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편의점 체인의 상호를 ‘CU(CVS for You)’로 전격 변경하기로 한 BGF리테일(전 보광훼미리마트)이 변경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가맹점주들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리게 된 탓이다. “국내 편의점 시장 매장 수 1위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이름을 무리하게 바꿀 경우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다 일방적인 통보 형식의 상호 변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점주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측은 충분한 사전 설명과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5년의 ‘GS25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 BGF “일본 본사 및 보광그룹에서 독립하겠다는 의지”
BGF리테일측이 잘 나가던 간판을 바꾼 데에는 나름대로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혼신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를 우리 것으로 보존하고 우리 정체성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브랜드 교체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90년 보광그룹이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것이 국내 ‘훼미리마트’의 효시(嚆矢)다. 편의점 체인 브랜드의 소유권이 계속 일본에 있을 경우 새로운 사업 시도나 해외 진출 등이 어렵고 더 이상 한 해 3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끝에 대대적인 브랜드 교체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보광그룹’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기 위한 ‘의지’도 브랜드 교체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현재 BGF리테일은 보광그룹과 지분관계가 없고, 인적교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명에 ‘보광’이라는 글자가 포함돼 있고,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친동생이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같은 그룹의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명을 통해 ‘보광 계열사’라는 이미지를 지우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가맹점주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측의 이런 브랜드 변경 정책이 일부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점주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BGF 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강요나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것.
한 가맹점주는 “본부 직원이 와서 동의 서명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동의 서명의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SC(본부 직원)가 서명하라고 사정해서’, ‘단순히 간판만 바뀐다기에’, ‘실수로 클릭했는데 서명이 되어버렸다’, ‘점주인 남편 대신 부인이 서명했다’ 등과 같이 서명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상호 변경에 반대하는 일부 점주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인 점주들은 상호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분들이고, 이들은 모두 본부에 부당한 회유나 서명 방법을 거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점주들이 모여 소송위원회를 결성, LG25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인과 접촉해 자문을 구했다”며, “현재 구체적 소송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홍보실 관계자는 “소송에 참여한 인원들은 전체 비율로 따지면 극소수”라며, “브랜드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점주들도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답변했다.
“사전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을 강행한 것”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8월 전환을 목표로 하다 보니 성급하게 진행된 면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후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지역별 간담회를 열어 점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서명을 절차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전자서명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일어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브랜드 인지도 문제도 거론됐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훼미리마트’를 버리고 생소한 이름을 사용할 경우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5년 LG25가 GS25로 변경될 당시 소송을 제기한 점주 측의 손을 들어준 법원 측의 근거로도 쓰였다.
그러나 BGF측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가맹 점주들이 손해 볼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BGF관계자는 “식품 비중을 확대하고 적재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100% 본사측이 부담한다”며 “편의점 바깥 유리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 포스터들도 모두 제거하고 통유리로 교체해 안팎에서 훤히 보이도록 쇼윈도 효과와 방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리뉴얼을 통해 점포가 깔끔해지면 점주는 물론 고객 입장에서도 반길 일인데 일부 반발 업주들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인지도 높은 이름을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도 문제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사업의 성패 여부는 브랜드명이 아닌 접근성에 따라 갈리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꾸준히 이용한다”며 “편의점의 브랜드보다는 점주나 스텝의 친절도가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100% 변경이 요구됐던 2005년 LG25 사례와 달리 현재 BGF측은 원하지 않을 경우 훼미리마트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점주들은 “너도나도 상호를 바꾸고 있는데 소수만 남아 그 이름을 고집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전국 7200여개 훼미리마트 중 하루 300개 점포가 CU로 상호명을 변경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상호 변경을 원하는 점포들에 한해 10월말까지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훼미리마트는 지난해 매출 2조6026억원과 영업이익 928억원을 기록했다.

◇ ‘GS25 사태’ 7년 만에 재현되나?
한편 지난 2005년 LG와 GS그룹 분리 과정에서 ‘LG25’ 편의점이 ‘GS25’로 상호를 변경하는 데 반발한 점주 14명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점주들은 “상호 변경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해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점주 1명만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대법원 최종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 약 50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당시 재판부는 “LG25 영업 표지는 계약의 중요사항이고, GS25로 바꾸는 것은 소비자 인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표지를 바꾸는 것은 손해발생과 상관없는 계약상 ‘중대한 불신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훼미리마트의 경우 가맹점주 계약과는 별도로 본사 지침에 따라 상호명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LG25 경우와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훼미리마트의 경우 일본 라이선스 업체와 제휴 관계 종결에 따른 브랜드 전환이라는 점에선 차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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