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기업들 줄줄이 "희망퇴직 받아요"

양혁진 / 기사승인 : 2012-11-16 15: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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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도 못 피한 경기불황…구조조정 칼바람 온다

현대중공업과 유진기업등 해당분야 1위 기업들이 줄이어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으면서 업계 전체가 후폭풍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며 글로벌 경기위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히지만, 대선이후 정국에서 인력감축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서두르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미 글로벌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올해 희망퇴직은 현대중공업, 르노삼성,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업종을 뛰어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씨티은행 등 금융권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직장인들에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예고되고 있다.


◇ 현대중공업 희망퇴직 신청자는 100명뿐.. 추운 겨울 어디 가라고?
1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9일까지 3주동안 만 50세 이상, 과장에서 부장급 간부(생산직 제외) 23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에 대해서는 정년인 만 60세까지 남은 기간을 따져 24~60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정년까지 주어지는 학자금과 의료비도 일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은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인력은 올해 상반기 기준 2만4300명에 달한다. 삼성중공업(1만2945명)이나 대우조선해양(1만2042명)보다 두 배 가량 많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경쟁사보다 길어 평균 연령도 높다. 삼성중공업이 11.9년, 대우조선해양이 17.0년인데 비해 현대중공업은 17.9년이다. 저조한 수주도 희망퇴직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은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117억 달러에 그쳤다. 올해 목표인 240억 달러의 절반이 안 된다.


희망퇴직 접수 결과 신청자는 4.3%인 100여 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희망퇴직 신청자가 저조한 것은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 등이 불안정하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인 생활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신청자 가운데 심사를 거쳐 경영상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아 줄 방침이다. 아울러 추가 희망퇴직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종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이 과거의 사례처럼 재계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찌감치 제기된바 있다. 후발주자들의 연쇄반응이 불가피 하지 않겠는냐는 것. 레미콘 업계 1위인 유진기업이 차장 이상 간부급을 대상으로 인력 및 조직효율화 방안에 따라 희망퇴직을 받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유진기업은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해 개별기준 370억원 영업손실과 1375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 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면했지만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전반적인 경영여건은 좋지 않다.


레미콘업계는 일감 부족과 올 3월 레미콘 주재료인 시멘트가격 인상 등 원가인상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사정이 비교적 양호한 유진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선제적 위기대응에 나서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 금융권 희망퇴직 시작..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글로벌 경제불황의 여파로 시작된 희망퇴직은 업종을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향후 타 금융권으로의 확대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은행 측은 내년 영업환경 악화를 감안해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하고 노조와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경제 상황이 내년 1분기까지는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위기상황이 올 때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불곤 했다. 카드사와 보험업계까지 합하면 올 연말까지 줄어드는 인원은 약 3400명 가량으로 예상됐다.


씨티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1.9%나 감소했다. 지난 1분기에는 899억원의 순익을 거뒀으나, 이 역시 전년 동기대비 36.6% 줄어든 수치다.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수익 창출에 난항이 예상되자, 결국 은행 측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이다.


희망퇴직은 지난 2008년 이후 4년만으로 당시 씨티은행은 근속기간 5년 이상의 약 3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시행하는 퇴직이 아니고, 4년만에 실시하는 것이라 퇴직을 앞둔 장기근속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희망퇴직 실시 이후다. 씨티은행은 올해 전문직 등 20여명을 제외하고는 신규직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계약해지 등으로 영업점의 인력을 30여명 감소하는 등 인력 규모도 예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초 2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연말 또 한번의 희망퇴직을 계획중이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명예퇴직 대신 준정년퇴직제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기가 문제일 뿐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들이 퇴직 논의가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대부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이므로 좀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해보험업계의 맏형 삼성화재도 지난 14일 희망퇴직에 나서면서 연말 보험업계에도 감원 한파가 불어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날 희망퇴직 신청에 대한 내용을 공지하고, 19일부터 일주일간 희망퇴직을 신청받을 예정이다. 신청 대상은 40~50대 인력으로, 목표인원 수는 설정하지 않고 해당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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