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공적자금 1조1581억원, 2022년 전액 상환
감독과 인사는 별개…관치 논란 부르는 구조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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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호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 |
수협은행은 이미 정부 돈을 다 갚았다. 그런데 은행장을 뽑는 자리에는 여전히 정부 추천 인사가 5명 중 3명이다. 과반이다. 공적자금은 끝났는데 정부 몫은 왜 그대로인가. 이제는 이 구조를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를 정부가 설명할 때다.
수협은 2001년 신용사업 부문에 투입된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2022년 전액 상환했다. 마지막 남은 7574억원까지 정리하며 21년간 이어진 상환 의무에서 벗어났다. 수협도 당시 이를 경영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로 설명했다.
문제는 돈은 갚았지만 인사 구조는 그대로다.
현재 수협은행 행추위는 5명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추천한 사외이사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인사 2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가 되려면 4표가 필요하다. 22일 표결에서도 신학기 현 행장이 3표,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이 2표를 얻어 후보 선정을 끝내지 못했다.
이번 결과만 놓고 정부가 특정 후보를 밀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보도에 따르면 정부 추천위원 중 한 명은 신 행장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추천위원 3명이 하나의 표처럼 움직였다는 증거도 없다.
그럼에도 구조는 다른 문제다.
행추위원 과반을 정부 부처 추천 인사로 채워 놓고 현직 금융당국 고위 관료가 은행장 후보로 들어오는 장면은 그 자체로 관치 논란을 부르기 충분하다. 누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느냐와 별개로 외부에서 ‘정부가 은행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오해를 굳이 남겨둘 이유가 있는가.
공적자금이 남아 있던 시절에는 정부의 강한 관여에 명분이 있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금융회사의 정상화와 자금 회수를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수협은 그 의무를 끝냈다. 그렇다면 정부 인사권의 흔적도 현재의 필요성에 맞춰 다시 따져야 한다.
금융당국의 감독권을 약화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은행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감독하는 것과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 구조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수협은행장은 단순한 정부 산하기관장이 아니다.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고 시장에서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다. 경영 성과와 책임을 묻겠다면 인사 역시 이사회와 주주, 수협 조직이 책임지는 구조로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행추위의 4표 요건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추천 3명도 단독으로 행장을 결정할 수 없고, 수협 측 2명 역시 정부 추천위원의 동의 없이는 후보를 만들 수 없다. 겉으로는 상호 견제다. 그러나 표가 팽팽하게 맞설수록 숫자의 무게는 같지 않다. 정부 추천 측은 수협 측에서 1표만 얻으면 4표를 만들지만, 수협 측은 정부 추천위원 가운데 2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용호상박의 상황이라면 어느 쪽이 구조적으로 유리한지는 숫자가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한쪽이 버티면 인사가 멈추고, 동시에 정부 추천 몫의 영향력이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7년과 2020년, 2022년 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재공모와 추가 논의가 반복됐다.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두면 행장이 바뀔 때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정부가 개입했느냐, 수협이 버티느냐는 식의 논란이다. 그것은 정부에도 수협에도 득이 아니다.
관치인지 아닌지를 매번 해명할 일이 아니다.
이참에 정부는 손을 떼야 한다. 관치 논란을 해명할 게 아니라, 그런 의심조차 생기지 않게 제도를 바꾸면 된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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