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대통령의 그릇된 '덕질'

여용준 / 기사승인 : 2016-11-18 14:28:24
  • -
  • +
  • 인쇄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을 ‘오덕후’, 줄여서 ‘덕후’라고 부른다.


일본말인 ‘오타쿠’가 변형된 말로 여기에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덕후’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손가락질을 한다.


얼마전 이런 덕후들에 대해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패러디해 ‘덕후 함부로 까지마라. 너는 누구를 한 번이라도 뜨겁게 사랑한 적 있냐’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덕후만큼 무언가(혹은 어떤 사람)에게 열정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한 언론매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청담동 차움병원에서 진료받을 당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길라임’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주인공 하지원의 극 중 이름이다.


해당 보도 이후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인용한 드라마 대사나 극 중 인물의 이름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저녁 8시 이후에는 TV만 본다면 그의 ‘드라마 사랑’을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들로 살펴보면 드라마 보는 것을 즐기고 극 중 인물의 이름을 즐겨 사용하는 박 대통령은 흔히 말하는 ‘드라마 덕후’인 셈이다.


‘덕후 용어’를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아이돌 덕후 사이에서는 “내 가수 소중하듯 남의 가수 소중하다”는 말도 있다. 과거와 달리 자신이 응원하지 않는 가수에 대해서도 존중한다는 뜻이다. 청소년 팬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남의 것’을 존중하는 문화가 퍼져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절대 존중하지 않는다. 국민의 뜻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국민도 쳐 낼 대통령이다.


이쯤 되면 “박 대통령은 드라마 뿐 아니라 권력과 돈의 ‘덕후’라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덕후’가 아닌 ‘중독’이다. 건전한 취미생활이 아닌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독’(毒)인 것이다.


‘덕계못’이라는 말이 있다. “덕후는 계를 타지 못한다”의 줄임말이다. ‘드라마 덕후’ 박 대통령은 결코 계(행운)를 타지 못할 것이다.


‘덕질은 주체적으로’ 하라는 말도 있다. ‘드라마 덕후’지만 드라마는 박 대통령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러니 드라마 같은 반전을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과 대통령직에 대한 ‘주체적인’ 결정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