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쇼는 이제 그만’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1-18 15:07:13
  • -
  • +
  • 인쇄
민주당, ‘회초리 투어’ 로 민심 수습나서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쓴 잔을 내리 들이킨 민주통합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후, ‘회초리 민생투어’를 통해 본격적인 민심수습 행보에 돌입했다. ‘회초리 민생현장 방문’ 공식 구호는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다.

이들 나름대로의 이런 노력에도, 민심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한 모양새다. “계파로 나뉘어 싸우기만 하다가, 이제 와서 절하고 다닌 들 무슨 소용이냐”는 것. 심지어 당 내부에서도 “헛다리 짚고 있다”며 원망 섞인 뒷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든 민주통합당이 ‘회초리 투어’를 통해 석고대죄에 나섰지만,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회초리 투어’로 석고대죄 나섰지만
민주당 비대위원들은 이날 지난 15일 광주 5ㆍ18 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회초리 민생투어에 나섰다.

이들은 참배를 마친 뒤 광주 YMCA 건물에서 민심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냉철한 비판 등을 직접 듣고 향후 민주당 쇄신 방안 등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16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2차 비대위 회의를 열어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고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어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한 뒤 부산 한진중공업 농성 현장을 찾았다. 또 18일엔 대전ㆍ충청지역에서 ‘회초리 민생투어’를 이어갔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전국 민생현장을 돌면서 국민들에게 회초리도 맞고 국민들의 말을 경청해 강도 높은 혁신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60년 정통야당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모든 게 제 탓이다. 국민만 보고 전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첫 ‘회초리 투어’의 방문지인 광주에선 5ㆍ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회의 삼배(三拜)를 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한 잘못에 대해 석고대죄한다고도 했다.

문 위원장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말을 인용해 “호남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없었고 광주가 없었으면 대한민국 현대사도 쓸 수 없었을 것이다”며 “나라의 고비 때마다 광주가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민주당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은 질래야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되는 대선에서 지고 말았다”고 사과했다.


◇ “절 한다고 달라지나”… 민심 ‘싸늘’
‘회초리 민생투어’에 나선 민주당의 이런 노력에도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다. 대선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계파 갈등’이나 ‘책임 떠넘기기식 행태’로 불신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 없이 일회성 행사만으로 과연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첫 ‘회초리 투어’ 방문지이자, 전통적 민주당 ‘텃밭’으로 알려진 광주 지역에서의 여론조차 곱지 않다. “진정성 없는 일회성 행사”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대선패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은 책임있는 인사들이 백의종군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며 “그런 노력 없이는 지역민들에게 ‘생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민들은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해 민주당에 몰표를 몰아줬던 호남지역이 대선 이후 ‘멘붕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민주당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였느냐”며 “각 계파로 나뉘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태를 되풀이하다가 이제 와서 삼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질책했다.

지역민들은 특히 “‘회초리 민생투어’를 하겠다더니, 정작 ‘회초리’의 내용이 없다”며 “지난 총선패배 이후 보여줬던 것과 마찬가지로 5ㆍ18묘역을 참배하고 시장 몇 군데 돌아보면 끝이냐”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원은 “대선 당시에도 호남 소외에 대한 불신감 속에 정권교체를 위한 친노그룹의 책임 있는 모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고작 대선후보의 형식적인 사과만 있었을 뿐”이라며 “대선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도 크게 다를 것 없다. 고작 ‘삼배’가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냐”고 비난했다.


◇ “쇼 하지 말라” 당내에서도 쓴소리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비대위가 ‘회초리 민생투어’를 통해 민심수습 행보에 돌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진정성이 없고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지원 전(前) 원내대표는 “비대위의 회초리 투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분명히 하며 “대신 민생현장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였는데, 이 선거에서 졌으니 국민들에게 회초리 맞아야한다”며 “그렇지만 그 회초리투어가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거 뭐 잘못했다고 전국 돌아다니면서 해봤자 똑같은 소리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회초리 투어가 전국에 다니면서 ‘우리 잘못했습니다’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그러한 대국민 사과를 몇 차례 하고 이제 바로 혁신의 길로 ‘우리가 이렇게 변해 갑니다’ 하는 것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며 “민생현장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의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회초리 투어와 같은 사죄 행보가 참 안쓰럽다고 생각한다”며 “역시 무엇을 반성하는지 무엇을 사과하는지 누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이런 것들이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퍼포먼스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것(회초리 투어)은 한두 차례만 하고 바로 대선 평가 토론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립묘지 가고 전직 대통령 묘역 방문하는 것은 너무나 잦은 행보다. 이런 것 보다는 민생 현장을 챙긴다거나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선 실패 후 남도 도보답사를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신계륜(서울 성북을) 의원은 지난 16일 “국민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탁상공론식 논의를 하고 있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신 의원은 민주정부 10년을 반성하고 혁신을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취지로 도보행진에 나서 지난 13일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인 하의도를 시작으로 전남 무안의 전남도청을 거쳐 이날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 도착했다.

신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권력과 지지자들 간의 간극이 있었다”며 “정권 교체에는 공감하지만 정권이 교체되지 않더라도 삶에 변화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자기 논리에 빠져 있다”며 “국민 현장 속으로 들어가 배우며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묵묵히 살아가는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회초리 민생투어’와 관련, “지도부가 상징적인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수많은 국민들의 눈물 속으로 들어가 민주당의 개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제는 정치적 구호로 감동을 줄 수 없는 시대”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역할을 갖고 대선 공약을 어떻게 할 건지 국민들에게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갔다.


◇ 커져만 가는 계파갈등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진영의 대선패배 책임론과 문재인 역할론을 놓고 연일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문재인 의원 조기복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친노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민주당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계파갈등이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설훈 비대위원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비노든 친노든 이번 대선 국면에 책임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대선에서 열심히 뛴 분들은 좀 쉬어야 하기도 하고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번엔 2선에 좀 물러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설 위원은 문재인 역할론에 대해 “문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은 해야 하지만 당 대표로서 또는 당의 대선후보로서의 위치와 같은 부분에서는 쉬어야 한다”며 “국민의 생각도 ‘대선에서 패배했으니까 좀 쉬시오’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을 이었다.

김영환 의원은 “친노는 실체가 없다”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발언에 대해 “정말 이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한명숙ㆍ문성근ㆍ이해찬ㆍ문재인 대표들이 다 친노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친노가 어디 있느냐’, ‘책임질 사람이 어디 있느냐’란 식의 태도를 보여서는 민주당의 쇄신이 어렵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야당이 선거에 지고서도 당권을 계속 가지려고 하는 계파정치가 패권을 낳고 있다. 야당 귀족주의를 허물어야 한다”며 “당이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면서 집권을 위해서 과감한 기득권을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 측은 “친노냐 비노냐, 주류냐 비주류냐란 식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판하는 것보다 당내에 있는 계파적인 요소들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 철학을 계승한다는 의미의 친노라면 모르겠으나 이것을 하나의 당권투쟁, 권력투쟁 또는 어떠한 목적을 위한 개념범주로서의 친노를 모두 일괄해서 말씀을 지적하시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우리가 무슨 파다, 무슨 파다, 나눠서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어떤 지적을 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내 탓이오’라는 생각을 갖아야 한다”며 “정말로 이제는 민주당 내에 있는 계파적 요소들을 하나씩 없애가는 작업에 모두 다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