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애플이 사실상 승리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등 특허를 침해했다”며 약 1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 과거 소송 경험이 승리를 견인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제품이 자사의 디자인과 사용 환경(UI) 7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의 외관, 앞면의 직사각형 모양 화면, 직사각형 틀을 둘러싼 베젤(테두리 장식), 바둑판 모양의 아이콘 배치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런 주장은 배심원들에게 먹혀들었고 애플 CEO 팀 쿡에게 ‘1조원짜리 로또’를 안겨줬다. 이번 애플의 승리에 대해 퀄리아국제특허법률사무소 서호선 변리사는 “한 번 썼던 무기를 다시 쓰는 사람이 유리하듯 과거 특허소송 경험이 풍부한 애플의 승산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 변리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분쟁은 통신 기술에 관련된 내용보다 제3자가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쉬운 단순 기능과 외형, 아이콘 모양 등이라는 것”이라면서 “자사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리도록 알기 쉬운 권리들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평결을 내린 배심원들 중에는 자전거 판매상, 건설사 직원 등 IT업종과 무관한 사람들이 많았다.
서 변리사는 "애플이 과거 다른 기업들로부터 특허 침해로 제소 하거나 제소당한 경험이 많다"며 "삼성 측과의 특허전쟁은 이러한 경험과 무관치 않다. 애플이 삼성 측이 자사 아이폰 외형이나 화면의 아이콘 등을 모방했다는 주장은 8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휼렛패커드(HP)에 소송을 제기하고 제록스에 제소당한 경험 등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 이번 소송은 시작에 불과
지난 1988년 애플은 MS의 운영체제 윈도우즈가 자사의 그래픽 사용자환경(GUI) 기술을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매킨토시 운영체제의 ‘모습과 느낌’을 베꼈다는 것이다.
이는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제품이 자사의 디자인과 사용 환경(UI) 7건을 침해했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하지만 1994년에 애플은 MS에 패소했다. 법원이 ‘모습과 느낌’은 모호하다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MS와 소송을 벌이는 와중인 1989년 GUI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제록스에 의해 반대로 특허침해로 소송을 당했다. 여기서 애플은 반대 입장에 서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을 분명히 밝히며 승소했다.
당시 애플은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닌 아이디어가 표현된 방식을 보호한다”며 “먼저 나왔다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애플의 특허분쟁은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도 계속 있었다. 아이폰 출시 이후 당시 전세계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노키아로부터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 특허침해로 소송을 당했다.
노키아는 “애플이 아이폰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46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공격했고 마침내 애플은 노키아에 발목을 잡혔다. 애플은 노키아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그간의 특허 사용료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여기에 추가적인 로열티 등을 지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과 로열티 액수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서 변리사는 “애플이 노키아와의 소송 초반 자사의 특허들을 노키아가 침해했다며 여러 차례 맞고소를 했고,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에 대비해 2010년 아이폰4를 출시했다”면서 “소송이 시작된 시점에서 특허침해 제품으로 지목된 아이폰3G·3GS 등을 신제품으로 대체하는 전략을 썼다”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과 삼성전자 간 이번 소송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 외에도 8개국에서 30건의 재판이 남아있다”며 “특허분쟁에서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해 윈윈 전략으로 가능한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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