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가스관 공사 '안개 속으로'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1-12-26 14: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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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스관 사업의 운명이 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최근 지경부, 가스공사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가스공급 다변화 차원에서 검토중인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당국은 가스관 연결 사업이 김정일 사망과는 별개로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지만, 현 시점에선 향후 사업이 속도를 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스관 사업, 성사시 매년 2조원 절감효과


남·북·러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남한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이를 위해선 북한에 가스관을 연결하는 것이 필수다.
가스공사는 2년 전에도 러시아 시베리아 천연가스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 육상을 경유하는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방식으로 운송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으로부터 터무니없는 ‘대가’를 요청받고 현실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정부와 가스공사는 내부적으로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액화시킨 뒤 LNG(액화천연가스) 형태로 국내 가스비축기지에 운송하는 방안과 동해상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한 운송방안을 놓고 고심해왔다.
지경부와 가스공사가 올해 여름 이후 본격화된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대해 섣부른 낙관보단 줄곧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남북한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이란 점에서 프로젝트 가치는 인정하고 주목해왔다.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는 가스관을 통해 국내에 가스를 수입할 경우 현재 1000㎥당 400달러 수준인 도입가격을 200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우리나라는 매년 2조원 정도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해상을 통해 들여오는 방식보단 북한을 직접 경유해 공급받는 것이 운송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북한 측에선 가스관 경유에 따른 통관세 '대가'로 최대 1억 달러 이상 챙길 수 있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정부도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을 통해 수입하는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러시아는 PNG방식을, 우리 정부는 LNG(액화천연가스)와 CNG(압축천연가스) 방식을 연구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지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가스관 사업에 물꼬를 트고, 남북한 정부가 다시 사업 타당성 분석에 들어가면서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1100㎞ 가스관 중 700㎞ 북한에 건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지난 9월15일 북한과 가스관 건설에 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추가 진행을 위한 공동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합의했고, 같은 날 한국가스공사도 가즈프롬과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관련된 로드맵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남·북·러 정부 당국이 실무적 관점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에는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내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가스관 노선 설계안을 마련하는데 합의했다. 현재 가스공사는 2017년 1월부터 가스공급을 시작하는 일정을 목표로 가스관의 안전성, 가스 공급가 등을 놓고 러시아측과 계속 협의 중이다.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1100㎞에 달하는 가스관 중 700㎞는 북한 영토에 건설되며, 이미 사할린~블라디보스토크 구간의 파이프라인이 완공을 마친 상태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남한 구간에 대한 건설사업이 논의 중이다.
가스관은 1년에 100억㎥(약 750만t)의 수송량을 갖고 있으며, 향후 약 30년 동안 PNG방식을 통해 매년 약 100억㎥ 규모의 가스를 공급할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가 소비한 가스의 약 20% 이상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가스관 연결 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적잖은 난관을 예상하며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가스관 연결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정치적 리스크가 가장 큰 난제다. 남북관계가 갑자기 경색될 경우 북한이 가스관을 차단해 에너지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러시아가 다시 LNG나 CNG등을 통해 한국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북핵문제와 연계된 남북관계가 상당부분 진전된 뒤 프로젝트 진행함으로써 리크스를 최소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정부내에서 제기됐다.


◇‘김정일 사망’ 변수…‘좌초? 추진?’ 기로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러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가 다시 난기류를 만나면서 향후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러시아에 직접 방문해 가스관 사업을 논의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김정일 위원장처럼 남북한 간 협력을 전제로 하는 가스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지 여부도 의문이다. 북한 측의 정치적 변수에 따라 사업이 전면 뒤집히거나 장기간 보류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스관 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져 다시 표류할지 모를 상황이어서 지경부와 가스공사는 북한의 동향 등을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한다는데 좀 더 무게를 뒀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현재까지 가스관 사업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이)금방 영향이 있다, 없다고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아직 북한과는 협상일정도 안 잡혀있는데다 러시아와 협상이 한창 남아있어 향후 사업을 섣불리 가늠하긴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경부 관계자는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고 (김정일 사망으로)아직까지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현재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 중인 가스공사는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사망소식이 향후 사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나 영향 등에 대해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외교관계가 얽혀있어 자세히 말하기 힘들지만 내부적으로도 갑작스럽게 터진 상항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업추진은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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