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남긴 대선 히든 카드?

양혁진 / 기사승인 : 2012-11-30 1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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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직 내려놓고도 여전히 대선 키워드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의도 정가는 여전히 지방으로 내려간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가 어떤 시기 어떤 방식으로 선거전에 돌아올 것인가를 두고 온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안 전 후보는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캠프 해단식에 참석의사를 밝히면서 문 후보 지원과 관련한 입장 및 지원방식, 문 후보 캠프와 대통합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방침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힐 계획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의 20%가 부동표로 떠돌면서 18대 대선의 승패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안심(안철수의 마음)을 얻어야 안심이 된다”는 말이 나올만큼 안 전 후보 지지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양 캠프의 물밑 선거전은 갈수록 치열해 질 전망이다.


◇ 아직도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 허탈감 팽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안철수는 이제 전 후보가 됐다. 하지만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언론과 정가에서도 아직 안 전 후보라는 호칭은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언론 기사들에서도 아직까지 ‘안 후보’ 가 그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그의 퇴진은 갑작스러웠고 지지자들의 실망감은 컸다. 그 실망감은 후보 사퇴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로 나타났다. 안 전 후보 사퇴 이전까지 10~15%에 불과했던 부동층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사퇴 이후 20~25%로 크게 늘어났다. 결국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부동층으로 돌아선 중도·무당파 표심의 향배가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관련 기사를 연일 스크랩해 둘 정도로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였던 김모씨는 “(사퇴)결정과정이 뭔가 매끄럽지 못하다.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하는지 갑자기 알 수가 없게 됐다” 면서 “여권인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결국 기득권 세력이 아니냐. 안철수 후보가 새 술을 담는 새 부대가 되길 희망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투표는 할 것이다. 안 후보의 향후 행보가 굉장히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은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두고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안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새 정치의 꿈이 잠시 미뤄진 것”이라는 표현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이 후보사퇴를 이끌었지만 민주통합당이 새로운 정치의 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사를 확인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정치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 확실한 그에게 이제 목표는 지금 대선이 아니라 5년후 대선이 될 것이고, ‘정치 쇄신’을 강조한 그가 문재인 후보를 돕더라도 일정한 거리두기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안철수 5일만의 상경.. “지지자들의 뜻을 따를 것”
안 전 후보는 지난 28일 공평동 선거캠프를 찾아 캠프 본부장 및 실장급 인사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문후보를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등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닌, 저를 지지해 주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쌓인 문 후보와의 앙금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아직도 차후 행보를 결정하지 못해 칩거중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망감에 차 있는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앙금이 남아 있다 해도 안 전 후보가 직접 어떤 방식으로라도 선거운동은 돕겠다고 한 만큼, 차후 문 후보측에 도움을 주는 행보를 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유권자들도 불편해진 이 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이상, 안 전 후보가 선거 지원에 가담하더라도 적극적이진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당내 후보 경선으로 이명박 후보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박근혜 후보는 공식 선거 일주일 후에 선거운동에 참여했지만 이명박 후보와 동선을 달리 했으며, MB 정권 하에서도 일정부분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안 전 캠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정치권에 부상해서 그동안 보여준 행보는 절묘한 순간의 의미있는 행동이 대부분이었다” 면서 “시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겠느냐. 쉽게 말해 유세장에서 마이크를 잡을 가능성은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뭔가 안철수다운 후속 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 “안철수의 사퇴는 정치적 자살”
새누리당은 안철수 사퇴의 책임을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집중하며 지지층 흡수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안철수의 사퇴는 문자 그대로 사퇴일뿐 야권이 추구했던 단일화 후보를 선출하는 의미는 완전 퇴색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불과 일주일전까지 “안철수가 추구하는 게 권력욕에 불과한 구태정치”라고 몰아세우던 분위기에서 안 후보를 ‘구태정치 희생양’으로 표현하며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대선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안 후보의 후보사퇴와 관련 "안 후보의 등장은 분명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지루한 단일화 과정에서 결국 민주통합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 결국 프로정치집단인 민주당의 노회한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입당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한술 더 떠 “안철수의 사퇴는 사퇴가 아닌 정치적 자살”이라고 몰아붙였다.


이 전 총재는 27일 대전역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유세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겨냥하며 “통 큰 형님이라며 순진한 사람을 스스로 자살하게 만든 사람을 신뢰받을 수 있는 국가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냐”고 비난했다.


이 전 총재는 “문 후보는 정치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안 후보를 슬슬 구슬리다가 결국 벼랑에 몰아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했다. 사퇴는 정치적으로 자살한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야당의 단일화는 일종의 야바위 굿판이다. 안 후보가 그 속셈을 읽고 버티다가 결국 본인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며 “이것은 매우 비겁하고 안 후보가 말한 정직한 정치, 새로운 정치에도 반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도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이 열렬히 원했던 정치쇄신 방향은 권력형 부패 척결, 친인척 비리 척결, 여야 정쟁 금지, 공권력 오·남용 방지 등에 있었다”면서 “70-80%가 같은 방향이다.


안 전 후보의 쇄신안을 적극 보완하고 (새누리당의 정치쇄신공약에) 반영해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문재인ㆍ안철수 두 후보에 대해 당은 각각 준비를 해왔지만, 사실상 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면서 “두 후보 지지자들의 교집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공약에 대한 진정성과 정치 쇄신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다면 안철수 지지자들의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미 19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 재개와 관련해서 “야권 단일후보는 문 후보로 정해지는 수순만 남았다고 보고 이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초조한 민주당.. ‘전전긍긍’
민주통합당은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의 실질적 공조체제 구축이 늦어지면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안 전 후보가 28일 상경해 캠프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선후보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애가 타는 모습이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도움이 절실하다. 여야의 1:1 구도가 확정 된 후 선거 판세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이후 약 3주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1, 2위 순위가 바뀐 적은 없다.


2002년 대선 당시 단일화가 발표된 후 11월 25일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는 42.5%를 얻어 35.2%의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이는 단일화 당시 노무현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뒤 포장마차에서 러브샷을 하는 등의 화학적인 결합의 모습이 있었지만, 이번 단일화는 안철수 후보의 눈물 속 일방적 사퇴로 이뤄진 만큼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안 전 후보의 지지층 흡수는 커녕,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가 27일 꺼내든 대선 결선 투표제도 이러한 초조감의 연장선상에 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만 놓고 다시 투표를 치르는 제도로, 다당제 국가에선 이미 시행 중이다.


결선투표는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지금보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선을 두 차례 치르는 데서 오는 비용증가, 사실상의 양당제로 굳어진 국내 정치현실에서 결선투표의 실효성 의문 등은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결선투표제는 선거법 개정만으로 시행할 수 없어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안 전 후보와의 만남에 나서고 싶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조차도 안 전 후보측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고민 중이다.


진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국민 앞에 약속한 것처럼 정권교체를 위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구체적인 지원방법은 안 전 후보가 판단하고 결심하는 대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통합당은 안 전 후보와의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위한 방안으로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안 전 후보의 공약을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안 전 후보가 출마하면서 불러일으켰던 정치혁신과 새로운 정치의 뜻을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그대로 온전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반영했다”며 “안 전 후보측과 합의해서 이미 발표했던 새정치공동선언문도 그대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경제복지·외교통일안보 분야도 합의된 부분은 다 반영했고, 차이가 있는 부분 중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교육·농업 등 기타분야도 양측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후보측은 그동안 중재역을 맡아 왔던 재야 원로를 비롯한 외부인사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해 윤여준 문재인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단일화가 시너지가 없다는 것은 단일화가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생겼기 때문”이라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통합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위원장은 “오차범위내에서 뒤지고 있지만 다시 안 후보가 참여하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며 “그 동안 안 후보가 보여줬던 정치개혁의 문제의식을 빨리 현실적인 개혁으로 정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사퇴했지만 이번 대선은 여전히 안철수의 대선”이라며 부동층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그 지지층 중 60%는 문재인 후보, 20%는 박근혜 후보에게 갔고, 사퇴 이전 10%대였던 부동층은 20%로 늘어났다”며 “이 부동층 중에서도 적극적인 투표층을 어디에서 효율적으로 흡수하느냐, 안철수 후보의 대선 지원이 어느 선에서 이뤄지느냐는 대선 승부와 직결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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