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심기술이 줄줄 샌다

김준성 / 기사승인 : 2006-09-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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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대우일렉•비오이 등 수출기업 기술유출 이어져

최근 부실기업 M&A와 관련해 기술유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올 6월 말까지 기술의 해외유출 사건은 모두 7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75%인 54건은 국내 수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과 관련한 것이었다.

실제로 비오이하이디스와 쌍용차는 중국으로 유출 사실이 발견됐고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인도로, 온라인 증권거래 시스템(HTS)은 일본으로 빼내다가 적발됐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도 매각대상에 올라있는 상태이다.

이들 세 기업은 규모도 크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기술이 유출됐을 때는 타격도 그만큼 크다.

부실기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매각이 불가피한 것이지만 국내가 아닌 외국기업이 인수를 할 때는 매각 차원을 넘어 장기적 시각에서 ‘국부유출’인 셈이다.

기술을 통한 ‘국부유출’은 금전적 손실에 머물지 않고 국가경쟁력과 맞물려 타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대응책이 불가피하다.

최근 부실기업 인수를 통한 기술유출이 급증함에 따라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은 기술유출을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3개 기관은 유기적 협력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3자가 기술유출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한 곳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만 봐도 얼마나 둔감했던가를 알 수 있다.

3개 기관은 이제와서 이런 모임을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했으며 기술유출범죄 수사기법의 교환 및 수사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연수기관까지 세우는 방안 등도 논의했다.

해외쪽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과 연계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3개 기관의 행보는 한편으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한국 특유의 습성은 여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동안 기술유출을 당한 기업들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비오이하이디스(전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러지)는 현재 기술유출은 물론 헐값매각으로 국내 금융권과 부품업체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비오이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의 TFT LCD(첨단 액정표시장치) 사업부문으로 2002년 11월에 분사했다.

당시 3억8천만달러의 가치를 지녔던 비오이하이디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LCD 기술을 보유한 제조업체였다.

비오이하이디스는 2003년 1월 중국 비오이(BOE)그룹이 인수하면서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지난 3년 동안 국내 경영정상화 보다 중국내 시설투자에만 열중했다.

그 결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상반기 적자만도 1천192억원, 총부채는 5000억원에 달한다.

2003년 15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현재(반기보고서 기준) 2만2천672%까지 증가했다.

점점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자 자금지원을 조건으로 2004년에는 비오이하이디스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인 광시야각기술(AFFS)을 빌려갔다.

올 들어서는 이 기술을 연구기술개발 인력과 함께 LCD 특허 3000여개 등 첨단기술을 넘기라는 파렴치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다가 비오이그룹은 채권단과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고 기술이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비오이하이디스를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오이그룹이 비오이하이디스에 20년 동안 기술사용 대가인 750억원은 헐값매각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비오이그룹는 기술사용료로 비오이하이디스에 지불한 돈을 베이징에 있는 5세대 LCD공장을 짓는데 지분투자 방식으로 다시 회수해갔다.

최근 중국 선전에 6세대 공장을 착공한 비오이그룹은 여기에도 비오이하이디스의 핵심기술을 끌어다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오이하이디스 관계자는 “비오이그룹은 투자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회사를 정상화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기다 비오이그룹이 비오이하이디스를 인수할 때 투입했던 1억6000만달러(1600억원) 중 약1513억원은 비오이하이디스를 통해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오이그룹이 약1513억원을 2003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국내 자회사 설립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중국의 비오이그룹은 한국 돈으로 국내 부실기업을 인수하고 인수명목의 투자금은 자사 계열사 설립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했다.

비오이그룹의 '횡포'는 M&A 이후 뿐 아니라 시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비오이그룹의 인수자금은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1억9000만달러와 운영자금 3000만달러를 대출받은 것이기 때문에 국내 채권단의 피해는 막대하다.

금전적 손실 뿐만이 아니라 기술은 기술대로 빼갔다.

결국 비오이그룹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여러 국내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3억8000만달러(3800억원)짜리 기업을 절반에도 못미치는 1억6000만달러에 사들인 셈이다.

비오이하이디스의 채권단 여신은 산업은행 등 6개 은행에서 2천9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이 1천456억원으로 가장 많고 외환은행 302억원, 우리은행 173억원, 중국계 은행 85억원, 국민은행 7 1억원, 신한은행 10억원, 보험사 6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비오이하이디스가 발행한 회사채 2천억원 중 70%가 소규모 신협조합과 금고에 몰려 있어 금융권 전반의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비오이하이디스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모든 채무변제 의무는 멈춰지고, 1개월 동안 법원의 심의결과 기업을 청산하는 것이 존속시키는 것 보다 낫다고 판단될 때 청산절차는 진행한다.

중국기업에 의한 기술유출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않고 기술유출 시비만 일으키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상하이차가 카이런의 핵심기술과 부품 제조권리를 사용하는 대가로 제시한 금액은 300억원에도 못미친다”며 “자동차 한 대 개발하는 데 2천~3천억원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헐값”이라고 말했다.

최근 쌍용차 노조가 파업을 벌였던 이유 중 하나도 기술유출 논란이었다. 외국기업이 국내 부실기업을 헐값에 사들인 뒤 핵심기술을 빼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국내 가전업계 3위인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인도의 대표적 가전업체인 비디오콘이 선정됐다는 소식도 그리 반가운 게 아니다.

비디오콘의 경우 대우일렉에 비해 기술력이 한참 낮아 핵심기술 유출이 불보 듯 뻔하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우일렉은 M&A가 자사 발전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고 인수 의사를 표명한 국내 업체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우일렉은 세계시장에서 1만여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첨단 기술이 통째로 넘어갈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첨단 산업의 경우 중국 인도 등 기술후발국의 인수는 정부와 채권단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외국자본에 맞설 토종자본의 육성도 시급하다.

대우일렉 채권단과 비디오콘 컨소시엄은 이달말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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