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일제히 경기 부양 ‘올인’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9-20 16:37:04
  • -
  • +
  • 인쇄
성장 기조 부활여부 여전히 회의적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들이 일제히 경기 부양이라는 한 배에 올랐다. 미국처럼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던 나라들도, 중국이나 브라질처럼 새로 영향력을 키우던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쉽사리 되살아나지 못하는 경기를 다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자연스러운 세계 공조로 여겨진다. 그러나 경기부양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로 확인된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은 19일 자산매입기금을 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리는 등의 추가 금융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또 정책금리(0∼0.1%)를 동결해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앞서 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매달 400억 달러어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등의 제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6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무제한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브라질 같은 신흥 경제 강국들은 이미 경제 정책의 방향타를 부양 쪽으로 돌렸다. 지난달 22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역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을 통해 2천200억 위안(약 4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했다. 이는 인민은행의 단일 공개시작 조작사상 최대 규모였다.


인민은행은 이어 지난 13일에도 28일 만기의 역 RP 200억 위안 어치를 발행했다. 역 RP는 통화당국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국채나 정부보증채 등을 사들이는 공개시장 조작 수단의 하나다.


브라질 정부도 지난달 15일 사상 최대인 1천330억 헤알(약 74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또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8.0%에서 사상 최저인 7.5%로 0.5%포인트 내렸다.


◇ 암울한 성장전망 속 ‘극약처방’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발표된 경기 부양책에 따라 시중에 풀릴 자금의 규모는 적어도 수백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세계 주요국이 너도나도 부양 카드를 꺼내든 데는 좀처럼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장 전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3일 34개 회원국의 지난 7월 평균 경기선행지수(CLI)가 100.2로 한달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미 연준은 QE3를 발표하면서 올해 자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1.7~2.0%로 하향조정했다. ECB 또한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0.1%에서 -0.4%로 낮췄다.


일본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기대치의 절반에 불과했고,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민간 투자은행들도 줄을 이었다.


경기 부양책을 다시 내놓은 주요국 금융당국은 경제 주체의 심리를 낙관 쪽으로 돌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미 연준이 QE3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노동시장 전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무제한으로 MBS 매입을 지속하고 물가안정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다른 정책수단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QE3 규모나 일본의 자산매입기금 증액 방침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이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 부양조치로 경제활력? 글쎄…
그러나 연이은 부양 조치들이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기적인 성장 기조를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각국의 부양책들이 시장에 돈을 공급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뤄졌던 부양책들로 인해 실제로 얼마나 고용이 증가했는지, 실제로 얼마나 가계 소득이 늘어났는지 효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미 연준의 QE3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시의 상승세와 경기 회복을 동의어로 보기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의 유럽지역담당 수석 투자전략가 위르겐 미켈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채무국은 물론 독일에도 유럽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걸림돌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여정이 “매우 매우 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