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건일제약은 지난 2009년부터 약 2년간 전국 병원·약국 등에 총 38억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리베이트 방식이 아닌 시장조사(설문조사)라는 신종 리베이트 수법을 이용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의사들에게 시장조사 명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이에 대한 사례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여기서 설문조사는 작성하는데 이는 결국 돈을 지급하기 위한 명목으로 특별한 내용도 없으며, 결과 내용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해서 의사 등 관련자들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건일제약의 신종 리베이트에 대해 검찰은 건일제약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돼 리베이트 논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기발한 ‘신종 리베이트 수법’
검찰에 따르면 건일제약은 지난 2009년부터 약 2년간 전국 병원·약국 등에 총 38억원이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8억원은 ‘기존의 리베이트 방식’으로,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자사 의약품의 판매촉진·처방유지 등을 목적으로 전국의 병원·약국 등에 신규처방 대가인 랜딩비·처방유지를 위한 선지원금·판매대금 수금할인 명목으로 제공한 것임이 밝혀졌다.
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문제의 신종 리베이트 수법을 활용했는데, 의사들에게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대가로 이에 상응하는 사례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으로 현금 리베이트 제공이 어렵게 되자 지난해 7월부터 자사의 주요품목 관련 질환인 고지혈증·위궤양에 관한 시장조사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설문조사를 부탁하며 신종 리베이트 수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행기관과 계약체결을 통해 시장조사(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212명의 의사들은 별 내용도 없는 설문조사에 응하는 대가로 1건당 5만원씩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5개월 동안 ‘시장조사’ 사례비 명목으로 지급한 액수만 해도 약 9억8000만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시장조사는 제약사가 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특정질환에 대한 환자별 특성·시장규모·소비자 요구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건일제약은 대행기관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작성시 1~2분이면 충분한 내용의 ‘형식적 설문조사’ 사례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사실상 리베이트라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건일제약의 부도덕한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1건당 5만원’이 아닌 의사별로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미리 정한 후에 설문지 건수에 따라 액수를 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의뢰건수를 처방액에 비례해 최대 336건에서 최소 18건으로 차등을 뒀다.
검찰은 “애초에 돈을 건넬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난 4월 검찰(식약청 위해조사단)이 정동 본사를 압수수색 했을 때에도 설문 결과는 전혀 정리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종 리베이트’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지난 4월 복지부는 제약업체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식약청·건보공단·심평원 공동으로 범정부 차원의 공조체제를 갖추고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으며, 검찰에서도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출범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들의 첫 번째로 겨눈 칼 끗은 바로 ‘건일제약’이었다.
검찰은 지난 4월 건일제약을 대상으로 본사 사무실에서 회계장부와 약품 거래내역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상당히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5월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수사 후 검철로 넘어갔다. 당시 업계에서는 리베이트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약사로서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번 신종 리베이트 수법이 발각되면서 건일제약 대표이사 K씨가 불구속 기소됐다.
반면 건일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리베이트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로써 처벌규정이 없어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문제는 이번 신종 리베이트 수법이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압수수색 당시 정황에 비춰봤을 때 전담수사반은 건일제약의 리베이트 여부를 어느정도는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타 업체에 비해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펼쳤으며 이후 약 세달정도 지난 이 시점 대표이사가 기소됐다는 점은 ‘대표이사의 지시에 의한 신종 리베이트 수법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이에 건일제약 측은 “대표이사의 지시하에 리베이트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자꾸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회사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 공식적인 방침은 없으며 추후 입장을 전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건일제약은 이번 리베이트 사건으로 인해 해당품목 1개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이 예상된다. 개정된 약사법에 의하면 제약회사에 대해 업무정지(1개월~6개월) 및 품목 허가 취소까지 내릴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리베이트 해당 품목은 상한금액의 20% 이내에서 약가인하 조치가 내려진다.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복지부 고시, 유통질서 문란 약제의 상한금액 조정기준)에 의한 것이다.
건일제약은 ‘알짜배기’ 중견제약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품 판매제약 및 가격인하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의·약사들과의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건일제약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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