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부업으로 대부업?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9-14 12: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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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이미지 퍼질까 ‘노심초사’

국내 분유시장 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이 대부업도 운영하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분유시장 1위 업체인 남양유업도 엄연히 금융당국에 등록을 한 대부업체다.


분유ㆍ발효유에서부터 치즈ㆍ음료ㆍ커피 등 80여 종의 제품을 생산ㆍ공급하는 유제품 전문가공업체인 남양유업이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최근 금융감독원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회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11개의 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하면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양유업 측은 혹 고리 대금업을 하는 기업으로 비춰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 우유 회사가 대부업… 왜?
남양유업이 대부업을 하는 것은 산부인과 등에 분유를 공급하면서 생기는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산부인과 등에 분유 등을 판매할 때 대금을 바로 받지 못하면 돈을 빌려주고 나눠서 갚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신용공여(금융 거래에서, 자신의 재산을 타인에게 빌려 주어 일시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일)를 통해 자사 제품을 원활히 팔기 위해 대부업체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1ㆍ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자들에게 고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흔히 알려진 형태의 대부업체는 아닌 셈.


이런 남양유업의 대부업이 새삼 화제가 된 것은 대부행위를 하면서도 관리ㆍ감독을 피하려는 의도로 대부금융협회에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다. 남양유업은 협회 등록을 하지 않는 것은 ‘영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를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불법 사금융과의 전면전을 벌이면서 업계 자율기관인 협회를 통해 자체적인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도 남양유업의 협회 등록을 유도하고 있다. 이름 있는 회사가 등록을 하면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다.


대부금융협회 측은 “협회 등록을 거부해 규제를 피하면 결국 금융소비자가 피해가 떠안을 수 있고, 회원사와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며 “현행법상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대부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고리 대금업을 하는 다른 업체도 협회에 가입해 금융감독원의 감독과 규제를 받고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개인을 대상으로 고리 대금업을 하는 기존 대부업체들과는 달리, 영세한 농가들을 대상으로 우유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일정기간 내 돈을 빌려주고 받는 형식인데 대금업을 사업목적으로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협회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대부금융협회가 일방적으로 회원사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은 자산 10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과 부채 규모가 각각 70억원 이상, 또는 거래자 수가 1000명 이상으로 융자 잔액이 50억원 이상인 대부업체를 직권 검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점검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 롯데쇼핑ㆍ한국IBM 등도 ‘무늬만 대부업체’
한편, 실제로 대부업을 하지 않지만, 대부업체로 등록된 기업들로는 남양유업 외에도 롯데쇼핑ㆍ귀뚜라미홈시스ㆍ한국IBMㆍ서울옥션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사용할 현지 카드를 발행하기 위해 2009년 대부업체로 등록했다. 카드 발행을 위해서는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금융업으로 인가받아야 하는데, 그 조건이 해당국에서 금융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롯데쇼핑은 지자체에 신청만 하면 간단히 등록할 수 있는 대부업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IBMㆍ귀뚜라미홈시스ㆍ서울옥션 등은 남양유업처럼 물품판매를 위해 대부업으로 등록한 경우다. 고가의 물품을 대여 또는 판매할 때 거래상대자가 바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서 나누어 갚도록 하는 일종의 신용공여를 하기 위해서 금융업에 등록한 것. 이들 역시 가장 등록이 쉬운 대부업을 선택했다.


저신용자의 신용회복을 도와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 등도 대부업체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저신용자의 신용회복을 돕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소액금융지원, 고금리의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도 산업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업 등록을 한 것이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직권검사를 받는 자본금 100억원 이상의 100여개의 대부업체중 약 30여개는 ‘실제 대부업을 하지는 않지만 대부업으로 등록된’ 무늬만 대부업 겸업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 겸업 기업의 경우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대부업이 아니라 본업을 보조하기 위한 대부업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대부업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좋지 않아 대부업체로 등록된 것을 공개하기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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