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 물 건너가나

박희진 / 기사승인 : 2011-09-14 11: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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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국내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 여전…자본시장법 국회통과도 미지수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꿈이 ‘9월 위기설’과 맞물리면서 추진동력을 잃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형 대형 IB(투자은행)의 출현을 담보할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10월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 2008년과 유사하게 진행되면서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9월 위기설’이 시장 안팎에서 나오면서 금융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대형 IB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 한국형 대형 IB 육성은 시기상조라는 정서가 시장에 완연하기 때문이다.


◇9월 위기설…금융시장 분수령


▲ [굳은 표정의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은 한국판 골드만삭스, 즉 대형 투자은행(IB)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유럽 재정위기 및 국내 금융시장 악재 등으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내외적으로 9월에 대형 금융이슈가 몰리면서 9월 위기설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는 오는 9월이 변곡점이 될 예정이다.
유로존 내에서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9월 돌아오는 약 60조원의 국채 만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심이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페인 등으로 퍼져나갈지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아울러 유럽 재정위기의 시발점이었던 그리스도 9월 중에 채무조정 협상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미국계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들의 지원 대출 담보 요구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향후 추가 지원이 지연되는 요인이 되며, 이는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회원국들이 핀란드와 그리스의 담보제공 합의를 막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대출 담보 요구가 연쇄적으로 전개되면 구제금융 실시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고민이다.


◇가계부채·저축은행 등 ‘악재 여전’


국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와 저축은행 감사결과 발표 등이 맞물리면서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가계 부채는 876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3개월 만에 18조원이 늘어난 데다 작년 같은 기간 대출 증가액 16조5000억원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부채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가계부실이 큰 폭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가계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9월 가을 이사철까지 시작되면 전세값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전세 자금 대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금리를 올려 대출 증가를 단속할 경우 경기 침체를 가속시키고, 가계의 이자부담만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에게도 주요 관심사다. 지난달 홍콩에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주도로 개최된 HSBC, 모건스탠리, UBS 등 주요 글로벌 금융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서도 가계부채가 이슈가 됐다.
글로벌 금융회사 CEO들은 권 원장에게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가계 부채 문제가 금융사들의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9월 말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정리에 나서면 지난 4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의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뱅크런 사태와 같은 폭풍이 몰아칠 정도는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법, 국회처리 불투명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금융당국은 난처해졌다. 김석동 위원장의 한국형 IB육성론이 상당부분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강등 사태의 여파로 국내증시가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많이 떨어지는 등 국내 자본시장이 대외요인에 취약한 상황에서 IB육성에 대한 설득력이 약화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7월 말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을 헤지펀드의 투기장으로 만드는 개악안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시장 안정성이 훼손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추진에 대한 김석동 위원장은 의지는 확고하다. 앞서 IB육성이 꿈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 온 김 위원장은 “남이 죽어도 안 된다는 것을 반드시 해 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 등의) 이런 여건에 있지만 미래를 위한 설계를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부분에서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의 지속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수적이란 의미다.
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중 민주당 박선숙, 우제창, 이성남,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 등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제창 의원은 “대형 IB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고 헤지펀드 등은 분쟁해결 절차 등 인프라가 먼저 갖춰진 뒤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밝힐 정도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분위기도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당 한 관계자는 “당론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글로벌 금융산업이 출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투자은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10월 국회 처리가 쉽지 않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우군은 있다. 증권가 등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위에서 자본시장 개정안을 만들 때부터 적극적으로 의사개진을 해 왔다. 장건상 금투협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협회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원만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무위원들에게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설득해 동의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IB가 반드시 역할 한다”는 것은 김석동 위원장의 소신이다. 김 위원장이 ‘9월 위기설’이라는 난관을 뚫고 자본시장법 개정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의 여부도, 역시 9월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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