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MB '등 돌린' 근혜

이준혁 / 기사승인 : 2012-04-27 19: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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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수사 요구 등 선제적 대응 MB와 선긋기

4ㆍ11 총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은 정권 초기부터 시작됐으며 그 원인은 친이ㆍ친박계의 다툼으로 권력이 양분됐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최근 이명박 정권은 야당의 대선자금 전체에 대한 수사 촉구와 MB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분통한 심경을 드러내는 등 수위 높은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또한 이상득 의원 역시 금품 수수의혹을 받는 등 MB정권 핵심 3인방이 곤혹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검찰에게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MB정부와 선긋기를 강화하고 있다. 대선까지 230여일 남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레임덕과 이에 대한 박근혜 위원장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MB정권 핵심 3인방 검찰수사ㆍ비리의혹 대상
한국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항상 정권말기에 대통령 측근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역대 정권에서 조용하게 임기를 마친 대통령은 단 한명도 없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최측근, 즉 최고 실력자들이 항상 부정부패와 권력 오남용의 정점에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MB정부도 이런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모양새다.


MB정부가 탄생하는 데서부터 집권기간 내내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이들 3인방이 정권말기들어 각종 비리의혹과 관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현실은 권력무상을 느끼게 하고 있다.


‘도덕 정권’임을 강조해온 MB정권도 역대 정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 칼끝에 선 ‘방통대군ㆍ王차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소위 ‘왕의 남자들’이 검찰의 칼끝 앞에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이들은 현 정권을 세운 개국공신들이었지만 잇따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오히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부담스런 존재가 됐다.


그 정점에는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인ㆍ허가 청탁과 함께 브로커이자 고향 후배인 건설업체 사장 이동율(60·구속)씨를 통해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5일 오전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에게는 언제나 ‘방통대군’, ‘MB의 남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는 현 정부의 핵심 축이자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의 최고 지도부 격인 ‘6인회의(이명박ㆍ이상득ㆍ박희태ㆍ이재오ㆍ최시중ㆍ김덕룡)’ 멤버이기도 했다.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자비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이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에 그만큼 많은 기여를 했다.


2008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된 이래 연임까지 성공했지만 자신의 최측근인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이 한국방송예술진흥원 김학인 이사장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휘말려 지난 1월 위원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여기에 파이시티 비리 사건으로 검찰 소환 대상에 오르게 되자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을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에서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며 MB의 발목을 잡는 듯한 발언을 했다. 최 전 위원장은 수사가 본격화된 직후 “2007년 독자적으로 (대선) 여론조사를 하는데 썼다”고 했다가, 뒤늦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번복한 바 있다.


대검 중수부는 이제까지 확보한 증거와 진술이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충분하다고 보고 지난 26일 최 전 위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왕차관’으로 불리는 또 다른 MB맨,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검찰 수사선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 전 차관은 그간 ‘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과 ‘이국철 SLS 회장 정관계 로비 사건’ 등에 연루됐지만 단 한차례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25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동시에 박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나섰다. 검찰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이 전 대표로부터 브로커 이씨를 통해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 이인규(56)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이 불법사찰 혐의로 구속된 직후 최종석(42) 전 청와대 행정관에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한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박 전 차관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실세였던 그는 이제 검찰의 소환 조사만을 앞둔 신세가 됐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인 박배수씨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이 입증되면 이 의원은 사법처리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인회의 멤버였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 2월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52)이 2009년 이재현 CJ그룹 회장(52)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부 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청와대의 긴장감은 극도에 달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일련의 사태가 MB정부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 새누리, 최시중 사건… MB정부 선긋기 강화속 신중 자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수수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과 관련,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MB정부와 선긋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검찰은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을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최 전 위원장이 건설브로커로부터 받은 돈이 얼마이고,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있는 그대로 밝혀내야 한다”며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의 일부를 2007년 대선 때의 여론조사에 썼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최 전 위원장이 말한 불법 정치자금이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실시한 여론조사에 사용됐다면 여론 조작 의혹이 일어날 수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 위원장은 여론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을 피해자로 내세워 자연스럽게 MB정부와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검찰에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불법 정치자금이 대선 경선때 사용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도 이번 사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검찰에서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이를 반영하듯 박 위원장은 전날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못된 부분은 법에 따라 모두 처리해야 한다”며 “누구든 예외 없이 책임을 질 일은 져야 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에서는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 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MB정권과 단호한 선긋기는 지양했는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불법 자금이 대선 경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사용한 것으로 초점이 모아진다면 불법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나올 수 있다”며 “이 경우는 박 위원장이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동정표를 얻는 등 호재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탈MB전략 강원도서 시동 걸었다
앞서 박 위원장의 ‘탈 MB(이명박)’ 전략이 강원도 방문 과정에서 감지됐다. 총선공약 실천을 목표로 강원도를 방문한 데 이어 당내 대선 경선 룰 고수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에 대한 법적처리 입장을 밝히는 등 원칙론에 힘을 실었다. 또 대선 출마선언 시기와 관련해 당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포석으로 ‘원칙주의 박근혜’ 이미지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3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한데 이어 원주 전통시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강릉 노인종합복지관 등 민생현장을 방문했다.


총선공약본부는 총선과정에서 약속했던 부분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기존 정책위원회 시스템을 실천본부 체제로 전환해 약속실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및 활동안을 마련하고 19대 국회의원 구성 전까지 정치ㆍ정책적 공백상태 해소와 개원 직후 의정활동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위해 마련됐다.


이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선거 공약(公約)이 의원 개인에게 의존하면서 나타난 공약(空約)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공약원칙론에 입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대선 경선방식과 관련해 현행 경선 룰 고수를 분명히 했다. 이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을 반대한 것이다.


새누리당 현행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대선 후보 선출은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율로 반영하도록 돼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스타디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대선출마 시기와 관련해 “아직 당이 새 지도부가 꾸려져 정상화되지도 않았고 비대위 체제에 있다”며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혼란만 줄 뿐이기 때문에 당이 정상화된 뒤에 두고 볼 일”이라는 말로 입장을 정리하는 등 원칙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원칙주의 박근혜 이미지 굳히기’를 통한 ‘탈MB’ 전략으로 보인다.


도내 정가 관계자는 “총선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이명박근혜’를 내세워 정권심판론 전략을 내세웠던 만큼 대선 과정에서도 분명한 차별화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선 정국 속에서 평소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로 탈MB를 시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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