 기업이 오래 간다.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는 지혜가 산업계에도 필요하다.

최근 산업계의 상생 사례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예전에는 장학금, 기부금,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생산성, 안전, 금융, 기술, 인력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상생이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스마트공장 지원은 그런 변화의 한 장면이다. 포스코는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AI트랙을 포함한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설비 일부를 바꿔주는 수준이 아니다. 포스코 동반성장지원단이 설비 효율화, 에너지 절감, 안전환경 구축까지 현장을 살핀다. 중소기업의 공장이 똑똑해져야 대기업의 공급망도 단단해진다. 이것이 진짜 제조업 상생이다.

현대차그룹의 협력사 관세 지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중소 부품사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협력사는 유동성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1차 협력사의 대미 관세 부담을 지원하고 2·3차 협력사까지 상생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회사 혼자 달리는 산업이 아니다. 수많은 부품사가 함께 움직이는 긴 사슬이다.

SK하이닉스의 동반성장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수록 소재, 부품, 장비, 인프라 협력사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반도체 경쟁은 대기업끼리만 하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장은 공급망이다. 협력사 임직원 교육, 기술 지원, 맞춤형 경영 지원은 당장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쌓여야 수율과 품질, 납기 경쟁력이 생긴다.

삼성전자의 상생 프로그램은 규모와 지속성에서 시사점이 있다. 협력사 인센티브, 상생펀드, ESG펀드 등은 일회성 지원보다 제도에 가깝다. 특히 환경안전 개선과 에너지 절감 투자에 무이자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은 협력사의 ESG 부담을 낮추는 현실적 방안이다. 대기업만 탄소와 안전을 말하고 협력사에는 비용을 떠넘긴다면 지속가능경영은 구호에 그친다.

HD현대일렉트릭의 안전보건 상생협력 세미나도 작지만 중요한 사례다. 협력사와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험성평가 기법을 교육했다. 안전은 비용이 들고, 당장 매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상생은 사고를 줄이는 일이다. 협력사 작업장이 안전해야 원청의 생산도 안정된다.

물론 기업의 상생을 무조건 칭찬만 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체감이다. 지원금 규모보다 협력사의 생산성이 실제로 올랐는지, 안전사고가 줄었는지, 2·3차 협력사까지 혜택이 닿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좋은 행동은 칭찬하되, 그 결과는 계속 봐야 한다.

그래도 최근 산업계의 방향은 긍정적이다. 상생이 비용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다. 협력사를 하청으로만 보던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공급망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피라미드가 아니다. 함께 무너지거나 함께 버티는 생태계다.

이제 좋은 기업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매출을 많이 내는 기업만이 좋은 기업은 아니다. 위기 때 협력사를 버리지 않는 기업, 기술과 안전을 함께 나누는 기업, 지역 제조 현장을 살리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상생은 착한 말이 아니다. 오래가는 기업의 조건이다.

 

토요경제 / 김승원 ksw9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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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신문 김승원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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