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상’을 꿈꾸다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10-26 14: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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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험 쳐서 성적 매기는 것만큼 공평한 제도는 없단다. 지금은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절실하게 느낄 거야”


학창 시절, 수험 생활에 지쳐있던 기자와 친구들에게 선생님과 선배들이 해 준 얘기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이제야 이 ‘가르침’에 절실히 공감하고 있다.


최근 기능직과 계약직 공무원을 일반직으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ㆍ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허탈감과 반발을 드러내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여론은 주로 일반직 공무원과 공무원 수험 준비생들에게서 들리고 있다. “기능직 공무원들에게 일반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험과 같은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공짜로’ 전환시켜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기능직 공무원의 상당수가 ‘연줄’을 통해 임용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일반직으로 전환할 때, 최소한의 조건도 없이 말 그대로 ‘무조건’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무원 조직의 사기진작을 꾀한다”는 행정안전부의 의도와 전혀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의 출신 지역을 조사한 결과 입학 학생 총 460명 가운데 88%에 달하는 405명이 수도권 출신 학생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특히 “서울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 출신 학생이 서울 출신 학생의 3분의1 수준인 108명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며 “저소득층이나 다양한 연령의 학생 선발 비율은 미미했다”고 강조했다.


일정한 어학 점수를 확보하고, 법학 관련 과목 35학점만 이수하면 누구나 법조인의 길에 도전할 수 있는 사법시험 제도와는 달리, 로스쿨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불평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제 돈 없이는 법조인의 꿈을 꾸기 어렵게 됐다’, ‘나이 서른만 넘으면 아무리 실력 있어도 면접에서 떨어트린다고 하더라’는 등의 소문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기자 주위에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는 푸념이 많이 들린다. 평범한 사람이 실력으로 입신양명할 수 있는 길이 점점 줄어들고, 다소 부족한 사람이라도 소위 ‘연줄’을 통해 출세할 수 있는 기회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들었던 “그래도 시험이 가장 공평한 제도”라는 이 말을, 이제 기자가 후배들에게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 돈이나 연줄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상을 새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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