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900조, 빚더미 위기 현실화

김경제 / 기사승인 : 2012-02-27 12: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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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이 9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 대출을 옥죄면서 상호금융과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은 66조원 늘어난 9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60조6000억원이 늘어난 858조1000억원, 판매신용은 5조4000억원 증가한 54조8000억원이었다.
가계신용이란 은행권과 2금융권 등의 가계대출과 카드사 및 할부 금융사의 외상판매(판매신용)를 합한 수치로 통상 ‘가계빚’을 의미한다. 가계신용은 2002년 464조7000억원에서 10년 만에 2배 가량 늘었다.


◇2금융권 부채 급증 ‘풍선효과 현실’


가계신용은 지난해 1분기 10조4000억원에서 2분기 18조9000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3분기에 14조3000억원으로 줄었다가 4분기에는 다시 22조3000억원이 늘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권에서 퇴짜를 맞은 가계대출이 상호금융과 보험사 등으로 쏠렸다는 데 있다.
지난해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분기 6조4000억원에서 3분기 5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다시 4분기에 7조9000억원이 늘었다.
특히 상호금융은 4분기에 4조9000억원이 증가하면서 3분기 증가액(2조9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이자소득세(15.4%)에 대한 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대출을 늘릴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상호저축은행은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5000억원씩 늘었다가 4분기에는 8000억원이 증가하면서 잔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신용협동조합은 7000억원 증가한 2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고, 새마을금고는 1조3000억원 늘어난 3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와 연기금, 카드사, 할부사, 대부업체 등 기타 금융기관을 통한 가계대출은 지난해 13조8000억원 늘어난 21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금융권과 마찬가지로 2분기 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는 5조원이 늘면서 2분기 만에 두 배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보험사의 가계신용 증가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보험사 약관대출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6000억원, 8000억원 증가하는데 불과했지만 3분기에 3조원, 4분기에 2조3000억원으로 급등했다. 증권사와 대부업체 등을 통한 가계대출 역시 3분기 1조8000억원 감소세에서 4분기 1조2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은 규제효과 뚜렷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규제 효과가 뚜렷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에 6조2000억원 늘어난 45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3분기 4조3000억원에서 4분기에 6조5000억원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로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4분기에는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두고 잔금 납부를 위한 대출이 늘었다.
한편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회사 등 판매신용은 3조2000억원 늘어난 5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 증가액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세부적으로 신용카드사의 대출은 2조30000억원 증가한 43조9000억원, 할부금융회사에서는 8000억원 증가한 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백화점과 자동차사 등 판매회사를 통해서는 2000억원이 늘었다.


◇가계부채 위기, 가능성↓ 불구 ‘안심 이르다’


한편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세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당장 가계부채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가 조정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과 변동금리 중심의 가계대출의 구조상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의 취약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심각하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대외 충격이 오지 않는 한 가계부채가 당장 부실화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면서도 “경제가 발전되면서 가계부채도 증가하는 것은 자연적인 모습이지만 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가계 부채 증가율이 지속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우리나라는 변동금리가 90%이고, 주택담보대출이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안좋아지거나 위기가 터지면서 자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는 등의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확대되면서 경기 둔화와 고용사정이 위축될 경우 심각한 부실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미 연구원은 “금융당국 규제로 은행권 대출은 하반기에 줄어든 반면 2금융권에선 증가한 것은 질적인 측면에서 악화됐다는 것”이라며 “2금융권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2분기 9조2000억원이 증가했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을 내놓으면서 4분기 6조2000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은 2분기 6조4000억원에서 4분기 7조9000억원으로 규모가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2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2금융권 부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며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자는 오르고,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 것을 감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초점은 올해 가계대출의 속도를 둔화시키고,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 구조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등의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데 맞춰진다. 무엇보다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2금융권에 대해서도 은행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은행권보다 2금융권이 가계부채에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에서 하는 규제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고, 2금융권의 자산이나 상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계속 조정을 거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가계부채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카드사태처럼 금융권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들이 과도하게 위험을 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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