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세상읽기] 수능 끝, 스무 살을 앞둔 청년들에게

정해용 / 기사승인 : 2011-11-11 13: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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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대 자신의 우물을 파라.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따지지도 못하고 묻지도 못한 채 맹목으로 걸어온 12년. 이곳으로부터 더는 절로 주어지는 길이 없다. 이제 그대는 홀로 나서야 한다. 학교와 선생님의 지도를 받던 유소년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감싸주고 안아주던 부모의 슬하로부터도 벗어나야 하리라.


그대의 스무살, 눈앞에 다가온 찬란한 스무살에 그대는 정녕 자유로운 성년을 느낄 것인가, 여전히 부모의 치마폭에 싸여 어정쩡한 ‘어른아이’에 머물 것인가. 그 선택은 그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떨어져 죽은 나뭇잎처럼 시간의 물살에 휩쓸려 흘러갈 것인가,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물살을 거슬러 솟구치는 생명이 될 것인가. 그 선택은 그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흘러오는 물결과 그것에 응하는 그대 자신의 선택이 하나의 운명을 만들어낸다. 운명이란 하나의 예술이다. 그대는 이제 그 첫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붓이나 연필을 손에 쥐는 순간에 서 있다. 살아도 아름답고, 쓰러져도 아름답고, 아파도 아름다울 그 나이 스물에 그대는 무슨 색, 어떤 모양으로 그대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것인가.


운명 앞에 마주선 청년 앞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펼쳐져 있다. 길은 흩어지고 또 만나며, 다시 흩어지기를 거듭하며 무한히 먼 세계로 뻗어있다. 외로운 오솔길도 있고 왁자지껄 저자거리를 지나는 큰 길도 있다. 그러나 굳이 외로운 길을 회피하려 마라. 두려워도 마라. 고독의 순간들을 통하여 인간의 영혼은 한층 맑고 풍요로워진다. 고독을 피하기 위하여 어딘가에 기대려고만 하다보면 삶은 어느 순간 구차해질 수도 있다. 고독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고독의 순간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의지와 용기야말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과 같다.


보호와 강제는 한통속이다. 강제로부터 벗어나 네 자유를 향유하고 싶다면, 누군가의 보호에 더 이상 기대어 눕지 말라. 보호자는 내게 할 일을 일러주고 가야 할 길을 보여주지만, 그럴수록 내게는 복종과 충성의 의무가 더할 뿐이다. 자유로운 인간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의존으로부터 벗어나 과감히 미지의 세계와 마주서야 하리라. 책임 없이는 권리도 없다. 단 것을 원하는 만큼 쓴 것을 견뎌내고, 쓴 것을 피하려는 만큼 단 것을 절제하라. 더 많은 자유와 희열은 더 많은 의무와 인내를 감내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제 그대 자신의 한 우물을 파라.


무엇에서도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지 말라, 무엇 하나라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어떤 약점도 없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말라, 장점 하나라도 가진 사람이 되라. 사람은 완전무결할 수 없으며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흠결이 없는 사람은 남에게서 욕을 먹지 않을 뿐, 그것으로 남에게 유익을 주지는 못한다. 강점을 가진 사람은 그것으로 존경을 얻을 수는 없을지라도 남에게 한 가지 유익은 줄 수 있다. 흠결이 없는 것으로는 먹고 사는 일이 보장되지 않지만, 남에게 유익을 주는 사람은 그것으로 먹고 사는 일도 해결된다. 무엇이든 한 가지 우물을 가져라. 쇠나 나무를 깎는 일에서 일인자가 되어도 좋고, 축구나 야구를 남보다 잘하는 사람이 되어도 좋고, 어떤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 셰익스피어에 통달하여 아름다운 문장을 지닌 사람이 되어도 좋고 단호한 문장에 능한 사람이거나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능숙한 분석가가 되어도 좋다.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우물 하나 갖는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을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내 자신의 우물을 가진 사람은 절로 먹고 살게 되나,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사람은 평생을 남의 우물만 기웃거리며 살게 된다.


경쟁을 지나치게 즐기지 마라. 경쟁의 과격함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 쉽다. 내가 다치거나 남을 다치게 하거나 부질없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하는 곳을 피하여 한적한 곳에 내 우물터를 마련해도 좋을 것이다. 지극히 평화로울 때, 마음에 비로소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할 여유도 생기는 법이다.


온화한 품성을 몸에 익혀라. 완벽한 사람이 없고 흠결 없는 사람이 없으나, 온화함은 그 모든 약점을 보완하는 최대의 방어책이다. 거만한 사람은 10 가운데 2만 빗나가도 조롱을 받지만, 겸손한 사람은 10 가운데 2만 맞춰도 칭찬을 받는다. 거만한 사람은 10원을 가지고 마트에 가서 8~9원 어치를 구할 수 있지만, 겸손한 사람은 같은 10원을 가지고 20원 어치라도 얻어올 수 있다. 온화함으로 친구를 사귀고 겸손함으로 스승과 선배를 얻어라. 칭찬과 존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며 도전과 비판 앞에서 즐거운 사람은 없다.


더 이상 위대한 것에 욕심을 품지 말라. 인생의 목표를 행복에 두라. 나의 행복과 이웃의 행복에 두라.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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