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양혁진 기자]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담합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표적인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부동산중개·미용실·서점등에서 이런 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친목모임을 만들고, 매물 정보를 독점해 업자간의 공정한 거래를 막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친목회인 오중회의 회장 이 모씨가 오중회를 통해 다른 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사업방해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불황의 깊은 늪 때문?
오중회는 2008년3월13일-2011년8월18일까지 회칙에 일요일 영업금지, 비구성사업자와의 공동중개금지 등을 규정하고 위반시엔 범칙금 50만원, 제명 등 강한 제재수단도 같이 명시했다. 또 회원 중 한 곳에서 “아파트 물건을 저희 중개사무소에 전화해 내 놓으시는 모든 분들께 영화관람권 2개를 드립니다”는 광고홍보문을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된 것을 철거토록 통지하기도 했다.
오중회엔 서울 오금동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자 70여명 중 54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부동산 거래정보망을 이용하지 않고 각자가 매물정보를 보유하며 정보를 외부로부터 차단해 왔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친목회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중회처럼 부동산 중개업자 친목모임에 대한 검찰 고발은 올 들어 벌써 두번째다. 공정위가 부동산중개업자 친목모임을 검찰에 고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로 그전에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부과에 그쳤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불법 행위가 늘고 정도가 심해지면서 2011에서 2012년 사이에 12건의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2012년 4년 새 전국 주택매매는 89만 3800건에서 73만 5400건으로 17.7% 줄었다. 특히 서울 지역은 43.3%(14만 7000건→8만 3300건)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 보유자는 20.4%(27만명→32만 6000명) 늘었다. 매물은 줄어드는데 사업자는 많아진 셈이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지방의 한 혁신도시 개발 지구는 주택 개발이 한창인 곳이어서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여기저기 난립해 있지만, 그 흔한 플랜카드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도 있다. 경품행사나 신문에 딸려오기 마련인 전단지 광고조차도 전혀 없다. 일부 중개업자들이 담합했기 때문으로 이들은 매물정보를 독점하고 업자 간 자율 경쟁을 막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워낙 어렵고 중개업소가 많아 업계에서 왕따가 되면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쉽다”며 “경기가 장기불황으로 이어지면서 담합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정보교환 없으면 문 닫는 건 시간문제
이 관계자는 “부동산은 정보가 생명이다. 거래정보 교환이 안 되면 버텨낼 수 없는 구조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중개업자 모임의 힘이 세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신규 중개업자들의 신고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0~2012년 수도권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사업자단체금지행위로 공정위에 신고된 건수만 약 200건에 이른다.
중개업자들은 벌금까지 정해 부동산 거래수수료 하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1-7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활동한 상일중우회는 ‘중개수수료율을 법정 요율 이하로 낮추지 말 것’을 회칙으로 정했다. 이를 어기면 법정중개수수료 2배 벌금 혹은 300만원 벌금 중 액수가 높은 쪽을 적용하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흥정 한번 못하고 냈다. 결국, 상일중우회의 유모 회장도 지난달 검찰에 고발됐다.
시·도마다 조례로 각각 상황에 맞게 정하도록 한 중개수수료 법정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17개 시·도가 모두 6억원 이상은 거래금액의 0.9%, 2억 이상~6억 미만 0.4%, 5000만 이상~2억원 미만 0.5%, 5000만원 미만은 0.6% 등으로 똑같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 중개업자가 자율적으로 법정한도 밑으로 적용할 수 있는데, 무조건 상한으로 받는 것을 중개업자 간에 미리 약속하면 제재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골목상권은 그들만의 리그?
지난해에만 계란유통협회, 건축관련 사업자단체,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치과의사협회, 스키보드렌탈협회 등 전문직에서 단순 자영업까지 친목모임을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 로 다른 사업자의 진입을 차단했다.
2011년에는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대한미용사회, 서점조합, 어시장사업협동조합, 종합주류도매업협회, 전국고용서비스협회 등 미용, 서점, 시장, 주류도매까지 다양한 분야의 모임이 모임밖의 자영업자들을 괴롭혀왔다.
이중 부동산중개업의 불공정행위는 매년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2010년 현재 8만3361명이 부동산중개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이미 과당경쟁상태에 들어가 시장점유율을 다툴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담합도 신고로 인한 조사비율이 절대적이다.
2011년에 접수된 사업자단체금지행위 144건 중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한 것은 16건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128건은 다른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못하겠다면서 신고한 건이다. 글로벌위기 이후인 2007년부터 4년간 접수된 539건 중 공정위 직권조사는 70건으로 전체의 13.0%에 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친목모임을 만들어 다른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더욱 은밀해지고 공고해지는 것 같다” 면서 “현실적으로 자체 조사를 통해서는 쉽지 않고 신고를 중심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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