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승원 토요경제신문 상무 |
은행의 경쟁력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만 있지 않다. 그 돈을 어디로 흘려보내고 어떤 산업의 미래를 뒷받침하느냐도 중요하다. 금융이 경제의 혈맥이라면 은행은 자금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주체다.
KB국민은행(이환주)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지난 1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의 대표 금융주선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체 사업비 12조6000억원 가운데 10조7000억원을 금융기관 공동대출로 조달할 계획이다.
눈여겨볼 것은 규모보다 방식이다. 이번 금융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인프라를 확보해 네이버클라우드에 장기간 공급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 장기계약에서 발생할 현금흐름을 토대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은행이 미래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구조를 평가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을 모아 사업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은행들은 오랫동안 가계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영업에 익숙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지만, 미래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에는 아쉬움도 남겼다.
국민은행은 이번 사업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I 경쟁은 기술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 막대한 초기 투자와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금융의 몫이다.
물론 금융주선권 확보가 곧 사업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금조달을 마무리해야 하고 GPU의 빠른 기술 변화와 장기계약의 안정성도 검증해야 한다. 국민은행이 대출금 전액을 직접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피하는 것과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 사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위험을 분산하면서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는 능력이 은행의 진정한 실력이다.
국민은행의 이번 시도는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넘어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금융의 설계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에 필요한 변화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담보와 안정적인 이자수익에만 머물러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울 수 없다. 기업이 기술로 미래를 연다면 은행은 자본으로 그 길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민은행의 도전이 성공적인 금융 사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더 많은 은행이 이러한 경쟁에 나설 때 한국 금융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좋은 은행은 돈을 많이 버는 은행을 넘어, 돈이 더 큰 가치를 만들도록 하는 은행이다.
토요경제 / 김승원 ksw9030@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