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자신이 ‘보통 사람’임을 강조한 정홍원 후보자. 국무총리직을 향한 그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렸다. 검사 시절의 ‘봐주기 수사’, 아들 병역 면제와 관련된 의혹, 급격한 재산 증식 등의 논란이 일면서, 그가 강조해온 ‘보통 사람’ 이미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에 앞서 총리 후보자로 선택됐던 김용준 전 후보자는 결국 인사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중 낙마한 바 있다. 정홍원 후보자가 오는 20~22일 열릴 청문회의 벽을 뚫을 수 있을지, 아니면 김 전 후보자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정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與野 “꼼꼼하고 철저히 검증할 것”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0~22일 열리는 가운데, 과거와 달리 날짜별로 주제를 정해 실시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특위)는 지난 13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원유철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특위는 오는 22일 오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기존에 여야가 합의한 대로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여야는 새로운 인사청문회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일자별로 검증 주제를 나눠서 실시하기로 했다.
청문회 첫째날인 20일에는 정 후보자의 국정운영 능력을, 둘째날인 21일에는 공직 시절 활동 평가와 도덕성을 주제로 검증하게 된다.
이어 22일 오전에는 정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급여와 수임료, 아들 병역의혹 등에 대한 증인ㆍ참고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번 청문회는 2.5일이 걸리는 셈이다.
또 이번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정 후보자 추천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정 후보자가 원할 경우 가족이 배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청문특위는 원유철 의원을 위원장으로 새누리당 홍일표ㆍ이진복ㆍ이장우ㆍ김희정ㆍ신동우ㆍ이완영 의원, 민주통합당 민병두ㆍ전병헌ㆍ이춘석ㆍ최민희ㆍ홍익표 의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원 위원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검증을 통해 총리의 국정수행능력ㆍ정책ㆍ비전ㆍ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청문회가 되도록 하자는데 여야가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국정을) 이끌어 나갈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초대 총리로서 부끄럽지 않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할 것”이라며 “다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망신주기ㆍ신상털기 식 청문회가 아닌 품격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정홍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와 정 후보자의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발목 잡는 검증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시간에 쫓겨 우물에서 숭늉찾는 청문회는 하지 않겠다”며 “새 총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꼼꼼한 검증으로 실권 총리의 자격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몰아치기 청문회를 하려고 하지만 민주당은 수박 겉핥기식 검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 후보자의) 개인적 소신과 국정철학 보유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또 “정 후보자의 일정이 대통령 보필이었다. 그러면 비서실장이 적임이다. 무늬만 책임총리로 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정 후보자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에 부합하는 사람인지 검사, 변호사 재직 시절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정 후보자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검사 재직 시절 ‘봐주기 수사’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4년 새 13억… 갑작스런 재산 증가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후보자가 16년간 재산이 15배정도 늘어난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2011년 8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19억7300여만원을 신고했고, 47.5%인 9억3900만원 가량이 예금이다.
정 후보 본인 명의로 8억1000만여 원을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사에 예치했고 부인 이름으로는 국민은행, 삼성생명보험, SK증권 등에 8400만여 원을 맡겨뒀다.
부동산은 본인 이름으로 서울 아파트와 경남 김해 땅을 소유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전용면적 129.93㎡ 아파트 한 채(2010년 말 공시지가 기준 6억2800만원), 경남 김해시 삼정동 땅 466.3㎡(1억9000만여 원) 등이다. 정 후보는 1억6900만원 상당의 태광CC 골프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정 후보 재산은 2004년 법무연수원장 재직 시에는 5억6000만원이었으나 2008년에는 19억3500만원으로 4년 새 13억7500만원 늘었다. 주로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받은 고문료와 부동산 가격 상승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06년부터 2년간 이 로펌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법조계에선 당시 고검장급 퇴임자에겐 연간 수억 원대 고문료를 주는 게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로고스 측은 “고문료 지급 내역은 인수위원회에서 공개하기로 했다”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 후보 외아들인 우준 씨는 재산 내역 고지를 거부했다. 우준 씨는 현재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사법연수원 38기)로 근무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재산과 관련,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정 후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2011년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재산 신고를 했다”며 “그 이후에 재산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원천징수 자료 등을 토대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 1급에서 5급으로… 아들 병역 ‘납득 어려워’
정 후보자의 아들 우준 씨의 병역 문제도 걸림돌이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 후보자의 아들 병역문제 등이 상당히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철저한 검증을 암시했다.
그는 “정 후보자가 창원지검ㆍ통영지검 검사시절 아들이 1997년 신체검사할 때 1급 현역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유로 해서 4년 동안 입영을 하고 있지 않다가 2001년에 다시 재검을 받아서 허리 디스크라고 해서 5급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유를 들어보니 대학원 석사를 하면서 각종 장비를 다루는 실험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있다가 여름 휴가철에 6시간 운전을 하게 돼서 그게 심해졌다”며 “치료를 받다가 재검을 받아서 그랬다는 건데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은 우준 씨의 병역 면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 “정 후보자 아들이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에서 석ㆍ박사 공부를 했는데, 대학원을 수료할 때 통증이 너무 심해서 강남성모병원 등 여러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조만간 병원진료 기록 제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 후보자 아들이 현직 검사인데 병역에 문제가 있었다면 검사가 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검사 시절 ‘봐주기 수사’ 논란 도마 위로
정 후보자가 검사 시절 맡았던 의정부 법조비리,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 등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간의 검사 생활에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비교적 ‘뒤탈 없는 수사’를 해온 것으로 정평이 난 정 후보자는 그러나 몇몇 정치인 관련 사건과 법조계 내부 비리 사건에서는 ‘의혹 털어내기’나 미온적 수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후보자가 처리한 사건 중 수사 당시 논란이 됐던 것으로는 ‘국회 노동위 돈 봉투 사건’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등이 꼽힌다.
‘국회 노동위 돈 봉투 사건’은 당시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 사장이던 김택기 전 의원이 자신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위증했다가 고발당할 처지에 놓이자 국회 노동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었다.
노동위 소속 김말룡(민주) 당시 의원이 한국자보 측에서 김택기 사장의 명함과 함께 돈 봉투와 과일 바구니를 보내왔지만 돌려보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김 의원은 “다른 의원들에게도 로비가 갔을지 모른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대됐다.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 특수1부는 당시 부장검사였던 정 후보자를 포함해 4명의 검사가 투입돼 총력전을 폈다. 검찰은 그러나 김택기 사장 등 경영진 3명을 뇌물공여 의사표시 및 국회 위증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당시 한국자보가 조성한 리베이트 자금이 63억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도 의원들에게 전달하려 한 로비자금은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한 800만원이라고 발표해 ‘로비 미수 사건’으로 사건을 축소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정 후보자가 1998년 서울지검 3차장검사로 재직하면서 처리한 ‘의정부 법조 비리’ 사건은 과거 ‘사법부 봐주기 수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정 후보자는 특별범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결과 1997년 의정부지법 주변에서 형사사건을 주로 처리하던 변호사가 현직 판사 15명에게 명절 떡값, 휴가비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10명은 향응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 중 금품 수수액이 많은 판사 3명에 대해서도 사퇴를 조건으로 사법처리를 유보한 것을 비롯해 판사 15명 전원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조건부 사법처리 유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자 정 후보자는 “기소할 정도로 사안이 중하고 대가성이 있다면 판사라도 처벌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사법처리하기는 적절치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판사 비리에 앞서 검사 비리 사건에서도 정 후보자가 이끌던 특별수사본부가 비리 혐의가 있는 검사 2명을 수사했으나 실제 처벌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선에서 그쳤다.
당시 검찰은 변호사로부터 의정부지청 소속 김모 검사가 500만원을 받고 부부장 검사 한 명이 후배 검사들과 함께 향응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를 특정 사건에 대한 대가 관계가 아니라 단순한 개인적 돈거래나 향응으로 판단해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 외부에서는 ‘내부비리라고 너무 미온적인 게 아니냐’,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털어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정계 인사들은 “오는 20~22일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무총리직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할 수 있을지, 김용준 전 후보자의 전철을 밟을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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