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ㆍ대기업 규제 그 수위는?

이준혁 / 기사승인 : 2012-04-27 18: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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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 한국 재벌 개혁ㆍ규제 찬반의견 분분

최근 정부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재벌2~3세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 등에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는 정치공략으로 점화돼 사회 이슈가 됐다.


올해 총선 공약으로 여당과 야당 모두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벌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담론은 12월 대선을 연료로 삼아 다시 한번 치열한 논쟁의 불꽃으로 재점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30대 그룹 계열사 대표와 임직원들은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총선 때보다 더 강도 높은 대기업 규제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은 그들에게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올려놓은 공로는 재벌체제가 갖고 있는 효율성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 규제 정치권 공방 ‘지금부터’
여야를 불문하고 이번 총선에서 쏟아냈던 대기업 규제 공약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양극화 해소와 서민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대기업 규제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경제 민주화’라는 멋진 타이틀이 붙인 대기업(재벌) 규제 공약은 오는 6월 제19대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되고 개원하면 본격적으로 법제화를 위한 수순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12월까지는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전략적인 접근도 시도될 것으로 보여 대기업 입장에서는 발 뻗고 자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 이어 오는 12월 대통령선거까지는 사회 양극화, 청년 실업, 복지 확대 문제 등과 함께 경제민주화, 즉 대기업 규제 문제는 계속적인 핵심 의제로 존속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대기업 규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사실상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보수우파의 수성(재집권)이냐, 진보좌파의 탈환이냐를 걸고 사활을 건 전쟁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는 경쟁적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 서민층 표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과 중산층 등 기득권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보수 새누리당은 재벌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개혁에는 나설 입장이 못된다.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도 기껏해야 중소기업 전문업종을 확대해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하고,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영업시간 제한, 하청업체 납품단가 부당인하 시정,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부분적인 문제를 손대는데 머물고 있다.


야권은 순환출자 금지를 대기업 규제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벌들이 가장 두러워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강성 재벌개혁 추진세력의 순환출자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도입 등 재벌을 옥죄는 규제정책을 입법화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정권획득을 위해 민심의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정치권이 대기업 규제 문제를 어떻게 가져갈는지 미지수이며, 원칙적으로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재벌들에게는 가장 어렵고, 재벌개혁에 있어서는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대기업 대변 단체들은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국회가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원칙의 존중”을 강조했다.



◇대기업의 불공정성과 효율성
재벌의 공과(功過)는 별도로 논하더라도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국민경제 전체에서 대기업 집단의 비중을 보면,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재벌그룹, 총 1554개사)은 전체기업 총매출액의 22.6%, 당기순이익의 64.4%를 차지했다.


기업체 수는 대기업이 0.1%, 중소기업은 99.9%를 차지했고, 종사자 수를 보면 대기업은 12.3%, 중소기업은 87.7%를 고용했다. 전체기업의 99%가 중소기업, 종업원 수의 88%가 중소기업에서 고용한다는 의미인 ‘9988 중소기업’이라는 말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이는 대기업 집단이 국민경제 전체 이익의 60% 이상을 대기업이 가져가면서도 고용에는 큰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공격받을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재벌)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부정적인 시각 못지않게 많이 존재한다. 재벌은 한국 경제가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성장의 수단이자 결과’라는 진단이 그것이다. 또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긍정론자들은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올려놓은 공로는 재벌체제가 갖고 있는 효율성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희대 경제학과 이기석 교수(경제학 박사)는 “수출주도 경제에서는 가용자원의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 장기적인 업종 투자,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 절대적 필요조건이었는데 재벌기업이 이러한 역할을 해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와 전자산업 대국이 된 과정은 재벌체제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최고 선진국이나 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재벌총수의 결단이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나라에서, 더구나 언제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신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이 부문의 손실을 계열사의 이익으로 메워 버텨나간다는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 재벌은 정부에 의해 탄생?
한국 재벌은 치열한 자유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 자력으로 기반을 잡은 록펠러 카네기 포드 같은 미국 재벌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일부 대지주가 토지를 정리해 광산업, 제조업, 유통업 등에 투신해 성공한 경우도 있으나 본격적인 기업형태를 갖고 성장한 것은 해방 이후이다.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敵産) 분배, 6·25 전후 복구사업, 50년대 미국의 원조자금을 특혜 분배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축적이 이뤄졌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자본의 동원과 배분에 관한 전권을 쥔 정부에 의해 재벌이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상원조 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정부는 차관형식으로 자본을 도입해 재벌들에게 배분했고, 5ㆍ16 이후에는 경제개발에 국가의 모든 자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급성장했다.


사업 확장의 밑천이 된 차관의 배분에 이어, 60년대 이후 80년대까지 계속된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서 특정 재벌에 금융지원을 통해 정부가 몸집을 키워줬다. 기업 인수권을 주면서 인수자금까지 저리로 융자해주니 거저먹는 거나 다름없었다. 70년대 이후는 수출주도 정책을 수행할 종합무역상사에 대해 신용장만 따면 수출대금에 해당하는 지원금융을 주는 방식으로 재벌로 하여금 급속히 확장할 자본을 제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중화학공업 중복투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는 특정 재벌에 금융을 지원해서 정리대상 기업을 안겨줘 계열사를 늘려주는 특혜도 베풀었다. 특혜를 준 정부의 권력자는 재벌로부터 보이지 않는 막대한 보상을 받아 개인적 부를 축적하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상류층에 합류했다. 정경유착에 의한 나눠먹기가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재벌은 대마(大馬)가 돼 ‘대마불사’의 신화를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해 왔다. 한보 삼미 진로 기아 해태 등 일부 재벌은 IMF의 직격탄을 맞아 해체되기도 했지만, 그 ‘조각’, 즉 파산재벌의 계열사들은 다른 재벌의 몸집을 불려주는 전리품으로 사용됐다.


반면, 공업화와 재벌체제 공고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농촌은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줄곧 상품시장으로 전락해 재벌기업의 내수를 받쳐주는 희생이 강요됐다. 도시 노동자들 역시 값싼 임금에 노동력을 제공, 재벌의 부를 늘려주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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