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행정법원 판결로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화)는 6일 참여연대가 “휴대전화 요금 원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이동통신요금 원가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기준으로 지난 5년간의 2ㆍ3세대 통신 서비스에 해당해 LTE서비스와는 무관하다.
◇ 법원 “휴대전화 원가 공개하라”
재판부는 방통위가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 요금산정 및 요금인하 논의 등과 관련된 정보를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비공개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용과 투자보수 산정을 위한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공개하지 않았다”며 “총괄원가액수를 공개했다는 것만으로는 비공개 사유가 되지 않아 방통위의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통신사업자가 보유한 개별 유형자산이나 감가상비 등 세부항목들이 공개될 경우 구체적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해당 통신사업자의 영업전략 자체가 공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영업비밀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 자료와 근거, 원가보상률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가보상률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비공개 통지를 받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모든 자료가 영업비밀일 수 없고 영업비밀이라고 해도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크게 해칠 우려가 없다”며 소를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공개를 청구해 승소하면서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자료는 사실상 이동통신 요금 원가자료의 대부분이다. 이동통신 요금 원가 산정에 필요한 사업비용, 투자ㆍ보수 비용, 이통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요금산정 근거 등이다.
◇ SK “항소할 것”… 방통위도 뒤따르나?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전화 요금의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6일 “1심 판결문을 이르면 3~4일 늦어도 1주일 내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 1주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통시장을 관리ㆍ감독하는 방통위는 항소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내부에서는 항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요금 원가 산정 자료를 비공개를 전제로 제출한 데다 법원의 원가 산정 자료 공개 판결이 확정되면 이후 이통사가 방통위의 인허가 심사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휴대전화 요금 원가 자료 공개 판결에 이통3사는 이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자료에는 수익구조, 영업전략, 예상매출 등 영업비밀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통3사 중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은 항소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통신요금 원가는 기업의 영업자산으로 경쟁사에 노출되면 손해가 심각하다”며 “공정 경쟁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통신요금 인하 요구 거세질 전망
방통위가 공개해야 할 자료는 지난 5년간 2ㆍ3세대 통신서비스와 관련된 것들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들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문자 1건, 통화 1초, 데이터 1MB 등 세부 항목별 원가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대로 ‘통신요금 원가’와 관련한 자료가 모두 공개되면 필연적으로 요금 인하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몇 년 간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가계 통신비가 급격히 상승했고 통신사들이 그동안 과한 이익을 남겨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가계 통신비는 기존 피처폰(일반폰) 시대와 비교해 부쩍 늘었다. 여기에 3세대 통신망을 넘어 4세대 통신망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관련 요금제가 선보였는데 이때마다 가계 통신비 인상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는 월평균 15만4,400원으로 지난해보다 9.3% 올랐다. 소비지출 12대 항목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또 올 상반기 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대로 통신사들은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면서도 이같은 이익을 남겨왔다.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서 27.5% 감소했다고 주장하지만, LTE 가입자 확보를 위해 마케팅비를 지난해보다 경쟁적으로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통신3사의 이익 감소는 자승자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어 정치권에서의 통신비 인하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후보 별로 구체적인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통신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통신요금 원가가 공개되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회사들은 통신비가 비싸다는 말은 특수한 우리나라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보다 빠른 속도로 보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환경과 통화와 문자만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인 외국 환경에서 단순히 통신비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금원가 자료를 공개하면 핵심 경영정보를 무한대로 노출하게 된다”며 “민간 기업의 영업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전례가 없는 반시장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가 정보에는 투자비, 마케팅비, 네트워크 유지ㆍ관리비 등 모든 비용의 구성과 매출에 관한 세밀한 정보가 포함된다”며 “핵심 영업 비밀을 경쟁사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으로 기업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LTE 등 최첨단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것은 시장에서 지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아울러 이동통신 업계도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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