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지난 2일 ‘1중앙회·2지주’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지난 1961년 옛 농협과 농협은행을 통합한 종합농협이 출범한 지 51년만에 맞는 변화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선물·NH캐피탈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경제지주는 농협유통·남해화학·농협사료·농협목우촌·NH한삼인 등 13개 자회사를 갖게 됐다.
농협중앙회는 양 지주사가 거둬드린 수익을 통해 250만명 조합원의 이익 향상을 추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충식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취임식에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의 상호 연계를 강조했다. 또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새 출범을 통해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다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유통업계 판도 바뀐다
농협은 2020년까지 금융지주의 자산을 420조원, 경제지주의 사업량을 38조원(2010년 20조원)까지 키울 방침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40조원이다. 이는 우리금융, 하나금융(외환은행 포함),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5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농협은행의 지점수는 1172개로 시중은행 가운데 지점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1162개)에 앞서고 있다. 특히 4400여개에 이르는 지역 단위 농협을 감안한다면 지점 수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소매금융 분야의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제사업이 보험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보다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방카슈랑스 규제(보험상품 가운데 25%만 자신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룰)를 받는 농협이지만 전국 읍·면 단위까지 아우르는 지역농협에서는 향후 5년까지 농협보험만 판매할 수 있어 보험 시장에 큰 변화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지주의 출범은 유통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 유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앙회는 6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대형마트 수준의 역량을 갖출 방침이다.
이를 통해 농협은 56개의 직영 하나로마트 매장을 앞으로 최대 64개까지 늘리고 2000여개의 지역 마트를 대형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소매유통 점유율 부문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농협이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경우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전산우려? 5175억 투자 ‘이상무’
새롭게 출범하는 농협은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농협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최악의 전산장애에 농협 전산망은 큰 이미자 타격을 입었다.
이에 농협은 2015년까지 5175억원을 투자해 IT부문을 강화하고 서울 서초구에 3000억원을 투자해 농협IT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또 2일 모든 금융 서비스를 5시간 동안 중단해 새 출범에 따른 전산시스템 전환작업을 하는 등 전산망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신충식 NH농협금융지주 회장(NH농협은행장 겸임)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의 상호 연계를 강조했다.
신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충정로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장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접목시켜 경제사업과의 연결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향후 경영전략에 대해 밝혔다.
이날 신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농협금융체제의 안정화’와 ‘협동조합 금융그룹의 역할 강화’ 등 농협금융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혔다.
신 회장은 “금융지주 출범 초기 안정적인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사업추진 태세를 하루 빨리 정비해 올해 경영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뿌리는 농업·농촌에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며 “협동조합의 원칙과 강점을 계승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성장전략을 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농협 체제에서 하지 못했던 시너지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한다”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은행 이외의 금융계열사들도 특성에 맞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농협금융의 이익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규모나 수익성뿐만 아니라 운영효율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금융그룹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원병, “글로벌 협동조합 실현할 것”
한편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이번 신경분리와 관련해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다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일 충정로 본사에서 열린 ‘새농협 출범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1중앙회·2지주사’ 체제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농협을 축하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미국에 ‘썬키스트’, 프랑스에 ‘끄레디 아그리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농협’이 있다”면서 “농업인에게는 풍요로운 미래를, 고객에게는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협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 더이상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며 “이제는 과거 우리가 이룬 성공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의 사업방식과 사고의 틀을 과감히 뛰어 넘어야만 급변하는 환경을 주도할 수 있다”며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은 한 집에 살던 대가족이 분가하는 것”이라면서 “경제사업과 은행, 보험 등 장성한 자식들이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새집을 지었지만 분가를 한다고 가족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지주는 농업인이 웃는 그날까지 책임지고 팔아주는 판매농협,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는 믿음직한 농협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100% 토종자본으로 설립되는 NH금융지주는 농업·농촌을 위한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중앙회는 농업인의 권익 증진과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날 출범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국 조합장 등 600여명이 참석해 새로운 농협의 출범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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