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1천만 시대’가 활짝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1일경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0만번째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다. 이 같은 관광객 증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속도로 업계에서는 “한류 열풍, 관련 부처와 기업들의 공격적인 관광객 유치 전략 등이 어우러져 이뤄낸 쾌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2020년, 2천만 외래 관광객 돌파’라는 목표를 내걸고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숙박시설 부족, 바가지 상술 등의 불편 사례 신고가 이어지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1978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하는 데 그쳤으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1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00년에 500만명, 2010년에 700만명을 기록했다. 연간 관광객 1000만을 돌파하는 것은 2000년에 500만명을 돌파한지 12년만이다.
특히 2010년 이후 3년 만에 무려 300만명이상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도 매우 급속한 성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78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15%에 달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만 봐도 12.4%를 기록해 다른 주요 관광대국들인 미국(2.9%), 중국(2.9%) 등에 비해 월등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문화가 관광객 증가의 일등 공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에는 여전히 일본인 여행객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장금’, ‘해를 품은 달’ 등 인기 사극의 촬영지도 관광코스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선풍적인 반응으로 외국인들이 서울 광화문 앞에서 ‘말춤’ 플래시몹을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 최대인구 국가인 중국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바로 인접 국가인 한국에 호재가 됐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220만명에서 올해 290만명으로 30%나 늘었으며 7월 이후에는 월 30만명을 넘겨 일본을 제치고 방한객 1위 국가로 떠올랐다.
관광공사 측은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관광객 수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 관광객 유치에 보다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유통 및 산업 전반에 긍정적 기여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불황에 허덕이는 유통업계가 가장 반기는 일이다.
특히 올 최고의 수혜 업계로 꼽히는 것은 면세점이다. 실제로 올해 롯데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600만명을 돌파해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외국인 고객이 7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최악의 한해를 보낸 백화점도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인 관광객 덕에 국경절 기간만큼은 웃을 수 있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당초 예상(10만명)보다 많은 12만5천명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중국인이 한국에서 쓰고 간 금액은 2천700억원으로 추정돼 백화점도 톡톡히 특수를 누렸다.
롯데백화점은 전점 기준으로 중국인 매출이 작년보다 137.4% 증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기준(9월29일~10월7일)으로 260%,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기준으로 115% 상승했다.
수치화되지는 않았으나 최고의 관광명소로 떠오른 명동의 상점들이나 남대문 시장 등에도 역대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올해 찾았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관광객 증가가 장기적으로 내수 활성화를 넘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관광은 외화획득, 투자촉진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유발한다”며 “특히 일자리 창출에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숙박 인프라 확충 등 과제 해결해야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숙박시설 부족과 기승을 부리는 바가지 상술 등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300실인데 비해 공급은 2만8000실에 그쳤다.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8300실 이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서울에 숙소를 잡지 못해 부천이나 성남까지 가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라며 “관광대국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숙박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햇다.
지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방안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15년까지 호텔 객실 3만8000실, 대체 숙박시설 8000실 등이 추가로 확보된다. 최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바가지 상술 근절은 물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인들의 친절도를 높이는 일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모범택시로 위장한 콜밴 차량에 외국인 관광객을 골라 태워 비싼 요금을 받은 혐의로 20여명의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10월에는 국내 한 여행사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숙박시설이 아닌 사우나에서 자도록 했다가 이들이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 1천만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한국 관광이 한 단계 올라설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며 “정책적인 노력은 물론 관광 선진국에 어울리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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