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편익상가 낙찰을 둘러싼 갈등이 2라운드로 진입했다. 청주시가 시장상인들의 요구와 여론에 떠밀려 1차 낙찰자인 건웅건설에 낙찰 무효를 통보, 2순위자인 기존 상인조합의 운영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건웅건설은 반발하며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번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찰 과정 자체를 허술하게 진행한 청주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청주시가 결국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편익상가 낙찰 결과를 뒤집었다. 시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일 자료를 내고 “(주)건웅건설에 상가 입찰무효 통보를 했다”며 “참가자격에서 부적격 요인이 발견됐고 입찰 절차 위반도 확인됐다”고 무효 통보 배경을 설명했다.
공단은 사업과 납세 실적에서 회사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회사 본점이 등기부등본 상에만 청주 다세대주택으로 돼 있을 뿐 청주·청원이 주된 영업소가 아니어서 지역제한 규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제3자를 통해 대리 입찰한 점도 낙찰 무효 사유로 제시했다.
공단은 도매시장 상가 낙찰 2순위자인 기존 도매시장 상인조합에 상가 운영권을 줄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여서 입찰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현배 상인조합장은 즉각 "시가 바르게 판단했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대기업만 막다보니…
이번 논란은 청주 도매시장내 54개 점포 사용·수익허가 일괄입찰이 ‘최고가 낙찰’로 진행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입찰에 식품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이 응찰한다는 소문이 돌며 상인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경실련 등 시민사회는 대기업 응찰 제한을 요구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낙찰자는 뜻하지 않게 자본금 3억원 규모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역의 건설회사였다. (주)건웅건설은 예정가(1년 사용료 약 2억7000만원)의 3배에 가까운 7억3100만원을 제시하며 상인조합을 제쳤다.
이에 우현배 농수산물 도매시장상가 협동조합장은 “지역의 유통업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기업만 막을 생각을 했지, 이런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몰랐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고 말했다.
54개 점포 상인들은 이번 낙찰을 대비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입찰 예정 가격의 배에 가까운 4억5000만원대를 써냈으나 떨어졌다. 현행법 상 점포의 전대(전세임대), 권리양도·설정 등을 제한하고 있어 상인들은 시장을 떠나야 한다.
이후 상인조합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건웅건설은 사업실적이 전무한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시는 낙찰 통보를 유보한 뒤 적격성을 심의해왔다. 실제로 건웅건설은 2010년 9월 13일 법인 등록을 했고, 2011년 5월 3일 수산물도소매업을 추가했다.
또 충북주택협회에 등록은 돼 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공사를 수주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주)건웅건설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고모씨는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 있는 정원수산의 공동대표로 현재 대전시와 명도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산은 노은시장 내에서 수산상가 3382m2를 낙찰 받아 2007년 7월부터 5년 동안 사용했지만 지난 7월 낙찰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J수산은 노은시장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어 대전시와 소송이 진행중이다.
정원수산의 노은시장 1년 사용료(낙찰가)는 9억9000만원이다. 대전 노은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수산업체가 청주를 점찍은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청주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훨씬 더 큰 5162m2의 면적에 낙찰가는 7억3100만원으로 메리트가 있는 데다 대형마트 사업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건웅건설 “실체 없는 의혹일 뿐”
이러한 의혹에 대해 상인조합은 문제를 제기했고 여기에 중소기업진흥공단까지 가세,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을 압박하자 공단은 결국 건웅건설에 낙찰자 통보를 미룬 채 적격성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자 (주)건웅건설 역시 발끈했다. (주)건웅건설은 지난달 29일 “청주시가 입찰을 무효화 내지 취소하겠다면 법적 쟁송을 통해 권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웅건설은 “청주시장의 (낙찰 번복) 입장 표명은 우리가 그동안 입찰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헛되이 만드는 조치이며,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이렇게 밝혔다.
(주)건웅건설은 “청주시가 루머를 토대로 법리와 상식에 어긋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영업실적이나 운영경험 여부에 대해 해명했다. 또 시장 상인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기존 시장 종업원들에 대한 고용승계와 시설 인수를 적극 검토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시는 ‘낙찰 무효’결정을 내렸고 결국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주)건웅건설은 “청주시가 실체 없는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 절차조차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입찰무효 결정의 근거로 삼았으나 어떤 물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범덕 청주시장이 시설사용료를 연간 7억3000만원을 내겠다는 건웅건설을 제쳐두고 4억5000만원을 내겠다는 시장상인조합에 상가운영권을 넘기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건웅건설은 이 자료에서 "청주시가 루머를 토대로 법리와 상식에 어긋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페이퍼 컴퍼니' 의혹에 대해 "영업실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세공과금을 성실하게 납부해 왔다"고 해명했다.
또 시장 운영 경험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 운영에 필요하다면 경험 있는 인력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장 상인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기존 시장 종업원들에 대한 고용승계와 시설 인수를 적극 검토해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 안정, 활성화 기여할 적임자 찾아야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입찰이 소신 없이 매우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하면서 책임은 청주시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애초 청주시가 시설관리공단에 맡기지 말고 직접 입찰을 추진하고, 입찰 참가 서류에 적격성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나 상가 운영계획서 등을 받았다면 현재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상가는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개인·조합·법인이 다 응찰할 수 있다. 따라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되는 구조로 이를 막기 위해 박상돈 시의원을 비롯한 몇몇 재정경제위원들은 “개별입찰을 통해 세수를 확대하고, 시장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일괄입찰을 강행, 이 상황에 이르렀다.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보도자료를 통해 “편익상가는 농수산물 도매시장 활성화에 많은 영향을 주는 시설인 만큼, ‘최고가 낙찰’이라는 단순 방식을 택할 것이 아니라 입찰 참여자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사업계획을 평가해 도매시장 안정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가 최종적으로 낙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