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남긴 것

정동진 / 기사승인 : 2018-09-03 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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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선정에 따른 인프라 구축과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토요경제=정동진 기자] 대한민국은 지난달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최초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지정되어 우리나라도 7명의 선수가 참가, 스타크래프트2는 조성주 선수가 금메달, 리그오브레전드는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시범 종목 참가와 메달 획득을 두고 국내 e스포츠 업계는 바빠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 종목 선정에 따른 선수단 구성과 병역 혜택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하다.


사진=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제공

정식 종목 다변화는 가능할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 종목을 살펴보면 클래시 로얄(전략), 스타크래프트 2(시뮬레이션), 하스스톤(카드), 위닝 일레븐 2018(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MOBA), 아레나오브발러(MOBA) 등 총 6개 게임으로 PC부터 콘솔, 스마트 폰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는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아이온 오브 스트라이프(Aeon of Strife)의 스타일로 AOS 장르로 불리다가 대전, 전략, 시뮬레이션, RPG 등 2개 이상의 장르 특징이 섞여 있어 MOBA 장르로 분류하게 됐다.


레이싱이나 대전격투는 대중적인 장르지만, 정작 시장의 파이가 크지 않아 정식 종목 선정 가능성이 작다. 특히 FPS(First-person shooter)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임에도 사람 대신 싸우는 캐릭터를 향해 총과 칼로 싸우는 특징 탓에 폭력성 논란을 의식해 채택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기준으로 분류된 게임의 장르는 17개지만, 개인보다 팀전의 성격이 강한 장르를 찾는다면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팀으로 싸울 수 있는 장르로 MOBA가 제격이다. 차기 종목 선정도 해당 장르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내 e스포츠 리그다. 스타크래프트 리그 이후 e스포츠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특정 게임과 장르의 쏠림 현상으로 e스포츠 인프라가 약하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리그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게임은 이벤트의 성격이 짙거나 전 세계에서 국내 리그만 활성화되어 있다.


결국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게임과 장르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국내 리그에서 활성화 된 게임이 아니라면 내수용에 그칠 수밖에 없고, 유망 선수 발굴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사진=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제공

중국 입김 어디까지 작용할까?
이번 아시안 게임 종목에서 텐센트 3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2개, 코나미 1개로 중국업체가 3개 종목의 종주국이다. 코나미를 제외하면 텐센트는 시범 종목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클래시로얄 개발사는 슈퍼셀이지만, 텐센트가 84.3%로 대주주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100%는 텐센트 소유다. 아레나오브발러는 텐센트가 개발한 게임으로 국내에서 넷마블이 '펜타스톰 for Kakao'로 서비스, 해외는 왕자영요(王者榮耀)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다.


또 액티비전블리자드 지분 5%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아시안 게임 최대 수혜주는 텐센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종목 이면에 중국이 버티고 있어, 종목 선정부터 경기 일정과 규칙까지 이들의 논리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e스포츠연맹의 입김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4년 뒤 자국에서 진행될 아시안게임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가장한 텃세와 종목 선정부터 변칙적인 경기 일정까지 경기 외적인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구단 관계자는 "중국의 텃세보다 그들이 구축한 인프라와 실력은 국내를 앞선 지 오래다. 올해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지난 7월 개최된 '리프트 라이벌즈'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마저 마지막에 중국에 밀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과거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보여줬던 중국의 약진은 '차이나 쇼크'라 통할 정도로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II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조성주 선수 / 사진=아시아e스포츠연맹(AESF) 제공

3040 시청자층 유입과 중계 방식의 변화 필요
올림픽과 월드컵에 비해 이슈가 약한 아시안게임은 공중파3사도 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중계한다. 이에 비해 비인기 종목은 생중계 대신 하이라이트로 대체하거나 중계 비중도 적다. 대신 TV 대신 PC와 스마트 폰의 시청 비중이 높아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종목을 생중계한 곳은 아프리카TV가 유일했다. 아프리카TV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전 경기를 제작해 생중계했다. 그 결과 미리보는 결승전으로 불렸던 27일 리그오브레전드 한중전은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약 20만 명에 달했다.


KT는 '27일 경기 VOD 다시보기'가 축구, 양궁, 야구 등 국민 관심도가 높은 종목과 유사한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밝힐 정도로 높은 관심과 더불어 시청 패턴도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TV보다 PC와 스마트 폰에서 e스포츠를 접했던 이들에게 친숙한 플랫폼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해결할 숙제는 남아있다. e스포츠는 날씨나 장소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한 대신에 네트워크 환경에 민감하다. 흔히 랙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끊김 현상으로 경기가 지연되거나 경기 도중 멈추는 과정을 반복했다. 현지 네트워크 사정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이슈를 여과 없이 중계 화면에 노출했다.


그 결과 박진감 넘치는 중계 화면에서 맥이 빠지는 광경을 종종 연출했으며, 시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앞으로 기술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게임에 추가될 관전 모드의 개선도 시급해졌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선수 선발이나 병역 혜택, 인프라 구축보다 시급한 것은 사회적 인식 개선이다. 우리는 e스포츠라 부르지만,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는 것을 보는 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며 "e스포츠 업계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가 앞장서 인식 개선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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