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만 남고 시장은 바뀌었다

김은선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1 22: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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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묶은 규제, 온라인 플랫폼만 키워
▲ 경제부 김은선 기자
규제는 명분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물어야 한다. 그 명분이 지금도 유효한가. 실제 효과는 있는가.

2012년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14년째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유통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주변부였던 이커머스는 이제 유통시장의 중심이 됐다. 반면 한때 ‘골목상권의 적’으로 불렸던 대형마트는 생과 사의 기로에 서있다.

문제는 규제가 여전히 과거의 시장 구조를 전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정한다. 이 시간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반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24시간 배송 경쟁을 벌인다. 대형마트 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숫자도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11.8%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4.2% 감소했다. 소비는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것도 이런 구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홈플러스는 37개 점포의 운영 지속 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대형마트 3사의 고용 인원도 최근 10년간 1만명 이상 줄었다. 규제의 대상이던 대형마트가 이제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셈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이 규제가 정말 전통시장을 지키고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지역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형마트 매출은 늘었지만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보다 온라인 플랫폼 성장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은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물론 전통시장 상인들의 우려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오랫동안 전통시장 보호 장치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보호 장치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효과를 잃는다. 소비자가 시장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묶어두는 방식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해법인지 따져봐야 한다.

유통법 개정 논의의 본질은 ‘대형마트 살리기’가 아니다. 낡은 규제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이익을 주고 있는지 다시 점검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규제가 전통시장을 지키지 못하고 소비자 선택권만 줄이며 국내 유통 경쟁력까지 약화시킨다면 더 이상 방치할 이유가 없다.

규제도 시장을 따라 바뀌어야 한다. 2012년의 법으로 2026년의 유통시장을 통제할 수는 없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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