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생은 돈을 나눠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 공부한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흥그룹이 내놓은 100억원은 단순한 기부금과 결이 다르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지역의 다음 산업과 사람에게 다시 투자하기 때문이다.
중흥그룹은 광주에서 출발한 건설기업이다. 고 정창선 회장이 1983년 중흥주택을 세운 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중흥S-클래스’를 앞세워 전국 주택시장으로 성장했다. 2021년에는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며 지역 건설사에서 국내 대형 건설그룹으로 외형을 키웠다. 올해도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본사 주소지를 광주에 유지하기로 하는 등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중흥그룹이 이번에는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산업과 사람을 짓겠다고 나섰다.
중흥그룹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협약을 맺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20억원씩 총 100억원을 기탁하기로 했다. 돈은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반도체·인공지능 산업 육성, 기업 유치, 전문인력 양성, 연구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이공계와 첨단기술 분야 대학생·청년 연구인재 장학금과 지역 정착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100억원이라는 액수보다 돈의 쓰임을 봐야 한다.
지역사회 기부는 장학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은 앞으로 지역을 먹여 살릴 산업과 그 산업에서 일할 사람을 함께 키우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도 결국 사람이다.
공장을 지어도 연구인력이 없으면 기업은 오지 않는다. 지역 대학이 인재를 길러도 좋은 일자리가 없으면 청년은 수도권으로 떠난다. 사람이 떠나면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기업이 없으니 다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반도체와 AI 같은 첨단산업은 특히 그렇다. 부지만 마련한다고 클러스터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엔지니어와 협력업체가 함께 모여야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기업 유치와 인재 육성, 정착 정책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다.
중흥그룹의 이번 지원은 이 고리를 겨냥한다.
건설기업은 오랫동안 도시의 외형을 만들어왔다.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만들고 새로운 생활공간을 세웠다. 그러나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그 안에서 연구하고 일하며 가정을 꾸릴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00억원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짓는 돈에 가깝다.
특히 광주·전남에서 출발해 전국 기업으로 성장한 중흥그룹이 다시 지역의 미래산업에 돈을 내놓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업은 지역의 인력과 소비시장, 도로와 교육·행정 인프라를 토대로 성장한다. 성장한 기업이 다시 지역 산업과 인재에 투자하면 그 돈은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선순환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물론 100억원으로 반도체·AI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용수, 부지, 교통망이 필요하고 정부의 산업정책과 대학·연구기관의 역할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실제 기금이 어디에 쓰이고 얼마나 많은 인재의 취업과 지역 정착으로 연결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이번 기부의 진짜 성적표도 몇 년 뒤 나온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지역 첨단기업에 취업하고, 육성된 연구인력이 또 다른 기업을 불러오며,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일자리가 다른 청년을 지역에 남게 한다면 100억원의 경제적 가치는 기부액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도 이제 이런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지역에서 번 돈으로 지역의 다음 산업을 키우고, 그 산업이 사람을 남게 하며, 그 사람들이 다시 지역경제를 키우는 구조다.
중흥그룹은 건물을 지으며 성장한 회사다.
이제는 지역에 사람이 머물 미래를 짓고 있다.
토요경제 / 김승원 ksw9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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