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원점’…변심 이유는?

김시우 / 기사승인 : 2021-09-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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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한앤코, 사전 합의 사항 이행 거부했다"
한앤컴퍼니 "사실무근, 계약 유효하다"
업계 "법원이 홍 회장 일가의 가처분 신청 인용…매각 이행 쉽지 않을 것"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로 대국민 사과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그는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로 대국민 사과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그는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남양유업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던 오너일가 측과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던 한앤컴퍼니 양자가 남양유업 지분 매각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급기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와의 지분 매각 계약을 취소하면서 ‘소송전’으로까지 불거졌다. 현재 양측은 매각 계약 취소의 원인이 서로에 있다며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겠다던 홍 회장의 약속이 그저 잠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쇼’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원식 회장 “한앤코, 사전 합의 사항 이행 거부” VS 한앤코 “홍 회장, 가격 재협상 요구”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과 그의 일가가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홍 회장은 “M&A(인수합병)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고 계약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며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매매계약 체결 이후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달리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그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으며 매수자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된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앤코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는 게 홍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매수자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거래 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며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홍 회장의 주장에 한앤코는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이 주장하는 사전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입장 번복, 비밀유지의무 위반, 불평등한 계약, 남양유업 주인 행세 및 부당한 경영 간섭 주장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앤코는 “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며 법원에서도 한앤코 입장을 받아들여 홍 회장의 지분이 임의로 처분되지 못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한 바가 있다”며 “8월 중순 이후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새롭게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 회장 측이 M&A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상당한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 냈고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요구한 당사자는 홍 회장 측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홍 회장은 분쟁 이후 재매각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홍 회장 일가의 주식매매거래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매각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점’으로 돌아간 M&A…의문투성이 ‘남양유업’


이로써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3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매각 작업 때문에 홍 회장이 애초 매각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앞서 홍 회장의 매각 취소 원인으로는 ‘적은 매각 대금 탓’이라는 의견도 제시됐었다.


애초 홍 회장 일가가 한앤코에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기고 받을 금액은 3107억원이었다.


이에 1조원 안팎의 연매출을 내고 부동산 등 유형 자산 가치가 3600억원을 넘는 기업의 경영권을 넘기기에는 ‘헐값’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계약을 체결한 뒤 남양유업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5월 43만9000원이었던 주가가 매각 발표 이후 76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매각이 불발됐다는 소식과 법원의 주식매매거래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소식으로 인해 연이어 주가가 하락했고 2일 주가는 전날에 비해 5% 넘게 떨어졌다.


또 남양유업과 한앤코가 합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홍 회장과 두 아들의 ‘회사 내 거취 문제’도 갈등의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5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발표한 회장직 사퇴를 이행하지 않았고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회사 매각을 염두에 둔 오너의 행보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홍 회장이 매각 작업을 앞두고 ‘변심’했다는 분석을 낳았다.


남양유업 매각의 향방은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회사 매각이 무산되면서 남양유업과 홍 회장 등 오너가를 향한 소비자의 시선은 싸늘하다.


매각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남양이 남양했다”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남양유업의 불매운동 낌새도 다시 보이고 있다.


한편 '불가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발표를 해 식품당국으로부터 고발 당한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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