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입한 상조회사가 사라진다면…”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2-22 14: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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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두 번 울리는 부실 상조회사

▲ 상조회사가 난립하면서 일부 상조회사들의 부실과 경영 부조리로 인한 가입자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핵가족화에 이은 고령화사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장례행사에 관련된 물품과 서비스 제공을 대행해주는 상조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조회사들의 부실과 경영 부조리로 인한 가입자들의 민원도 갈수록 쌓이고 있다. 가입자들은 상조회사의 도산과 매각, 대주주들의 횡령 등으로 가입 당시 약속했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달이 내왔던 할부금마저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 가입자 350만명, 부실업체도 많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상조회사는 307여개. 가입회원 수는 351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입자들의 형제자매와 그 직계가족까지 감안하면 전 국민의 절반이상이 상조회사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상조 가입자들이 낸 선불식 할부금, 즉 예치금 총액 규모는 약 2조4676억원에 달한다.


2008년도에 281개 업체에 가입회원 265만명, 고객불입금 8989억원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업체 수는 10%, 회원 수는 32%, 불입금은 1.74배 각각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 1982년 우리나라에 첫 상조회사가 탄생한 이래, 장례식ㆍ품앗이 풍속이 급속히 쇠퇴하고 핵가족화 및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상조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2010년 상조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400여 개 이상의 상조업체들이 난립해 영업을 해왔으나 경영부실ㆍ도산 등으로 100여개 업체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 등으로 탈락 약 100여 개 상조회사에 가입한 가입자는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이 불투명해 언제든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상조회사들의 규모도 영세하다.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상조회사와 관련된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외부회계감사 대상이 되는 자산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2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79개 업체는 재무 상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 ‘상조대란’ 이후 규제 강화했으나…
지난 2010년에 발생한 B상조와 H상조 등 업계 선두급 상조회사 대표들이 수백억원 대의 공금 횡령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면서 상조 대란이 일어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당국이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상조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2010년 9월 이전에는 상조서비스업은 자유업으로 누구나 사업을 벌일 수 있었으나, 일부 업체의 경영부실과 불건전한 운영으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규제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규제의 핵심은 상조회사의 부도나 경영부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상조회사를 선불식 할부사업자로 규정하고 고객인 가입자들에게 받은 돈(할부금. 상조업계에서는 ‘부금’이라고 한다)의 30% 이상(2014년 3월부터는 50%)을 공제조합이나 지정 은행에 소비자피해보상보험금으로 의무적으로 예치토록 하는 것이었다.


선불식 할부거래는 소비자가 대금을 미리 지불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은 장기간 후에나 제공받게 된다. 이에 따라 계약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피해를 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소비자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대책으로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체결 의무화, 등록 및 신고 의무화 등을 법률로 강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상조회사의 최소 자본금 규모는 3억원으로 했다.


그러나 2년 후인 지난해 10월에 상조회사를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고객 예치금을 넣어둔 상조회사 209곳 가운데 35곳이 법정 비율인 30%를 채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조업체에 부금을 납입하고 있는 회원만 해도 전국에 8만500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 업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위험을 안고 있는 상조가입자들이 많은 이유는 법적으로는 30%를 예치하게 돼 있지만 법정 비율을 채워 넣지 않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인수합병으로 인한 피해자도 속출
자율분쟁조정위원회 문정신 팀장에 따르면 2010년, 2011년에 접수된 상조관련 상담은 8759건, 8305건이며, 2012년에는 9월까지 4542건이다.


문 팀장은 “2012년에 접수된 상조관련 4542건을 피해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해약환급금(1235건)과 계약해제(1152건) 관련 상담이 전체의 52.6%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가장 주요한 소비자 피해 유형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상조업체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소비자피해(603건, 13.3%), 업체정보 등 단순문의(350건, 7.7%), 환급금의 환급지연·거부(334건, 7.3%), 상조업체의 휴·폐업·부도로 인한 피해(287건, 6.3%), 상조업자의 연락두절(128건, 2.8%)의 순으로 상담을 요청했으며, 가입한 상조업체의 재정 상태나 운영상황 등 정보문의도 245건(5.4%)으로 나타났다.


상조회사들의 휴ㆍ폐업으로 인한 가입자들의 피해에 못지않게 요즘엔 상조회사들 간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피해가 빈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피해 사례를 보자.


D상조회사에 3년간 계약을 유지해왔던 가입자 김 모씨는 최근 이 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깜짝 놀랐다. D상조회사는 문을 닫았고 전화를 받은 곳은 A상조라는 회사였다. A상조 측은 “D상조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고 해지 처리는 안 되며, 상조행사업무만 대행해주고 상조회비 입금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공제조합에 연락해서 사고 처리를 요청했지만 공제조합 측에서는 “D상조회사 대표자가 폐업신고를 해야 공제처리가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회사가 없어졌고, 대표자는 도망가 전화도 안 받는데 누가 폐업신고를 하겠느냐”고 발을 굴렀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경우 인수업체는 자산만 인수하고 부채는 제외된 것으로 처리해 기존 가입자가 약속된 상조 서비스를 온전히 받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업체 피해접수 건수는 2008년 234건에서 2011년에는 618건으로 2.64배 증가했다.


관계자들은 “상조 사고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정예치금 비율을 현실화 하고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예치금을 보관하는 금융기관들에게도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 규정이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7일 상조업체에 가입한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할부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노 전 의원의 개정 법률안은 △선불식 할부계약의 정의를 분명히 해 변형된 상조 계약을 규율 △선수금이 5억원 이상인 상조업체에 대해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의 임직원ㆍ지배주주에 대한 대출 등 부적절한 자산운용 금지 또는 제한 △영업을 하지 않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등록 말소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상호ㆍ주소ㆍ전화번호ㆍ전자우편주소ㆍ대표자 이름이 변경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고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할부계약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계약변경, 인수조건 등의 내용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며, 인수받은 할부계약과 관련한 이 법에 따른 모든 의무를 승계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자신의 선수금 현황에 관한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의 예치기관은 상조업체의 선수금 증명서류를 확인한 후 예치금을 입금 또는 반환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선수금 보전계약을 체결한 후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노 전 의원은 발의 당시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상조소비자들의 피해사례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이 마련된 만큼 상조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상조업체의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조속히 법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김춘진 의원은 상조업을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 아닌 ‘상조법’으로 관리ㆍ육성하기 위해 ‘상조업법안’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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