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같은 의미다. 즉,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한 브랜드임과 동시에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아바타와 같은 존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잡스’는 없다.
물론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애플이 않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더이상 잡스가 아니다. 바로 현재의 CEO 팀 쿡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팀 쿡의 애플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아닌 팀 쿡이 과연 애플의 가치와 비전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겉보기’엔 현재까지 팀 쿡의 성적은 못 잡아도 80점은 된다. 애플은 여전히 시가총액에서 다른 IT기업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불패의 상징인 석유 재벌들까지 오래전에 앞질렀다. 또 몇몇 핵심 임원이 이직하거나 떠났지만 여전히 애플이 가진 ‘잡스의 유전자’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팀 쿡이 뛰어난 CEO인지 여부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판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팀 쿡은 여전히 전임자가 고안한 제품과 비즈니스 계획을 그저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만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IT전문지 <피씨월드>의 빌 스나이더는 현재까지의 팀 쿡에 대해 B+의 성적을 부여했다. 그는 ‘제품 비전의 불안함’을 지적하며 “이것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 어찌됐든, 애플은 ‘전성기’
사실 그렇다. 팀 쿡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큰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그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의 평가를 넘어서게 만든다. 실리콘 밸리와 IT업계의 사정에 정통한 美스탠포드대 로버트 서튼 교수는 “내가 만일 CEO를 직접 설계한다면 그 결과는 바로 쿡과 같은 CEO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CEO 취임 1주년이 된 팀 쿡은 애플이라는 회사 자체와 사실상 동일시되던 인물이 이끌던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팀 쿡은 TV에 출연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애플의 종말’을 예고했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애플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있었던 일만 살펴봐도 다음과 같다. 애플은 시가 총액 627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역사상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더불어 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광고와 마케팅만으론 일으킬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팀 쿡이 이끈 12개월 역시 아무 문제없이 흘러가진 않았다. 차세대 아이폰 출시 루머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면서 지난 분기 애플은 예상치 못한 급격한 제품 판매량 감소에 직면했다.
또 애플은 현재 내부적으로 문화적 변화의 과정에 있으며, 이로 인해 내부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IT 애널리스트인 롭 엔델은 “지금 애플 사람들은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쿡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는 그가 매긴 쿡의 첫 해 성적은 ‘C-’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도 이러한 의사 결정 문제의 원인이 ‘문화적 변화’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엔델은 “사소한 일까지 모두 지시하던 잡스와 함께 일하다가 그 사람이 없어진 상황이 이들에겐 두려울 수 있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 결정을 직접 내리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유통 부문 수장인 론 존슨이 이직하는 등 인재 이탈도 발생했다. 그러나 애플과 같은 기업에서는 스타 경영진이 CEO가 되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쿡의 역할은 이를 막는 것이 아닌 사건을 수습하는 것이며 그 일을 잘 해냈다.
◇ 잡스와는 다르다! 잡스와는!
하지만 이런 점들이 그를 잡스와 다르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가 잡스와 다르다는 점은 바로 ‘실수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된다. 이는 잡스 시절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애플은 친절하면서도 전문성이 풍부한 직원들이 상주하는 ‘애플 스토어’에 대해 올 여름 직원 감축을 결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발과 비판이 일자 수석 부사장인 존 브로웻을 통해 감축계획은 철회됐다.
또 뉴욕 타임즈에서 애플 제품들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장기간에 걸친 노동력 착취에 대해 보도하고 수많은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쿡은 이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에 나섰다. 몰론 그는 과거 애플의 공급망 책임자로서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애플은 노동 관련 인권단체인 ‘공정노동위원회’에 폭스콘 공장을 조사하도록 했고 위원회는 “즉각적인 건강 및 안전 수단을 포함한 필요한 변경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며 “애플이 책임감을 갖고 계획을 추진해 이와 같이 폭스콘의 상황을 개선한 데 대해 만족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실 이러한 쿡의 행동은 폭스콘 공장을 쓰는 다른 실리콘 밸리, 또는 IT 업계 전반의 다른기업 CEO들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령 휴렛팩커드(HP)의 CEO 멕 휘트먼은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고 업계의 다른 인사들은 그저 침묵할뿐 중국 공장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평가는 ‘시기상조’
사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었다. 서튼 교수는 “한 편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고, 또 한 편에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쿡은 이 둘 중 하나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잡스와는 ‘다른’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애플 스토어 직원 감축 건이나 그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폭스콘 사건에서 쿡은 잡스와 다르게 행동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쿡의 관리 하에서 애플 내부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쿡은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쿡의 이 결정이 장기적으로 애플의 현금 유동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이와 반대로 월가는 애플의 가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것 모두가 쿡이 만들어 내진 않았지만 글로벌 IT컨설팅 업체 IDC의 분석가 오도넬은 “쿡이 무능한 CEO였다면 12개월 내에 그것이 드러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HP의 전 CEO인 레오 아포테커는 비슷한 기간 동안 동안 HP의 주가를 40% 넘게 끌어내린바 있다.
물론 쿡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지난 1년 동안 애플은 언론 통제력을 잃었다. 신제품에 대한 무성한 소문 덕에 판매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또 ‘비전’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스나이더는 “스티브 잡스 시절에 탄생한 제품들의 주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는 쿡의 능력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며 “애플의 제품 주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 1~2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서튼 교수의 말을 인용, “쿡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상상할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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