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최은별 기자 / 기사승인 : 2026-09-26 19: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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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부산 무역휴전 내년 1월10일까지 연장
FT·WSJ·Handelsblatt “안정 확보했지만 구조적 갈등 지속”
한국 수출 40%가 반도체…현대차·배터리3사도 희토류·중국 기술경쟁 영향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만난 미중 정상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부산에서 마련한 미·중 무역휴전을 연장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시 주석의 방미 결과를 정리하면서 기존 휴전 종료일인 오는 11월10일을 내년 1월1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비민감 품목의 관세를 낮추기 위한 ‘무역위원회(Board of Trade)’ 운영방안도 구체화했다. 미국 무역대표부 측은 이를 “관리무역의 한 부분(a slice of ‘managed trade’)”이라고 설명했으며 세부 내용은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의 공식 발표도 관계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신화통신은 26일 양국 정상이 “존중·공정·상호주의에 기초한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 관계(a constructive relationship of strategic stability based on respect, fairness and reciprocity)”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번 협상에서 “경제·무역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성과(mutually beneficial outcomes in the economic and trade fields)”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측 발표에는 희토류나 반도체 규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추가 양보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유럽의 평가는 보다 신중하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지난 24일 미국이 무역휴전을 두 달 연장했다고 전하면서 기간이 “많은 이들이 기대한 것보다 짧다(kürzer als von vielen erhofft)”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이 관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 반도체·AI 칩 수출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허가제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델스블라트는 하루 앞선 23일에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제한을 통상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대응 수단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핵심 원자재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제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희토류 부족이 이미 미국과 유럽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 경험을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목한 것도 희토류다.

FT는 지난 21일 중국의 8월 대미 희토류 자석 수출량이 512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13%, 전달보다 2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일본과 독일로 향한 물량도 각각 전년 동월보다 17%, 22% 줄었다. FT가 인용한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베이징은 휴전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Beijing appears willing to test the limits of the truce)”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도 ‘대타협’보다는 갈등 관리에 무게를 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기업 간 대형 투자계약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중대한 사업 성과에 대한 낮은 기대(low expectations for significant business results)”가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제한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양국 관계가 안정되더라도 산업정책 경쟁까지 끝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AP통신도 같은 날 미·중 관계가 과거처럼 광범위한 관세를 서로 올리는 방식에서 개별 기업 제재와 특정 기술 수출통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협상가는 현재 상황을 “취약한 휴전(It’s a fragile truce)”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경제에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

관세청과 산업통상 당국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의 수출은 6935억880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2812억달러로 전체의 40.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대중국 수출은 1453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6.1%, 대미 수출은 1274억달러로 57%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통상·기술정책 변화가 한국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구조다.

가장 직접적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AI 반도체와 제조기술 수출을 계속 제한하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NAND 플래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사 역시 글로벌 NAND 생산망에 시안 공장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기술규제가 이번 정상회담으로 해제됐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생산기지와 미국 투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확대가 요구되는 반면 중국에서는 현지 메모리업체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WSJ는 지난달 SK하이닉스가 국내 용인·청주 생산능력 확대에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전하면서 AI 수요 증가가 글로벌 메모리 투자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기아에는 희토류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에는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등 희토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지난 2월 반도체·전기차·방산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첫 종합대책을 내놨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중국 외 공급선 확보를 추진해왔다. 호주 아라푸라레어어스(Arafura Rare Earths)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 회사가 추진하는 놀란스 프로젝트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생산량 일부를 장기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수출허가 정책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 성격이다.

배터리 업계도 미·중 휴전을 안도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FT는 지난 20일 중국 CATL이 미국 픽업트럭에 적용할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해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시험까지 거쳤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높은 통상장벽을 유지하더라도 중국 업체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에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직접 진입 여부와 기술 라이선스 방식 모두 중장기 경쟁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경제에 두 가지 신호를 남겼다. 추가 관세 충돌 가능성이 내년 1월까지 뒤로 밀리면서 수출기업의 단기 불확실성은 낮아졌다. 반면 희토류와 첨단 반도체, AI 기술을 둘러싼 경쟁에는 뚜렷한 타협이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미국 기술규제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현대차·기아에는 희토류 공급망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기술 추격이 각각 남은 변수다.

미·중이 얻은 것은 무역전쟁의 종식보다는 두 달의 시간에 가깝다. 한국 기업에는 그 시간 동안 어느 시장을 선택하느냐보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의 공급망 변화에도 생산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문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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