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왕(王)’으로 군림하고 싶은 것일까.
최근 추진 중인 금융감독 개혁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반발에 막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통과가 무산됐다.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30일 국회법사위를 극적으로 통과하여 한은법 개정안 통과가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국회 정무위원회 등의 반발로 결국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6월 국회통과가 여의치 않아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냐니는 분위기에서 임시국회 마지막 날 한은법 개정의 핵심인 ‘단독조사권’을 빼는 등 국회법사위를 통과하여 한은법 개정의 꿈을 이루는 듯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또한 금융감독 개혁의 최대 쟁점인 금융감독원 분리문제를 놓고 총리실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금융당국은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를 분리시켜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키는 방을 내놓았다. 금감원의 핵심 기능인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별도의 금용소비자보호기관 설립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감독권은 아무 기관이나 대체할 수 없는 공권력이며 이를 죽이면 금융시장에 위기가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은법 개정, 결국 ‘한 여름밤의 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0일 국회법사위를 극적으로 통과하여 6월 임시국회 통과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한채 다음 국회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하여 한은법 통과에 여론의 지지도 어느 정도 형성됐고 금융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동향간담회’, ‘한은 2011 국제컴퍼런스 등 수 차례에 걸쳐 한은의 단독조사권 지지를 분명히 하는 소신발언을 하여 한은법 개정의 국회통과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6월 임시국회가 끝나가도록 국회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통과가 힘들지 않겠냐는 분위기에서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30일 국회법사위에 한은법 개정안이 극적으로 통과돼 금융감독 개혁에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본회의 도중 홍재형 부의장이 갑작스레 “교섭단체간 합의로 한은법 처리를 연기한다”고 발표하며 한은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됐다.
한국은행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한국은행 단독조사권’을 빼는 등 국회통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으나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국회 정무위원회 등의 반발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銀 vs 금융위, ‘단독조사권 10년 다툼’
이 단독조사권에 대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의 엇갈린 운명은 10여년전 외환위기와 맞물린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의 조사권은 한국은행에 있었다. 그러나 IMF의 힘을 빌려야 할 지경에 이르자 금융감독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명분으로 금융위는 은행·증권·보험사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한을 갖게 됐으며, 한은 등 관련기관은 협력과 견제를 중시하도록 했다. 이는 한은의 금융감독의 지위를 상실한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와 관련 기관은 협력과 견제가 제대로 이우러지지 않았고, 2000년 동방·대신·열린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고가 터졌으며, 2008년에는 ‘키코 사태’가 터졌다. 키코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면 기업 쪽이 제한적인 환차익을 얻지만 원화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설계된 옵션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원화 가치가 급락해 엄청난 손실을 낸 기업들은 키코 계약의 무효와 은행들의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벌였으나 118사중 19개사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인정이 됐을 뿐 99개사는 기각됐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2년이 지나서야 키코를 판매한 9개 은행과 관련 임직원을 징계했다. 이는 통합감독 시스템의 부실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와 같이 금융위와 한은 등 관련기관간 통합감독 시스템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 이유는 관련 기관에 대해서는 ‘제한적 감독권’만을 부여하며 금융위의 일방적 권한행사와 외압에 휘둘릴 수 있는 ‘금융위의 현실’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며 통합감독 시스템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나 한은법 개정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으나 금융위는 10여년전 외환위기의 바람을 타고 얻어낸 권한을 지켜냈으며, 한은법 개정은 다음 국회로 미뤄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은의) 단독조사권보다는 서로 정보와 자료를 충분히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공동조사 확대를 통해 통화 신용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한은의 단독조사권에 반기를 들었다.
한편, 이번 회기내 통과되지 못하면 9월 국회에서도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저축은행 사태로 어느 때보다도 높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추진되도 통과가 안됐는데 다음 국회에서는 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감원, ”내 권한, 나만 행사한다”
그러나 금융감독 개혁의 최대 쟁점인 금융감독원 분리문제 역시 총리실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 주말 전체회의를 열어 금융감독기구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총리실과 일부 민간위원은 금감원의 소비자보호감독국과 분쟁조정국·금융서비스개선국 등 소비자보호 관련 3개국을 떼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 금감원 분리 방안은 금융소보원이 금융상품과 민원 등에 대해 제한적인 검사권과 제재권을 갖더라도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과 거시·미시 감독 등 대부분의 권한은 여전히 금감원이 행사하게 된다.
금감원의 핵심 기능인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했을 때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통합감독체계에 큰 무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는 금융감독기구 혁신과 관련해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단독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공시·회계 및 제재를 포함한 시장 관련 기능의 독립,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등이 논의됐지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의견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안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면 저축은행 사태가 다시 터지지 않는 것일까?”에 의문을 갖고 있다. 별도의 기구 설립이 금융소비자보호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감독권은 아무 기관이나 대체할 수 없는 공권력이며 이를 죽이면 금융시장에 위기가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상근감사제도를 없애고 감사위원회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반면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엽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금융감독 혁신 TF’가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치는 방법을 마련할 것을 다시 강력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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