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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를 앞둔 경계감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연합뉴스] |
AI 반도체 기대가 12일 한국 증시를 다시 끌어올렸지만, 중동발 유가 상승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감이 한국경제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12일 오후 외신 보도와 시장 흐름을 종합하면 한국경제는 반도체 수출 회복이라는 성장 동력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로이터는 이날 런던발 기사에서 “글로벌 증시는 보합권을 지켰고 유가는 소폭 올랐다(global equity markets held steady and oil prices inched higher)”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0.7% 오른 배럴당 89.49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8% 오른 83.89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선박 공격과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가 유가를 여섯 거래일 연속 밀어올린 배경으로 제시됐다.
같은 보도에서 로이터는 아시아 증시가 0.7% 올랐고, 한국 코스피가 3.7% 상승해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일본과 대만 증시도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각각 1% 안팎 상승했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호실적이 미국 나스닥 선물과 아시아 반도체 투자심리를 함께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AP도 12일 방콕발 기사에서 한국 증시 반등을 반도체주 매수와 연결했다. AP는 “한국 코스피가 컴퓨터 반도체 기업 매수 재개로 4% 올랐다(the Kospi gained 4% on renewed buying of computer chipmakers)”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7.7%, SK하이닉스는 7.1% 상승했다. 이는 지난달 말 AI 투자 수익성 논란으로 급락했던 한국 반도체주가 다시 매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에는 우선 수출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국의 최근 경기 회복은 AI 서버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16일 경제동향에서 한국경제가 “견조한 반도체 사이클과 그 파급효과(robust semiconductor cycle and its spillover effects)”에 힘입어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같은 자료는 중동 정세와 글로벌 AI 투자 지속성을 주요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문제는 유가다. AP는 이날 브렌트유가 0.9% 오른 89.67달러, WTI가 83.98달러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또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며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01달러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유가 상승은 한국에는 수입물가, 전기·가스요금, 항공·해운·석유화학 비용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도 에너지 수입액이 함께 늘면 무역수지 개선폭은 줄어든다.
이날 밤 발표될 미국 CPI도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 변수다. 로이터는 이날 도쿄발 시장 전망 기사에서 미국 7월 CPI가 전월 대비 0.1% 상승하고, 전년 대비 상승률은 3.5%에서 3.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미국 물가 지표가 9월 연준 회의의 분위기를 정할 수 있다(could set the tone for September's Fed meeting)”고 평가했다.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 흐름도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낮으면 원화와 한국 증시에는 안도 요인이 된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분이 이번 CPI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어, 물가 안정 판단은 다음 지표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판단도 복잡해졌다. 로이터는 전날 서울발 기사에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특별한 충격이나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Unless there is an extraordinary shock or an extraordinary factor, the possibility of an additional rate hike is high)”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고 물가에 상당한 상방 압력을 준다고도 언급했다.
결국 이날 국제뉴스의 핵심은 한국경제가 다시 두 개의 힘 사이에 놓였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랠리는 수출과 증시에 힘을 준다. 그러나 유가 상승과 미국 물가, 달러 흐름은 물가와 금리 부담을 키운다. 한국경제는 반도체가 끌고 에너지가 누르는 구조다. 이날 밤 미국 CPI가 시장 기대를 벗어나면 원화, 코스피, 한국은행 금리 전망까지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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