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KAI 인수 '암초' 많다

정수현 / 기사승인 : 2012-08-31 09: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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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인수가격·경쟁자 없음이 걸림돌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국내 유일의 알짜 항공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넘어야 될 장애물이 많아 고민에 빠졌다.


우선 1조원이 넘는 인수가격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쟁입찰이 안 돼 유찰될 경우 괜히 비용만 날리고 전략까지 노출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여기에 KAI의 고급 기술인력 유지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 2003년, 2006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인수에 도전했다 실패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3전4기’가 이번엔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한진, KAI 인수 ‘적극적’
한진그룹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책금융공사는 7월 31일 KAI 지분매각 공고를 내고 8월 16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키로 했다. 오는 9월 초 예비입찰과 10월 본입찰을 거쳐 연내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지난 1999년 설립된 우리나라 대표 군용기 분야 방위산업체이자 민간 항공기 부품 생산업체로 고등훈련기 T-50과 국산 전투기 FA50 등 완제기(완성품 항공기) 제작 뿐 아니라 보잉·에어버스 등에 비행기 핵심 부품과 구조물을 납품하면서 지난해 매출 1조2861억원, 영업이익 1056억원을 거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KAI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밝혔다. 조회장은 수년 전부터 KAI 인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최근 자금을 확보해 놓고 인수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사면서 기술력과 인적 자원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일반인들에게 여객 및 화물 등 항공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로 알려져 있으나 1976년 500MD 헬기를 생산한 국내 첫 항공기 제작업체이기도 하다.


현재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군 정찰용 무인항공기 개발과 전투기 정비 및 성능개량사업, B787·A320 등의 민항기 구조물 제작·수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등 사업 연관성을 고려할 때 KAI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항공우주사업 부문의 매출은 5460억원으로, 2015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만일 KAI 인수가 성사될 경우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민항기 구조물 사업 부문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돼 해외 수주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경쟁입찰자가 없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적극적으로 KAI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팽배하다. 입찰경쟁자의 전무, 높은 주가, 기술인력 문제가 그 걸림돌이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KAI 매각에서 유효경쟁이 성립되는지 여부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계약에 있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수 입찰자가 참여하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현재까지는 한진그룹 외에는 KAI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없는 상황. 당초 매각 대상으로 KAI의 대주주 삼성테크윈, 현대차, 두산 등이 거론됐으나 인수전 참여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2회 경쟁 입찰이 유찰되면 한진그룹이 단독 입찰자로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으나 시간이 촉박하다. 통상 입찰 절차상 연내 2회 입찰은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게 되면 KAI 매각은 차기정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차기정권이 KAI 매각에 찬성할 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높은 인수가격과 항공우주산업의 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기존주주인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두산그룹 이외에는 달리 뚜렷하게 주목받을 곳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효경쟁 입찰이 성립할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자금조달 문제 등에 앞서 유효입찰의 가능성이 우선 확인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 인수자금 부담...가장 큰 걸림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수자금 역시 한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 4657억원으로 KAI 인수가 무리 없어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자금 차입이 자칫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프리미엄 항공기인 A380 5대가 도입되면서 부채비율도 700%대로 상승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010년과 2011년 현금 2조원 이상을 창출했지만 자본적 지출을 감안하고 1조5000억원대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특히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업황이 지난 2010년에 비해서는 저조한 상태이므로, KAI인수 등 자금에 현금을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고 오히려 지난 2010년의 업황이 유지된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인수에 따른 단기부담은 면할 수 없을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KAI 인수는 최근 한진이 추진했던 M&A 사례 중 1조원대가 넘는 큰 규모”라며 “KAI 인수에 드는 자금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것 역시 KAI 인수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공언한 대로 외국계 자금을 직접 적정한 조건에 끌어들이지 않고 채권금융기관과 인수금융 등을 협의해야 한다면, 재무약정을 맺은 그룹의 사업확장 지원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진그룹의 KAI 인수에서 기술인력 유지문제도 있다. KAI의 엔지니어들은 값이 비싸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매력적인 것으로 한진그룹은 평가하고 있다. 반면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을 경우 이들의 사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인력이 핵심인 기업의 인수에서는 계약을 통해서 핵심인력 이탈방지 등 도모할 수 있지만 이는 예상되는 기존의 관리인력의 반발과 융합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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