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제약업계 생존 '몸부림'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2-14 14: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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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리베이트에 ‘휘청’…경쟁력 확보 '사활'

올 한해 제약업계의 화두는 일괄약가인하와 리베이트로 정리된다. 일괄약가인하 조치 이후 제약사들의 영업지표는 일제히 후퇴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에 연초부터 터지기 시작해 올 한해를 관통한 리베이트 사건으로 상당수 제약사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이에 따른 행정처분 추징금 등으로 경영적으로도 힘들었다.


여기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며 제약사들은 내년도 경영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약사들은 나름 ‘투명시장 원칙’을 확립해 나가며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괄약가인하 이후 각 제약사의 영업성적표는 한마디로 낙제점 이었다. 매출은 뒷걸음 치고, 이익은 거의 바닥을 긴 것으로 각종 지표가 나타났다. 전체 보험용의약품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의 가격인하가 단행된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또 약가인하와 동시에 시행된 오리지널-제네릭 동일가 원칙은 제네릭의 더 큰 폭 가격인하를 불렀다. 오리지널과 같은 값으로 경쟁에 안되는 제네릭 입장에선 더 가격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한 손실분은 계산도 안된 각 제약 별도의 부담으로 남겨졌다.


토종 제약사가 입은 타격은 더 컸다. 오리지널 제품을 파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가격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더 많이 팔아서 메꾼 반면 제네릭에 의존하던 토종 제약사들은 의료진의 오리지널 선호에 눈물 흘려야 했다.


약가인하가 정부의 역할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행정행위라는 제약계 항변이 설득력이 충분하다 해도 엄연한 현실이었고 그 결과 전문약 매출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원외처방조제액 현황에서 다수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소폭 상승을 나타내는 데 비해 국내사는 큰 폭 하락을 나타냈다.


여기에 한층 강화된 리베이트에 대한 재제조치 또한 제약사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검찰 경찰 식약청 복지부 등에서 전사적으로 진행된 리베이트 조사로 제약사들은 ‘전전긍긍’했으며, 조사 결과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회사 이름이 노출된 제약사들은 뒤치다꺼리로 한 해를 소비했다.


특히 리베이트 제공으로 적발된 제약사 중 일부는 추징금 등 여파가 내년으로까지 이어지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마케팅과 리베이트 간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 속에 제약사들은 기존의 합법적 마케팅도 눈치를 봐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리베이트를 둘러싼 제약사와 직원들의 힘겨루기도 여전히 이어졌다. 정부의 포상금, 회사의 발뺌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 리베이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직원들의 내부고발로 일부 제약사는 경영에 타격을 받을 정도의 힘든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제약사 내부에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일괄약가인하에 따른 큰 폭의 매출 하락 등제약사들이 리베이트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인사는 “일괄약가인하 여파는 올해로만 그치지 않고 몇 년간 이어질 것이고 제약사들은 이익도 중요하지만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여전히 일괄약가인하와 리베이트라는 초강력 태풍의 영향권 하에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수립했어야 할 사업계획을 12월 중순 현재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다음해 사업계획은 통상 11월 말에 수립이 완료되지만 약업신문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12월 중순에 이른 지금까지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정에 수정 작업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가인하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국내외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경기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다”이라며 “임원들은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괄약가인하제도의 충격이 워낙 크다 보니 제약업계는 앞으로 2-3년간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체질 변경, 사업 다각화 등의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엿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회사 고위층에서는 이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는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꼴이다”며 “위기 상황을 근근히 버텨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제약업계 “우리도 숨 좀 쉽시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이후 제약업계는 위기감을 갖고 대응에 몰두해 매출부분의 타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인원도 줄이고 씀씀이도 줄이며 비용 최소화에 적극 나섰다. 제약사들의 이 같은 허리 때 졸라매기 덕분에 최근 영업실적에서 이익률 하락폭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다소의 안도감을 주고 있다.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들과 제휴를 통해 오리지널 도입에 안간힘을 썼고,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일반의약품 및 건강식품 활성화를 꾀했다. 신제품 발매 등을 통해 다소라도 매출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국공립 입찰에서의 1원 낙찰 등 비상식적 초저가낙찰 근절을 위해서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적정선의 가격을 회복해 기본적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투명하지 못한 불법 거래로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상당수 제약사들은 매출 타격을 감수하고 ‘리베이트 제공 금지’를 강력한 회사 내부방침으로 정할 정도로 투명 시장 확립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또 이번 기회를 계기로 리베이트 ‘올가미’에서 벗어난 제약사들은 후폭풍을 맞지 않으며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미래를 향한 틀을 마련하고 있다. 상위 제약기업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매출 창출을 위한 리베이트 욕구를 해외시장 개척으로 돌리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일괄약가인하로 어려움에 빠진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한 ‘혁신형제약기업’ 제도도 제약사들에게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비 증가는 제약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도매상들도 물류 대형화 선진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역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있다.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원칙대로 처벌하는 것이 맞지만 5~6년 전의 리베이트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리베이트 근절-연구개발-국제경쟁력 확보-국가경제 기여’ 등의 공식에도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내년에는 리베이트 근절 노력은 계속하되 ‘숨’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제약사 임원은 “이젠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연구개발 노력이 폄하되고 제약사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데 걸림돌도 됐다”며 “생존의 도구를 리베이트로 삼는 제약사야 어쩔 수 없지만, 내년에는 제약사들이 리베이트에 연루돼 할 일을 못하는 상황 안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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