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인하요구에 "검토 안해"

송현섭 / 기사승인 : 2015-01-16 1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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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휘발유·경유가격 인하여력 없다" 버티기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정부가 정유업계에 유류제품 가격의 인하를 요구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정유마진 축소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고부담이 크게 늘어난 정유업계는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면서 소비자 가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없는 정부의 가격인하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주유소업계는 유통비용도 7% 수준이라며 유류세를 탄력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 <편집자 주>

작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노력이 실패해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세를 감안, 국내 유류제품 소비자 가격을 내리려던 정부가 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정부가 유류제품 소비자 가격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유류세 인하 없이 정유업계에 가격을 일방적으로 인하하라고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먼저 유류세를 낮춰 '솔선수범'하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 9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석유·LPG업계 간담회'를 열어 유류제품 소비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김임용 LPG판매업중앙회 회장, 홍준식 대한LPG협회 회장, 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전무,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


이와 관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제 유가 인하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9일 에너지평가원에서 석유 및 LPG 유통협회 관계자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정유업계가 제품가격을 인하토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 유류세, 탄력적 운용으로 전환 필요


정부는 지역별 가격동향을 발표하고 알뜰주유소를 확산시키며,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가격을 내리겠다며, 자발적 동참을 기대하고 있으나 정작 업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져 불과 1년 전 104달러에 비해 반토막이 났으며, 작년 1월 평균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886원에서 올해 300원 떨어진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유 역시 작년 1월 ℓ당 평균 1705원에서 올해 1300원대로 하락했는데 국제유가가 급락했음에도 불구, 국내 휘발유나 경유 등 유류제품 소매가격은 변동폭이 적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보면 유류세가 정액으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원이고 교통세의 15%와 26%인 교육세와 주행세, 세후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까지 더해져 소비자 가격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유류세를 정액으로 부과하는 것은 국제유가의 변동과 무관하게 세원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이며,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 정유업계, 국제유가 하락분 이미 반영


이에 정유업계는 불만을 드러내며 한국석유협회 차원에서 이미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요인을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도 "전체 주유소의 90%이상은 이미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하고 있다"며 "전체 주유소가 국제유가 하락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또 "휘발유 가격 인하폭이 적은 이유는 전체 가격의 57%를 차지하는 유류세 때문"이며 "주유소 유통비용은 7%에 불과한 만큼 국제유가 하락폭 수준으로 판매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나가 주유소업계는 유류세가 탄력세로 전환된다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영국·프랑스 등 유럽지역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만약 유류세를 원유가격에 맞춰 탄력세로 전환할 경우 배럴당 40달러를 기준으로 소비자 가격이 ℓ당 1000원이하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정부가 솔선해서 유류세를 인하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정유업계나 주유소업계를 압박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든 현 정부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석유정책이 바뀐다"면서 "정부가 가격 인하와 관련해 업계에 협조를 구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압력 행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공요금 가격도 인하 유도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에 대한 가격 인하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석유제품 가격이 원가비중이 높은 업종에도 가격인하를 요구할 계획이다. 우선 각종 석유화학제품 제조업계와 버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및 항공사들의 운임 등이 인하대상인데 정부가 개별 제품가격을 직접 개입하는데 부담이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중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떨어진 만큼 제품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기본 정책방향"이라면서도 "유가가 해당업종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품목별로 상이하고 인건비를 비롯한 여타 인상요인을 정확히 체크하기 힘들어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유관업계가 자율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품목별 가격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업체간 경쟁 및 가격인하 유도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부 업종에 대해 가격 인하여력이 있는지 확인을 위한 원가정보 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공요금은 기관별로 재무상황에 따라 인상요인도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국제유가 인하분을 최대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초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5.9% 인하했으며 버스요금의 경우에도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 요금 인상을 가급적 억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자 물가의 하락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잇도록 일련의 대책을 마련해 내달 설 연휴 직전 물가종합대책에 포함시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정부, 유류세 '못 내리나, 안 내리나'


정부가 일단 유관업계에 유류제품 가격의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는 장기 불황으로 얼어붙은 국민들의 소비 진작과 경기부양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의 강력 반발에 부딪혀 자율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던 계획이 실패한다면 정부가 어떤 카드를 제시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최경환 부총리와 윤상직 산업부 장관 모두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만약 유류세가 국제유가 변동에 탄력적으로 운용되는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방식으로 세제를 개선한다면 업계에만 가격 인하책임을 떠맡기는 듯한 모순이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현행 유류세 관련 세금은 휘발유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1월 49%에서 연말에는 56%까지 급등했다. 이는 업계의 주장대로 유류세를 인하해야 가격이 떨어진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인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기본세율의 30% 내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이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법정세율의 30%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교통세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반면 정부는 공식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세제를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만일 유가가 하락했다고 세금을 내렸다가 이후 가격이 올랐다고 세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정부는 앞서 지난 2008년 3월10일 국제유가 폭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이후에는 결코 인하한 적이 없다. 게다가 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재정수입 중 유류세의 비중이 6∼7% 에 달하는 만큼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지난해 세수 결손액은 최저 10조원에서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4년 연속 세수부족으로 인한 적자재정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실제로 유류세 인하에 따른 효과가 있는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수년간 세수 부족이 이어져 유류세를 내릴 여지가 거의 없다고 입장을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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