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국내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은 외면한 채 손쉽게 수익을 올릴수 있는 가계대출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8개 전체 은행의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이 비해 비중이 컸다. 그러나 3개 외국계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은행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외국계 은행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에도 ‘나몰라라’ 식으로 일관해오거나 고액배당을 실시 등으로 비판을 받아와 한국에서 지나치게 ‘돈장사에 혈안’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계 은행, 손쉬운 가계대출 ‘집중’
최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18개 전체 은행의 기업대출은 585조4973억원(54.8%), 가계대출은 452조4628억원(42.3%)로 기업대출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 및 기타 영역 대출(2.9%)을 제외한 수치다.
그러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의 기업대출은 41조2335억원인 반면 가계대출은 61조3052억원으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외국계 은행은 중기에 대한 이같은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금융권에서는 ‘손 안대고 코풀기’ 식의 돈장사에만 혈안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3개 외국계 은행의 기업대출 실적은 지난해 9월(42조6411억원)에 비해 1조4076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SC은행과 씨티은행의 가계대출 시장 점유율은 각각 6.1%, 3.2%인 반면. 기업대출은 1.5%, 1.7%에 불과했다.
이들 은행들은 외국계로 인수되기 전에는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 규모보다 높았다.
미국 사모펀드가 2000년 초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에는 기업대출(5조3000억원)이 가계대출(1조7000억원)보다 3배나 높았다. 또 2004년 씨티은행과 통합되기 전 한미은행의 기업대출(10조7000억원) 규모도 가계대출(8조8000억원)보다 비중이 높았다. 외환은행 역시 론스타에 인수되기 전인 2002년 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은 5.7%에 달했다.
이와 함께 외국계 은행들의 예대마진율은 시중은행 평균을 초과, 과도하게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박병석 민주통합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예대마진은 4.07%, 외환은행은 3.52%로 전체 은행 평균(2.9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환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1조7000억원이며, 씨티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4253억원, SC은행은 3625억원을 거뒀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선진금융을 도입한다던 외국계 은행들이 결국 손쉬운 가계대출에 치중해 대출금리만 올렸다”고 비난했다.
◇최근 5년간 배당, 국내은행 2배
외국계 은행의 배당 성향도 국내 은행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외환·씨티·SC제일은행 등 3개 외국계 은행그룹의 배당성향은 2008년 3.43%에서 2009년 31.56%, 2010년 55.98%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계 은행이 2008년 6.15%, 2009년 19.13% , 2010년 25.18%로 증가한 것보다 빠른 속도다. 실제 2008년에는 외국계 은행의 배당이 작았지만 2009년에는1.6배, 2010년에는 3배 가량 많았다.
또 2006~2010년 중 외국계 은행그룹의 배당성향(평균 28.25%)은 같은 기간 한국계 은행지주의 배당성향(18.68%)을 1.5배나 웃돌았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그룹의 배당성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급격히 작아졌다가 이후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수수료 인하·고액배당 논란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은행들이 수수료 인하 등을 실시함에도 ‘나몰라라’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언론의 질타를 받자 SC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ATM(자동화기기) 수수료 등 인하방침을 보였다. 그러나 씨티은행의 경우, ‘참 좋은 수수료 제로통장’을 출시하면서 ATM 수루료를 비롯해 온라인뱅킹, 자기앞수표발행, 통장 재발행까지 모든 수수료가 면제되고 급여이체시에는 고금리까지 제공한다고 했으나 △평균 잔액 90만원 이상 △예금에 연결된 현금카드 이용해 당행 ATM 월 2회 이상 출금 또는 이체 △당행 신용카드 결제계좌 지정 등 6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 만족해야 해 또다른 변종영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고액배당도 논란이 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로 있던지난해 7월 주당 1510원의 분기배당금을 결정해 총 4968억원을 챙겨가며 지난해 2분기까지만 배당금으로만 1조7099억원을 챙겨갔다. 금융당국의 자제권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2011년 결산이 끝나기도 전에 1299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인수 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 4월에도 1002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지난해만 총 2301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고액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도 무시한 처사로 논란이 됐다.
또 배당금 1299억원 중 1003억원을 미국 씨티그룹에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국부유출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 올 4월 배당한 1002억원 가운데 800억원은 미국 씨티그룹에 흘러갔다.
이에 판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씨티은행 창립 20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을 방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씨티은행이 어려울 때 본사가 8억 달러 증자를 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자본을 투자하기도 하고 배당을 챙겨 가기도 한다”며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SC은행은 2009년 2500억원, 2010년 200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도 각각 62%, 57.8%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3월과 9월 각각 1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SC은행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님에도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노조의 총파업마저 무릅쓴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금융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선진금융 도입이라는 취지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결국은 손쉬운 가계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뿐 사회공헌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고액배당으로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로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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