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 한 쪽 팔이 없는 지체장애인 2급인 A씨는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이용할 때 제일 불편하다.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혼자 모바일 뱅킹으로 단순 거래를 이용하지 못해 번거로워도 은행 ATM기기를 이용하는 편이다.
# 시각장애인인 B씨는 얼마 전 은행에 방문했다. 통장개설·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필요한 신청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빌었지만 마지막 서명란은 본인이 아니면 불가하다는 안내에 따라 결국 발급받지 못했다.
# 청각장애인 C씨는 인터넷 뱅킹 이용시 은행들이 제공하는 ‘스마트OTP’를 사용해봤다. 하지만 기존 OTP에 비해 은행 간 호환성이 떨어지고, 안드로이드 OS 휴대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불편했다.
인터넷은행 출범·모바일뱅킹 확산 등 디지털금융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흐름 속에 역행하는 소외된 금융소비자가 있다. 장애인·취약계층 등은 영업점을 찾을 때,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때 여전히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특히 장애인이 전자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의 장애인 온라인·모바일 금융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이용자의 64.8%,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자의 55%가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를 반영하듯 과거보다는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이용도모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장애인협회 등은 인식 부족 때문에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은행권, 취약계층 금융서비스 노력 뭐가 있나
은행들은 취약계층 간편 결제 서비스를 위해 모바일뱅킹 서비스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장애인 등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의 금융편의를 고려해 전화로 간편 인증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예금 만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전화로 간단한 본인확인만 거쳐 재예치가 가능토록 했다.
최근에는 손쉬운 뱅킹을 도입했다.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바이오 정보만을 통해 ATM(자동화기기) 거래와 창구거래, 대여금고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6월 기준 51개 지점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손쉬운 뱅킹 도입은 KB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이 속속히 시도하고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층을 배려해 은행 창구에서 정맥정보를 단 한 번만 등록하면 간편하게 은행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보이는 ARS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잔액 조회와 송금 등의 폰뱅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이나 청각장애인 등 안내 멘트 청취가 어려운 고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또 ‘쏠’앱 에서 계좌 이체시 ARS인증을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청각이 약한 고객을 위해 매년 접근성 심사를 받아 금융거래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모바일·인터넷 뱅킹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은행은 청각장애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PC) 화면에 인증번호를 동시에 표시한 후 전화기에 입력하는 'ARS 번호 화면 표시'를 제공하고 있다. 화면에 표시된 인증 번호를 약 10초 이내에 전화기에 입력하면 된다.
이밖에도 전용상담창구와 콜센터 운영, 음성 OTP, 점자형 보안카드 등 금융소외계층의 이용 편의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들이 창구 내점 방문 없이 간단하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시스템 개편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령층 고객의 거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시각장애인 모바일 페이 ‘앱’ 접근성 부족
하지만, 이처럼 은행들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편 결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간편 결제 앱, 모바일 페이)서비스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걸림돌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됐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정책연구원은 “간편 결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같은 경우 시각장애인은 사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결제수단을 등록하거나 결제를 진행할 때 반드시 입력해야 하는 비밀번호는 보안키패드로 제공되나 대체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인식이 불가능해 이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최근 간편 결제 앱 6개를 선정해 접근성 실태를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제수단 등록과 결제가 가능한 곳은 카카오페이가 유일했고 대부분은 등록자체가 불가능했다.
조사대상은 T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카카오페이·페이나우·페이코였으며, 지난해 5월 진행됐다. 심사는 간편 결제 앱 주요 서비스를 선정해 전맹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사용자평가단이 접근성 여부를 확인했다.
김훈 연구원은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초점을 맞추는 문제다”라며 “보지 못한다는 특성을 고려한 소리나 진동 피드백, 사물의 대략적인 정보를 음성 알림으로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간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금융거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먼저
일각에서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권 및 정부가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장의 소리’전담반을 통해 장애인 금융소비자의 현실의 불편한 점들을 기록하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장애인 인식 교육’을 통해 서비스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정책을 강조하며 취약계층을 배려한 금융서비스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금융서비스 수준은 후진적”이라며 “은행은 공공성이 있는 금융기관이니 만큼 장애인 유형별을 연구해 인식을 제고하고, 당국과 함께 서비스 개편에 대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ATM기기 이용을 통해 카드를 쉽게 발급받는 서비스가 먼저 비장애인에게 시범 제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애초에 함께 만드는 인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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