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야권 대선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중 하나인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 민주통합당이 내분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유인태, 박기춘, 전병헌, 이낙연의 4파전으로 예상됐던 원내대표에 박지원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면서 생긴 갈등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 과정에서 이해찬 의원과 원내대표·당대표직을 친노-비노가 ‘나눠먹기’ 한 것으로 알려져 ‘담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비판하는 이들은 향후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이번 담합에 개입되어 있어 “향후 대권주자 경선시 당 지도부가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내 여론이 ‘담합’으로 쏠릴시 경선 파행 가능성도 높을것으로 여겨져 민주당으로서는 여러모로 순탄치 않을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 등록이 26일 마감됐다. 당초 당 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 최고위원이 고민 끝에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에 합류해 경선 구도는 박지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유인태, 전병헌, 이낙연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이해찬-박지원 나눠먹기 담합’ 논란 때문에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정치권은 예측했다.
당내에서 ‘합의’가 아닌 ‘담합’으로 여론이 무게가 실린다면 경선 파행은 불가피 하고 이는 향후 당대표 경선은 물론 대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박 최고위원과 이 상임고문측은 아직까지 이번 합의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사실상 시한폭탄과도 같은 문제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만약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가 되고 이 상임고문이 당대표가 된다면 당내에선 또 다시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라 전했다.
◇ 박지원 “친노-비노 대결구도 종결”
호남과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박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친노진영의 핵심 인사인 이해찬 상임고문과 만나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의 투톱체제 구상에 합의, 원내대표 출마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6일 출마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상임고문이 전날 오찬에서 원탁회의의 공동의견을 전달했고 나도 확인했다”면서 “친노-비노, 호남-비호남의 구도가 계속 가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나도 여기에 공감해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당초 박 최고위원의 지원으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던 박기춘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다. 참여정부 당시 정무수석 출신으로 친노와 김근태계, 486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인태 당선자도 ‘이-박 합의’ 소식을 듣고 한때 출마를 망설였으나, 자신을 지지하는 진보개혁모임의 의견에 따라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최대계파인 진보개혁모임은 이날 오후 긴급회동을 갖고 유 당선자를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진보개혁모임은 유 당선자를 지원하는 원혜영 의원이 이끌고 있다. '이-박 합의' 결과에 반발하며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힌 이낙연, 전병헌 의원도 이날 예정대로 후보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달 4일 실시되며, 신임 원내대표는 6월 9일 임시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비대위를 이끌게 된다.

◇ 시민사회 원로들도 권유
이번 ‘이-박 합의’를 놓고 정계에선 “친노와 호남의 대표 정치인이 ‘투톱’ 시스템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뜻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당내에서 두 사람의 합의를 ‘담합’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에 대한 설득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상임고문은 25일 박 최고위원을 만나 “‘친노-비노’ 진영 간에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전 총리는 제안에 앞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전 대표를 만나 사전 조율을 거쳤으며, 유인태 당선자 측에도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고위원의 이러한 결정에는 야권연대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온 진보성향의 외부 시민사회 원로들의 모임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도 힘을 실었다. 원탁회의 소속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도 같은날 “이 상임고문과 박 최고위원이 역할 분담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며 박 최고위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같은 날 밤 동교동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만나 상황을 설명했으며, 이낙연·박기춘 의원에게도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초 박 최고위원의 후원을 받던 박기춘 의원은 사퇴를 결심했으나 이낙연 의원은 “경선을 완주 하겠다”는 답을 했다.
◇ “합의라니, 오만한 결정”
이번 합의를 두고 다른 후보자들과 당 관계자들은 ‘오만한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어제 호남 의원들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옳지 않은 결정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면서 “원내대표 경선에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고, 전병헌 의원도 “변화와 쇄신에는 젊고 신선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병헌·이낙연 의원은 박 최고위원의 원내대표 경선 참여가 알려지자 지난 26일 각각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임고문과 박 최고위원의 합의를 ‘담합’으로 규정,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이날 전 의원은 특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당권을 염두에 둔 특정 인물의 ‘나눠 먹기식 밀실야합’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대표이자 독립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는 수단쯤으로 여긴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도 “이-박 역할분담은 정권교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본질은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상임고문을 겨냥한 듯 “특정 대선후보가 관여한 담합 세력이이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진행할지 의심된다”면서 “역할분담의 취지가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라면 특정 대선후보가 관여하지 않았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 호남계 정치권도 분열조짐
한편 이를 두고 호남지역 일부 국회의원들 역시 ‘밀실합의’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호남 정치력 복원’을 내세웠던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이해찬-박지원 합의는 밀실합의로 실망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대의를 위해 당내에 친노, 비노가 따로 있을 수 없는데도 이처럼 편가르기를 하는 것 자체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밀실에서 합의했다 해서 당이 처한 문제와 한계가 극복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각각의 계파를 온전히 대표하는 분들인지 의문이다”며 “당의 최종적인 의사 결정과정에서는 모두 계파의 이해관계를 버리고 당의 미래를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고문과 박 최고위원의 일방적 합의는 자의적으로 친노와 비노를 구분 짓고 자신들이 당의 미래까지 좌우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국민과 당원을 무시하는 밀실합의를 즉각 철회하고 선당후사의 자세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 “당헌 어겼다면 경선 파행 불가피”
아직 시작도 안한 원내대표 경선에서부터 내분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이 원만히 원내대표 경선을 치룰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모든 후보가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이-박 합의’ 논란이 확산되면 파행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미 박 최고위원측과 이 상임고문측은 타 후보들에게 출마 포기 권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타 후보들이 이를 거부해 경선이 치러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당내 일부 인사들은 “밀실 합의 후 출마 포기 권유는 경선 체제를 붕괴시키고 과거로 회귀 하겠다는 자세”라고 비판했다.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당헌에 규정돼 있다”며 “다른 곳에서 원내대표를 사실상 결정한다면 그것은 의원총회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당헌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보도처럼 박 원내대표 추대를 위해 의원과 당선자들의 서명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규 위반이다”라며 “이-박의 담합은 민주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이런 담합은 국민이 민주당이 기대하는, 민주당이 지향해야 할 정치방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가 당헌에 위배 된다는 결정이 나온다면 경선이 파행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한 민주당 인사는 “특별히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당헌상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합의의 정당성 문제는 추후 경선 진행시 반드시 거론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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