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라스틱 규제 '에코(eco)마케팅'으로 되치기

김자혜 / 기사승인 : 2018-09-03 17:40:51
  • -
  • +
  • 인쇄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IMF 금융위기가 한국에 드리워진 그 이듬해 1998년, TV와 매체에서 ‘아나바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문장의 앞머리를 떼어낸 용어다. 당시 외환위기로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자, 불필요한 낭비는 줄이고 근검 절약하자는 모토의 소비 운동이었다.


이후, IMF 금융위기를 극복한 한국에서 20여년 만에 2018년 또 다른 형태의 소비 운동 조짐이 보인다. 이는 프랜차이즈 카페,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이다. 이전의 아나바다는 경제적 출혈을 막아보려는 범국가적 캠페인이었다면 이번 ‘플라스틱 줄이기’는 중국이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폐플라스틱 수입과정에서 중국 환경이 심하게 오염됐다. 제대로 세척되지 않거나 재활용이 불가한 물건이 뒤섞여 들어오고 있다”라며 제한조치를 선언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줄였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1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 규제 시행했다. 시행에 앞서 계도기간과 과태료 정책에 혼선을 빚었으나 한 달간 시행 기간을 거친 결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비율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1052곳의 사용여부 점검결과 약 80%는 다회용 컵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회용 수거 전문 업체 동신제지는 8월 말께 수거 비율이 63% 감소했다고 전했다.


커피 프랜차이즈와 유통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되치기'로 맞서는 모습이다. 규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줄어야 한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업체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겠다는 것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는 9월부터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해 11월까지 전국매장에 확대할 계획이며 엔젤리너스도 빨대가 필요 없는 컵과 뚜껑을 전국매장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뚜레쥬르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자에게 다회용 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도시락 용기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전망이다.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다가오는 추석 선물세트 포장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텀블러 제공 이벤트, 비닐 롤백 줄이기 등 구매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마케팅이 이어진다고 해서, 플라스틱과 함께해 온 일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그동안 전세계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7년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국인 1명이 사용한 포장용 플라스틱은 61.97kg으로 집계됐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는 조사대상 국가 총 63개국 가운데 한국이 두번째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새로운 방식, 조금 더 불편한 환경을 반긴다면 더 비현실 적일것이다. 소비자들은 언제든 들고 나갈 수 있었던 일회용잔에 익숙해, 머그잔과 다회용컵 사용이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또한 다회용 컵을 일일이 세척해야 하는 매장 내 근무자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현재 과학 기술은 플라스틱을 썩힐 방법이 없다. 누군가 재가공하지 않는 한 그대로 존재하는 영원불멸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은,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환영할 만하다.


한 화학자는 플라스틱에 대해 이런 비유를 했다고 한다.


"플라스틱은 현대물질에서 라스푸틴(Grigori Yefimovich Rasputin)과 같은 존재다. 당신은 그것을 쪼개고, 자르고, 갈기갈기 찢고, 불사르고, 파 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죽지않는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