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상실', 단일화 먹구름

양혁진 / 기사승인 : 2012-11-16 16: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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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중단 등 연일 잡음.. 양 캠프 ‘부글부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측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측이 연일 협상과정에서 잡음을 노출하며 단일화 후보 선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이 1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단일화 관련 각종 발언에 반발하며 '단일화 방식 협의팀'의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지난 6일 두 후보의 회동 후 대선후보 등록전까지 단일화에 합의를 했지만, 내부 사안을 두고 “디테일이 악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단일화 완주라는 절대 명제는 불변이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지만, 불신의 늪이 깊어지면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는 분위기다.


한편, 새누리당은 “극적결말을 위한 예정된 각본”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협상결렬과 극적합의의 수순으로 야권이 지지 세력을 집결시키는 전략이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 ‘화학적 단일화’ 최대 장애물은 결국 ‘신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건 경선 룰 협상 개시 하루 만인 14일 안 후보 측이 '안철수 양보론' 보도 등을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을 전격 선언하면서 부터다.


경선 방식과 시점 등을 두고 양측 신경이 날카로운데다 대선후보 등록일이 26일이어서 시간이 주는 압박감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의 '양보론' 보도와 관련해 국민펀드에 참여한 분들이 진위 여부를 심각하게 묻고 있고 일일이 해명하고 있다"며 "이른바 안철수 후보 양보론은 터무니없다. 이게 과연 단일화 상대에게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문 후보 측을 비난했다.


안 후보측은 백원우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안 후보 측 단일화 협상팀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 전력 관련 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유 대변인은 “문 후보와 민주당 측이 행한 신뢰를 깨는 행위는 한 두번이 아니었다. 우리 실무팀에 대한 인신공격, 실무팀 성원의 협의내용 이외의 자의적 발언 등이 있었다”며 "문재인 후보 측은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져 안철수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 측은 즉각적인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 먼저 백 전 의원은 트위터 논란이 일자 문제의 트윗을 삭제하고 선대위 정무특보직에서 물러났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일부 언론의 '안철수 양보론' 보도에 대해 "캠프의 책임 있는 사람은 그런 발언을 안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 후보 측이 의심하고 있는 분도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만큼 확대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후보도 "난감하다. 만약 오해가 있었다면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면서 진화에 가세했다.


이어 우 단장은 15일 "안철수 후보 측에서 협상중단 선언을 한 이후에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두 번에 걸쳐 통화를 하면서 유감을 표시했고, 오늘은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풀려고 하는 노력들은 그 노력대로 진행을 하고, 대화는 대화대로 재개돼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루빨리 협상테이블로 돌아와 달라는 간곡한 호소인 셈.


안철수 후보도 협상중단 후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실망을 했다.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며 ”당 혁신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 정치 실현과 얼마 시간이 남지 않은 단일화 과정을 마무리할 지 의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 혁신과제들을 즉각 실천해 달라.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협상이 재개되어도 양측이 한목소리로 강조해온 화학적 결합을 장담하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후보 캠프에선 ‘안 후보 캠프가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양새여서 몽니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있고, 안 후보 측에선 ‘문후보측이 앞에서 말하는 것과 속은 다른 사람들’이란 비난을 계속해 왔다.


이런 불신들이 쌓이면 결국 하나마나한 단일화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 후보는 128석의 역사와 조직력과 자금을 갖춘 제1야당의 대선 후보다. 정당의 존재이유는 권력의 쟁취다.


안 후보는 시민사회의 '열망과 기대'로 지금의 자리에 무소속 후보다. 정당도 조직도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다. 치열한 경선을 뚫고 대선후보가 된 문 후보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안 후보에 대선후보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심지어 다리마저 불사르고 온 안 후보로서도 돌아갈 길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안 후보 측이 '안철수 양보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안철수 캠프의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당에서는 쉽게 돌 하나 던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문제" 라며 "저희는 지금 의원 한 사람밖에 없는 상황이고 민주당은 127명의 의원이 있고 전국 정당의 모습을 가진 제1야당"이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신뢰가 없으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단일화 과정인데 이것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 최악의 사태 가능성 배제 못해
일단 단일화 협상이 아예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두 후보 측 모두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을 끝까지 외면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문 후보 측의 가시적 조치가 있으면 언제든지 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다. 또 경제복지ㆍ통일외교안보 정책 협의를 예정대로 가동키로 한 점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서 노무현 후보 쪽 2차 협상단 단장으로 나섰던 신계륜 민주통합당 의원은 단일화 협상 중단 소식을 전해 들은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편 진영이 의심하지 않도록 신뢰를 쌓아가는 일인데 빠른 시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2002년 상황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당시에도 본질보다는 사소한 부주의와 오해 때문에 협상이 세 차례 깨졌다가 재개됐다” 며 “앞으로 유사한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협상단과 캠프 사람들 모두 책임감으로 단단히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의 경우도 양측이 합의문까지 발표했다가 여론조사 방식 유출 공방이 벌어지면서 협상이 깨지고 2차 협상단을 꾸리고 난 끝에서야 간신히 재합의에 이른 바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지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캠프특성상 캠프내에서 여러가지 개별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몸집이 상대적으로 큰 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최악의 사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 새누리, 잘 짜여진 쇼…문재인에 화력 집중
새누리당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협상 중단 카드를 빼들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더 두고봐야겠다”며 사태를 관망하며, 야권단일화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보다 경계하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두 후보의 협상 결렬에 “정치가 장난이냐?”고 몰아세웠지만 야권 지지층 결집이 일어나지 않을까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지난 2002년 대선때는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후보등록 이틀전에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극적인 장치가 마련된 반면, 이번 18대 대선은 이미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여서 흥행성이 떨어졌던 것.


따라서 단일화 과정에서 감동을 주지 못하면 투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져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일찌감치 제기되곤 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협상 중지, 또 갈등, 그리고 후보 간 극적 만남, 그래서 극적합의, 이게 이미 정해진 각본” 이라며 “이미 잘 짜여진 대국민 관심끌기 쇼를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항상 즐겨 쓰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안형환 대변인도 이날 "민주당은 지난 10년 동안 세 차례 대선 중 두 번이나 이긴 화려한 전력을 가진 선거 캠프며 그에 비하면 안 후보 캠프는 아마추어적인 성격이 강해 민주당이 이길 수밖에 없다"며 “단일화로 가겠지만 새누리당이나 민간에서 오신 분들은 굳이 단일화를 해서 얻을 이익이 뭐냐, 정치적 미래가 암울하다, 그럴 바에는 3파전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기더라도 5년 후를 기대하는 게 낫다는 계산을 하신 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안 캠프를 지목해 자극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선거구도를 짜는 국면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선대위 한 핵심관계자도 “결국 문 후보가 되는 거 아니냐. 안 후보는 이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것 같다”며 “우리도 이에 맞춰 대응전략을 짜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방한계선(NLL) 발언, 문 후보가 재직한 법무법인 부산의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의 70억원 수임을 주요 소재로 `문재인 때리기'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한 진상규명특위를 각각 구성한 점도 단일화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대선이 한달여 남은 시점에서 야권이 연일 후보 단일화로 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여전히 고민꺼리다.


홍준표 전 대표가 이미 "새로운 파괴력,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밋밋한 대선으로 가면 우리는 아주 어렵게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말한바 있는 것처럼, 정치 쇄신과 경제민주화 등에서 ‘파격카드’를 꺼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치개혁과 개헌 논의에서도 야권에 선수를 빼앗긴데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 11일 발표한 18조원 규모의 가계 부채 종합 대책도 재원마련의 현실성에 대해 의문 부호가 켜져 있는 상태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야권 단일화 문제가 끝나야 본선무대가 개막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단일화 후에는 야권이 이슈 선점에 나서기가 힘들 것이다. 프레임이 단순 명확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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