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성제개발과 ‘부당거래’ 의혹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2-15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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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ㆍ경영승계… 빗나간 아들 사랑?

▲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영향력을 지배하고 있는 그룹 계열 건설사 성제개발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커피믹스 업계의 최강자로 알려진 동서식품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사실상 영향력을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물량을 밀어주고 나아가 이를 발판으로 편법 경영 승계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의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동서식품을 둘러싼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커피 회사가 건설사에 일감몰아주기?
‘맥심’이라는 커피믹스 시장 대표상품으로 잘 알려진 동서식품은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튼실한 매출규모를 갖춘 식품전문기업이다.


이러한 동서식품이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구설수에 올라있는 상대 회사는 같은 동서그룹 계열사인 ‘성제개발’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86년 6월 ‘유동개발’로 설립, 1990년 3월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건축공사업, 임대업 등이다.


지난 1월 기준, 공시에 따르면 건설업을 영위하는 동서 계열사 ‘성제개발’은 동서와 그 오너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성제개발의 지분 구조는 ㈜동서가 43.09%, 김 회장이 지난 2010년 장남 김종희 상무에게 증여한 32.98%, 김동욱ㆍ김현준 등 오너일가 3세가 각각 13%, 10.93%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상 김 씨 일가의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인데, 특히 ㈜동서를 제외하면 개인 지분 소유자로서는 김종희 상무가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처럼 오너일가가 지분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계열사에 의구심이 드는 정황이 포착됐다. 김 상무가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2010년부터 동서와 성제개발 사이의 거래내역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성제개발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동서와 그 계열사로부터 20억에서 61억 미만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0년 김 상무가 대주주에 등극하자 양사의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2010년 124억에서 2011년 177억원으로 대폭 증가한 것.


성제개발의 총매출액과 양사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면 상황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성제개발의 총 매출액이 2006년 104억에서 2011년 189억으로 85억원 증가했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19%대에서 93%대로 급증했다. 2010년에 54%대에서 90%로의 진입이 이뤄졌다. 이는 성제개발의 최근 실적 대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같은 재무제표 내 수치를 근거로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장남 김 상무를 위해 일감을 몰아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즉, 절묘하게 김 상무가 지분을 받는 시점을 전후로 내부거래율이 치솟으면서 김 회장이 아들인 김 상무가 상당 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게 된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동서 내 김 상무의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편법승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더욱이 김 상무가 보유한 모회사 동서의 지분이 2010년 3.46%에서 가장 최근(지난해 12월 3일 공시) 9.33%까지 큰 폭으로 증가하자 이같은 우려는 의혹으로 확산됐다.


게다가 김 상무는 계열사 수익이 급증한 2011년 2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모 회사의 주식 123억원 어치를 매입한 사실은 이런 논란을 가속화했다.


◇ 동서 “터무니없는 낭설일 뿐”
하지만 이에 대한 동서의 입장은 확고하다. 동서와 성제개발의 거래내역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과는 무관”할 뿐더러 관련 내용이 김 상무의 편법승계 의혹으로 확산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입장이다.


동서 측 관계자에 따르면, 동서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성제개발을 시공사로 선정, 물류센터 두 동을 건립했다. 이같은 비정기적인 창고 건립으로 인해 그 시기 성제개발의 내부거래 매출이 급증했다.


또한, 건설업 외에 주유소 사업을 진행했던 성제개발이 지난 2009년, 악화된 수익성 탓에 주유소 사업을 위탁으로 돌리면서 2010년 매출비중에서 동서의 내부거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성제개발의 2012년 감사가 다 끝나진 않았지만, 지난 2011년 총 매출액(189억)에서 50억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출규모는 100억 대로 늘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귀 사가 문제제기한 것처럼, ‘일감몰아주기’가 맞다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서가 전국에 물류센터 수십만개를 지어 몇천억쯤은 몰아줘야 맞지 않겠느냐”며 “해당 의혹은 터무니없는 낭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편법승계 의혹에 대해선 “김 상무가 지난 3년간 성제개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8억원”이라며 “이 배당금으로 모회사의 지분은 1%도 살 수 없고, 최근의 지분 매입은 정당한 증여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김 상무의 주식 매입 부분에 대해서는 “배당금을 이용한 모회사 지분 매입 증가분은 0.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증여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취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새 정부의 ‘칼날’ 피할 수 있을까
지난달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를 금지하고 부당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중소기업청장이나 감사원장 등이 고발을 요청할 때,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지배 구조 규제보다는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 지원 제재에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행위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 성립 요건인 ‘현저성(과다한 경제적 이익 제공)’과 ‘부당성(공정거래저해성)’ 등을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원주체와 함께 지원객체(수혜기업)도 제재하여 부당이득을 환수하기로 했다.


더불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효율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는 등 형사와 민사적 제재 수단을 확충하는 계획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서식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정부분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경제민주화’의 확립을 위해 일감몰아주기는 물론 불법·편법 승계를 엄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동서그룹 오너일가의 향후 움직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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