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도매업계 “손 놓고 있다간 다 뺏긴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2-06 15: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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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물류업체 줄줄이 의약품 도매업 '진출'

제약사와 대형 물류업체들이 약품 도매업 진출을 하거나 앞두고 있어 도매업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에 타사 제품도 입점시키는 방법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대형 물류 업체들은 기존 배송라인을 활용한 도매업 진출이 가시화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자상거래업체들까지 도매업계를 넘보고 있어 도매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제약사의 도매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팜’은 최근 우수의약품유통관리기준(KGSP)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구축, 도매업 허가를 완료했다. 여타 제약사들의 쇼핑몰은 자사 제품 취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 하면 타사 제품도 취급하고 있어 도매업계의 눈총이 따갑다.


또 한미약품 온라인팜 영업사원이 약국을 대상으로 한미약품 직원임을 내세워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도매업계의 신경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제주도 지역 한미약품 영업사원들이 홍보물과 온라인팜 물품 리스트를 약국에 제공하면서 알려졌다.


온라인 쇼핑몰과 표준거래 약정서 갱신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도의 한 약사는 “얼마 전까지 한미약품 약국 영업사원이 온라인 쇼핑몰 명함을 들고 찾아왔다”며 “기존 제약사의 일반의약품 영업사원들이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온라인 쇼핑몰이 타사 제품 취급은 물론 타 온라인 쇼핑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사제품 이외에도 지명구매 빈도가 큰 국내 유명 제약사의 일반의약품 대부분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지역 제약업계는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타제약사 제품까지 취급을 하는 것은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약업계가 도매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업계 상도덕을 생각할 때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대웅제약 역시 다른 제약사의 입점을 추진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앞서 대웅제약이 운영하는 의약품 온라인 쇼핑몰 ‘더샵’에 3개 제약사가 더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자 도매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도회를 비롯해 제약도매협의회에 이어 도매협회 고문단·자문위원들까지 제약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의약품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도매업계는 ‘더샵’이 이들 3곳의 제약사 제품까지 온라인에서 판매하게 되면 도매업체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매협회 한 인사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더샵을 통한 의약품 주문을 종용하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본연의 업무가 아닌 유통업까지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도매업계는 제약사들이 약국 직거래보다는 보다 위험 부담이 적고 손쉬운 온라인 쇼핑몰 입점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도매업체들의 입지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한 도매업체 대표이사는 “제약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도매업체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어떤 형태로든 도매업계에 악영향을 미칠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약품 온라인 쇼핑몰은 CJ와 관계있는 팜스넷을 비롯해 대웅제약의 더샵, 한미약품의 온라인팜, SK와 관계있는 유비케어 등이 있으며 이들이 활성화되면 타 제약사들까지 진입을 고려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매업계 한 관계자는 “팜스넷, 더샵 등이 문제가 아니라 타 제약사들까지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게 되면 도매업계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온라인 시장이 미미해 시장 여파가 크지 않지만 온라인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 물류 업체도 ‘호시탐탐’
도매업체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형 물류업체들, 특히 외국 제약사와 거래하는 글로벌 규모의 물류업체들도 도매업계를 진출을 노리고 있어 도매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도매업체들 사이엔 “시장을 아예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물류 업체인 쉥커코리아·용마로직스·TNT코리아와 전자상거래업체인 팜스넷이 최근 KGSP를 획득하고 도매업 허가를 취득했다. 한국화이자제품의 창고 물류를 대행하고 있는 다국적물류업체인 쉥커코리아는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다.


의료부문에서 화이자를 비롯해 존슨앤존슨메디칼, 존슨앤존슨OCD, 베링거인겔하임, 로슈진단, 시로나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쉥커코리아는 각종 특수 보관 뿐 아니라 재포장 및 질소포장과 같은 특수포장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화이자 본사 가이드라인을 통과할 정도로 선진화된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어 도매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용마로지스와 TNT코리아도 비슷하다. 용마로지스는 이미 물류사업을 전문적으로 펼쳐온 업체로 기존 배송라인을 활용한 의약품 도매진출이 충분히 가능하고 TNT코리아는 이미 독일 제약사 멀츠로부터 의약품 공급을 맡아오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광주에 약 1700여 평의 대지에 물류센터를 완공한 팜스넷도 언제든지 의약품 물류 사업에 뛰어 들 수 있다. 팜스넷은 간접적으로 대기업인 CJ와 맞물려 있는 점이 위험 요소이다.


이들 업체들이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의약품 도매업계에 진출한다면 상대적으로 소자본인 기존 도매업체들은 설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대형 물류 업체들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의약품 도매 사업에 뛰어든다면 기존 도매업계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가 아직 무관심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 업계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판매 가격 합의 필요하다
도매업체들에게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대웅제약과는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매협회와 대웅제약 고위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온라인 시장 확대로 야기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도매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판매가격이었다. 도매업계는 가격이 오픈되는 온라인 쇼핑몰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샵의 판매가격이 도매업체들로 하여금 약국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웅제약 역시 업계의 입장에 공감,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합의서는 작성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제약사과 도매업체의 역할 측면에서 바람직한 과정이라는 목소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오해가 발생되면서 마찰이 있었지만 상호 윈-윈 하기 위한 해결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라며 “장기적으로 블루오션 시장인 온라인 시장은 제약사, 도매업체가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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